국민의힘 김재섭 의원 - ‘김건희 사태’에 입 연 ‘젊은 보수’
‘비윤’이지만 ‘친한’도 아니라고 강조하는 김재섭 의원. “한동훈 대표의 개혁의지를 높이 평가하지만 108명 의원 전원과 다 같이 친하게 지내는 건 불가능하다”며 “쟁점 사안을 솔직하게 공개하고 치열하게 토론하면서 리더십을 보이는 노력이 아쉽다”고 했다. 김종호 기자 4·10 총선에서 보수 험지 도봉갑에 출마해 야당 후보를 1098표(1.16%p) 차로 꺾고 극적으로 당선된 국민의힘 30대 정치인 김재섭 의원(37). 용산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비윤’이지만, 그렇다고 ‘친한’으로 보기도 어렵다. 그는 지난 6일 한동훈 대표가 개최한 친한계 의원 만찬에 초청됐지만 “한동훈 개인이 아니라 당의 개혁을 지지하는 입장에서 참석한다”고 못 박아 눈길을 끌었다. ‘김건희 리스크’가 ‘정권리스크’로 커지는 시점에서 친윤도 친한도 아닌 ‘젊은 보수’ 김 의원을 만났다.
위기둔감 텃밭에서도 동요 뚜렷
명태균과 김 여사 문자에 좌절감
당 대오 깨질까 반란표 색출 못해
여사 활동 중지하고 수사 응해야
‘마포대교’ 이후 TK조차 이반 뚜렷
Q : ‘김건희 리스크’가 갈수록 커지는데, 국민의힘 분위기는요.
A : “이젠 대구·경북(TK) 의원들까지 사석에서 김 여사 얘기만 해요. ‘창피하다’ ‘걱정된다’며 잠을 설칠 지경이라는군요. ‘새 국회 들어 반년째 이 문제에 얽매여 한치도 못 나간다’고 한숨이에요. TK 의원들은 수도권 발 정부 위기가 단풍 남하하듯 낙동강까지 내려와야 뒤늦게 위기인 걸 아시는데, 지금 그렇게 된 거죠. ‘마포대교’(지난달 10일 마포대교를 찾은 김 여사가 공무원들에게 지시하는 듯한 모습이 공개돼 논란이 된 일)가 컸어요. 그 직후부터 TK 의원들이 ‘지역구 가기 무섭다. 주민들이 격분하고 있다’고 하세요. 국민의힘은 수도권이 아니라 TK가 바로미터인데, 여기까지 여사 문제로 들끓는다면 보통 위기가 아니에요.”
Q : 4일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 때 여당서 찬성 4표가 나왔는데 혹시 찬성표 던졌나요?
A : “아닙니다. 전 반대했어요. 민주당이 낸 특검법은 덮어놓고 여당 절멸시키겠다는 거예요. 수사 범위가 넓어 여당 의원 108명 전원 압수 수색받고 휴대 전화 탈탈 털릴 공산이 커요. 김 여사 문제 규명이 아니라, 현 정권 붕괴시키고 민주당이 수십 년 집권하겠다는 게 목표예요. 그래서 저도 반대한 끝에 특검법은 부결됐지만 그렇다고 ‘여사님 잘하고 계십니다’는 절대 아니에요. 제가 주민들께 특검법의 문제점을 얘기해도 들으려고 하질 않아요. ‘여사’란 말만 나와도 그분들 표정에서 벽이 느껴져요. 제일 아픈 게, ‘왜 여당이 영부인 방탄 정당이 됐나’는 질책이에요. 민주당을 ‘이재명 방탄당’이라 비판해온 우리 당이 오히려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거죠. 여사가 사과하고, 제2부속실·특별감찰관 만들고, “아내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한 대선 전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 또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받을 건 수사받아야 하고요.”
Q : 김 여사가 명태균 씨에게 “철없이 떠드는 오빠, 용서해주세요”란 문자를 보냈는데요.
