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제가 완전 의지하는 상황” “명 선생님 식견이 가장 탁월하다고 장담합니다. 해결할 유일한 분이고요”란 문자를 날린 점이다. “명씨는 (김 여사와) 스쳐 지나간 짧은 인연일 뿐”이란 용산의 해명과는 배치된다. 선거 브로커에게 김 여사가 매달리다시피 과하게 응대한 사실 자체가 민심의 비호감과 언론의 비판을 부른다.
김 여사로 인해 벌어진 소동들을 보면 여사의 패턴이 보인다. 여권 소식통은 “여사 딴에는 남편 위한다고 이 사람 저 사람 만나 얘기를 듣는데, 말솜씨 좋은 입담꾼에게 쉽게 속아 과하게 의지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명태균씨나 ‘서울의 소리’ 이명수 기자 등 언론의 관점에서 신뢰감 높다고 볼 수 없는 이들에게 넘어간 게 대표적이다. 또 안타까운 게 여사의 휴대전화다. 소식통은 “김 여사 전화에 하루에 오만가지 문자가 쏟아진다. 여사는 답답한 마음에 그것들을 보면서 ‘이렇게 해야 하나 저렇게 해야 하나’고 휘둘리니, 주변에선 난감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여권에선 “여사가 휴대전화를 끊게 하거나, 아니면 전화기를 바꾸고 기존에 문자 주고받은 사람들과 연을 차단하는 특단의 조치라도 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십상시’니, ‘7간신’이니 구설이 끊이지 않는 ‘김건희 라인’ 비서관·행정관들의 행태도 문제다. “진짜 대통령 비서실장은 정진석 실장이 아니라 여사의 영부인 이전 시절부터 인연을 맺어온 김모 비서관”이란 뒷말까지 돈다. 그가 ‘왕명(여사의 지시)’을 출납하면 김건희 라인 비서관·행정관들이 움직여 비서실장이나 수석들도 모르는 가운데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회의에서 오간 얘기들이 김 여사에게 들어간다”는 설도 끊이지 않는다. 여권 소식통은 “김 여사가 시키지 않았어도 김 여사 라인 가운데 누군가가 회의 내용을 여사에게 갖다 바친다는 얘기가 있다. 이러니 여당에서 김 여사 라인 정리를 촉구하고 나선 것”이라고 했다.
명태균 같은 사람이 여사와 주고받은 문자를 척척 공개하고 “그런 게 2000장은 된다. (날 구속하면) 윤 대통령은 한 달이면 하야하고 탄핵일 텐데”란 말을 거침없이 해도 용산은 속만 끓이고 있다. ‘자업자득’이란 얘기가 나온다. 여당 소식통의 한숨이다. “지난 2년간 이관섭 전 비서실장 등 초기 대통령실 참모들이 위기 징후를 파악하고 대통령에게 보고하면 육두문자를 듣고 일축당하기 일쑤였다. ‘직언하려면 직을 걸어야 한다’는 말이 참모진의 금과옥조가 된 지 오래다. ‘명태균 폭탄’이 째깍거린 건 오래됐다. 참모들이 자율권을 갖고 일하는 분위기였다면 선제적으로 해결할 수도 있었을 거다. 그러나 지금 남은 참모들은 시키는 일 말고는 아무것도 못 한다. 아니, 안 한다. 그래야만 자리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천안함 폭침으로 아들을 잃고 받은 보상금 1억원과 성금 898만8000원 전액을 해군에 기증한 고(故) 민평기 상사 어머니 윤청자 여사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김 여사) 논란에 억울한 측면도 있겠지만, 대통령은 민심이 요구할 땐 들어야 한다”고 했다. ‘황산벌 전투에 나가기 전 계백 장군의 마음’을 헤아렸으면 좋겠다는 말까지 했다.
윤 대통령은 윤 여사를 ‘호국의 어머니’로 각별히 예우해 왔다. 그 마음을 행동으로 옮길 때가 됐다. 국민의 인내심이 임계치에 달해서다. 윤 대통령은 나라와 부인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대통령이) 여사를 끊어내지 않으면 절체절명의 위기”라고 어제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일갈한 국민의힘 비윤 김재섭 의원은 “‘제가 할 얘기 대신해 줘 고맙다’는 인사를 동료 의원 여럿에게 받았다”면서 덧붙였다. “친윤계 의원들이어서 저도 놀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