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5시쯤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계단에서는 지난 4일에 이어 이틀째 더불어민주당이 주최하는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집회 1시간여를 앞둔 4시 무렵부터 시민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우산을 쓴 참석자들이 몰려 좁은 계단에 서있기 비좁은 상황이 되자, 이들은 들고 있던 우산을 접어 가방에 넣었다. 집회 시작 시간엔 2000여명이 본관 앞 계단을 가득 메웠다. 대부분 파란색‧흰색 우비를 입은 참석자들은 촛불을 든 채 “위헌계엄 내란사태 윤석열을 탄핵하라” “국민이 경고한다 국민의힘도 동참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어린 딸 등 아이들을 데리고 집회에 나온 시민들도 있었다. 유모차에 2살 난 딸을 태워 온 정모(35)씨는 “애기랑 ‘민주주의 수호’ 이런 구호 외치는 걸 연습하고 왔다”고 했다. 유모차에 앉은 정씨 딸은 목도리와 방한 신발 등으로 추위에 대비한 모습이었다. 김모(54‧여)씨는 인천에서부터 7살‧5살 손주들을 데리고 국회에 왔다. 김씨는 “나도 편하게 집에 있는 게 좋지만 애들이 큰 다음에는 더 나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살아야 하니까 왔다”고 했다.
국회 밖에선 LED 촛불이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오후 5시 50분쯤 국회로 들어가던 시민들은 국회 2문(정문) 앞 노점에 깔린 LED 촛불에 잇따라 관심을 보였고, 촛불 60개 중 34개가 팔리는 데 걸리는 시간은 20분 남짓이었다. 1분에 1, 2개씩 팔린 셈이다.
집회에선 앳된 얼굴의 10대들도 눈에 띄었다. 친구 2명과 함께 촛불 대신 응원하는 아이돌의 응원봉을 들고 온 구민정(18)양은 “‘최애(가장 좋아하는 사람 등을 뜻하는 말)’를 지키겠다는 마음으로 응원봉 들고 나왔다”고 했다. 대학생인 오경현(19)씨는 “초등학교 5학년 때인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집회에 참석해 촛불을 들었다”며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는 과정과 결과 모두 위헌이다. 시험기간 이지만 시국이 시국이라 집회에 나왔다”고 했다.
이후 집회 참석자들은 오후 7시 30분 무렵부터 “만세”를 부르고 손을 들어올려 파도타기를 하면서 행진을 시작했다. 행진은 시청역과 숭례문, 서울역을 지나 용산 대통령실 인근인 남영동 삼거리까지 3.6㎞ 가량 이어졌다.
동화면세점에서 도보 8분 거리 떨어진 중구 대한문 앞에선 오후 4시부터 자유통일당 주최로 탄핵 반대 집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 모인 800여명의 시민들은 ‘문재인 이재명을 구속하라’ ‘문재인 조국’ 구속하라 등이 쓰인 손 피켓을 흔들었다. 집회가 한창인 4시 30분쯤 비가 내리기 시작하자 대부분 참석자들은 각자 준비해 온 우산을 쓰거나 우비를 입고 자리를 지켰다.
직접 ‘탄핵 반대’라고 쓰인 머리띠를 집에서 만들어 왔다는 한 김경희(60대)씨는 “5년 전 교통사고로 허리가 아파 어제(4일)도 치료를 받았지만 나라가 심각한 상황인데 아파도 나와야지 어떡하겠냐”고 말했다. 해병대 군복을 입고 집회에 참석한 이승구(70)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부터 여기 나와 싸우고 있다”며 “직장 집어치우고 여기 오면 밥도 못 먹지만 나라를 지키려면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