A : “용산이 ‘오빠’는 대통령이 아니라 친오빠라고 해명했다는데, 사실이라면 그것도 문제 아닌가요. 저는 오빠가 누구인지에 앞서, 김 여사가 선거 브로커랑 그런 대화를 주고받은 사실을 용산이 부인하지 못한 데서 더 좌절감을 느낍니다.”
Q : 재표결 때 당 원내 지도부가 “반대표 던지라”고 압박 안 했나요.
A : “의총에서 ‘부(반대)자 잘 쓰세요’란 말 이외에 압박은 없었고, 제게는 ‘출결 상황 체크해 달라’는 주문만 있었어요. 재표결 날 본회의에 의원 300명 전원이 나왔어요. 제가 수십번 본회의에 참석했지만, 전원 출석은 처음 봤어요. 여야가 한명도 빠짐없이 나와 표결한 게 민생 법안이 아니라 특검법 재표결이라니 끔찍하지 않나요.”
Q : 당에서 반란표 던진 4명 색출은 안 했나요.
A : “색출 움직임이 전혀 없어요. 저 말고 안철수 의원도 의심(?)을 받았지만, 그분도 반대표 던졌답니다. 그날 재표결 끝나고 ‘반대 104표’가 전광판에 뜨는 순간 의원들 분위기가 ‘싸’ 했어요. ‘굳이 누가 반란표 던졌는지 따지지 말자’는 게 표정으로 보였죠. ‘서로 의심하면 단일대오 깨진다’는 암묵적인 합의랄까요. 이게 여당 현주소임을 용산이 알아야 해요. 오죽 허약하면 배신자 색출조차 못 하겠어요.”
80대 노인, 지팡이 짚고 와 항의
Q : 김 여사에 대한 지역구 주민들의 불만 핵심은 뭔가요.
A : “세 가지죠. 우선 선출되지 않은 분인데 권력을 누리고 있다. 둘째, 그렇게 비판을 받고도 활동을 멈추지 않으니 국민과 싸워보자는 얘기냐. 셋째, 그런데도 여당은 김 여사 보호에만 급급하다는 겁니다. 이 세 가지가 합쳐져 비호감이 굳어진 거죠. 제가 주말마다 지역에서 민원을 청취하는데 20~40대는 저를 쳐다보지도 않고, 어르신들만 오셔서 화를 내세요. 얼마 전엔 80대 할머니께서 ‘대통령이 부인에 대해 맺고 끊는 걸 왜 못하냐. TV 보기가 싫다’고 항의했어요. 걸음이 불편한 분인데도 지팡이 짚고 3층 사무실까지 걸어 올라오셨죠. 민심이 이 정도인데 용산은 뭐 하고 있나요. 제2부속실은 대통령이 아침에 마음먹으면 오후에 설치할 수 있는데 가만있잖아요. 국민을 무시하는 이런 태도가 더 무서운 거죠.”
Q : 대통령을 만나 민심을 전할 기회는 없었나요.
A : “초선 당선인 만찬 때 뵌 게 전부입니다. 참석자가 많아 제대로 말씀을 드릴 상황이 못됐어요. 그래도 ‘수도권 민심이 어렵습니다’고 얘기했죠. 대통령은 말없이 들으시더군요. (김 여사 문자는 받은 적 없나요?) 한 번도 받은 적 없어요. 여사 뵌 적도 없어요.”
Q : 한동훈 대표가 16일 재보선 뒤 대통령과 독대하는데, 김 여사 문제에 해법이 나올 것 같지는 않아 보입니다.
A : “아무리 미워도 대통령은 여당 대표의 힘을 빌려야 하는 거잖아요. 전쟁에서 말 타고 지휘하다가도 승리하면 말에서 내려와야 하거든요. 그런데 대통령은 여전히 말을 타고 계신 듯합니다. 제가 의원 되고 반년이 지나가는데, 대통령실에서 제게 전화 한 통 없었어요. 용산에 쓴소리 가장 많이 하는 여당 의원한테 연락을 안 한다는 건 이상한 거 아닌가요. 얼마 전엔 의정 갈등 관련해서 박민수 복지부 차관을 국회로 불렀는데, 온다고 하더니 도망가버렸어요. 여당 의원조차 만날 용기가 없는 정부가 어떻게 국민을 설득해 의료 개혁을 하겠어요.”
Q : 여당이 16일 재보선에서 성적이 좋지 않으면 용산은 한 대표에게 책임을 물어 궁지로 몰 가능성이 있다고 하는데요.
A : “이번 재보선은 전국적 의미를 갖는 큰 선거라고 보기는 어렵잖아요. 문재인 전 대통령도 야당 대표 시절 재보선에서 참패했지만, 자리를 지켰고요. 용산은 한 대표를 공격하는 대신 함께 국정을 끌어갈 궁리를 해야 합니다.”
Q : 의정 갈등에 대한 지역 민심은 어떤가요.
A : “제 사무실에 50대 남자분이 찾아와 눈물로 호소하더군요. ‘부인이 암 진단을 받아 서울대 병원에 가려는데 수술 날짜 못 잡을까 봐 걱정이 태산이다. 아는 의사 있으면 소개해달라’는 거예요. 가슴이 아팠지만 도와드릴 수 있는 게 없었죠. 정부는 ‘응급실 사고 난 것 없다’ 며 문제 없다고 하지만 통계나 수치로 계량화되지 않는 불안이 국민 가슴에 누적되고 있어요. ‘급하게 병원 가면 치료는 받을 수 있을까’하는 불안이죠. 용산은 이걸 알아야 해요.”
“임대료 대납 제의까지…공천 비리 심각”
Q : 양복 깃에 금배지 대신 ‘I love 도봉’ 배지를 달고 다니는데, 이유는요?
A : “이 배지를 달면 늘 민심을 의식하게 되잖아요. 총선 다음날 한숨도 못 자고 당선 인사드리려 지하철역에 나갔어요. 할머니 한 분이 제 손 붙잡고 ‘평생 한풀이를 해줬어. 고마워’라면서 울어요. 도봉은 총선에서 보수 당선자가 나온 게 2008년(신지호) 한 번뿐이었거든요. 도봉에서 명함 돌리면 면전에서 찢고, 욕하고, 침 뱉고 가시는 분들 널렸어요. ‘탄핵당한 정당이 무슨 낯으로 기어 나왔나’는 힐난도 못이 박히도록 듣고요. 그런 경험 끝에 의원이 된 저로선 대통령 탄핵을 반드시 막아야 합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박근혜 정부 시절 악몽 때문에 다들 저랑 같은 생각을 해요. 그런데 탄핵을 막으려면 용산이 바뀌어야죠. 민심을 따르도록 쓴소리를 계속할 수밖에 없습니다.”
Q : 7·26 전당대회 앞두고 당 대표에 출마하라는 주문이 많았는데요.
A : “여당 의원이 돼 용산 돌아가는 것을 보니까, 새 시대의 아침이 아니라 구시대의 마지막 밤이 아직 진행 중이란 걸 깨달았어요. ‘아직은 (용산이) 너무 강고하다. 내가 나설 때가 아니다’는 생각에 전당대회를 지켜보는 데 그쳤죠.”
Q : 의원직에 앞서 지역구 당협위원장도 젊은 나이에 맡았죠.
A : “2020년 총선 직후 서른둘 나이에 당협위원장이 됐는데, 바로 ‘구의원 공천해 주시면 사무실 운영비 전액을 드리겠다’는 제의가 들어오더군요. 제가 그 사람에게 ‘지금 녹취되고 있는 거 아시죠? 이런 말만 하는 것도 범죄입니다’고 하니까 얼른 자리를 뜨더군요. 이게 소문이 나니까 제게 공천 로비하는 이는 없어졌는데, 대신 어머니에게 돈뭉치를 들고 찾아간 이가 있었어요. 어머니가 ‘내 아들 죽일 일 있냐’며 쫓아냈죠. 지방선거 공천 로비, 심각합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구의원 3000만원, 시의원 5000만원 식으로 가격까지 정해져 있대요. 부패의 온상인 지방 기초단체 선거 정당 공천제를 뿌리째 손봐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