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尹내란죄 수사 손 떼라” 이첩요구…검·경, 유보적 반응

입력
수정2024.12.08. 오후 6:49
기사원문
정진우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오동운 공수처장은 8일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검찰과 경찰에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 혐의 등을 포함한 일체의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하라고 요청했다. 뉴스1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12·3 비상계엄 선포 사태 및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 혐의 수사를 위해 칼을 빼들었다. 오동운 공수처장은 8일 검·경을 상대로 계엄 선포 사태와 관련한 사건에 대해 ‘이첩요청권’을 발동했다. 검·경은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 관련 일체의 수사에서 손을 떼고 사건을 전부 공수처로 넘기라는 의미다.

공수처는 소속 검사 15명과 수사관 36명 전원을 수사에 투입할 예정이다. 이 경우 순직해병 사건을 포함한 다른 사건 수사는 잠정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조직 전체가 윤 대통령 내란 혐의 수사에 '올인'하는 셈이다.

공수처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금일(8일) 현재 검찰과 경찰이 수사 우선권 등을 놓고 주도권 경쟁을 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며 “이에 따라 공수처장은 중복수사 우려를 해소하고 수사의 신속성, 공정성 확보 등을 위해 이첩요청권을 행사했다”고 말했다. 공수처의 이같은 조치는 공수처법에 근거한 사건 이첩 요청 권한을 토대로 이뤄졌다.

공수처는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사태 이후 공수처의 수사가 가능한지 등을 포함해 법리검토를 이어왔다. 사진 공수처
공수처법 제24조는 “공수처의 범죄수사와 중복되는 다른 수사기관의 수사에 대해 공수처장이 이첩을 요청하는 경우 해당 수사기관은 이에 응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수처장의 사건 이첩 요청권은 강행규정으로 요청을 받은 검찰과 경찰은 이를 거부할 수 없다는 게 공수처의 해석이다.

공수처는 지난 3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오 처장 직속으로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공수처의 수사 가능 여부 및 혐의점을 둘러싼 기초적인 사실관계를 파악해 왔다. 그 결과 비상계엄 선포 사태와 이후 계엄군의 국회 무력 진입 등의 사건은 군 관계자들이 대거 포함된 사건으로 공수처의 수사를 통한 사법처리가 가능하다고 결론 냈다.

내란죄의 경우 공수처의 직접 수사대상은 아니지만,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그 고위공직자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죄로서 해당 고위공직자가 범한 죄”(공수처법 제2조)를 수사할 수 있다는 공수처법에 따라 직권남용 등의 범죄 혐의를 시작으로 내란 혐의를 ‘관련 사건’으로 규정해 수사할 수 있다는 게 공수처의 판단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공수처의 이날 사건 이첩요청권 발동은 검찰과 경찰은 각각 60여명 규모의 특별수사본부와 150명 규모의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수사를 본격화한 상태에서 이뤄졌다. 검찰 특수본은 8일 오전 1시 30분 비상계엄 선포를 계획한 핵심 피의자인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에 대한 대면조사와 긴급체포에 나섰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 전담수사팀은 이날 김 전 장관의 공관과 국방부 집무실을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들어갔다.

공수처 역시 김 전 장관 강제수사에 나서려다 법원에서 검·경과 영장 중복 청구를 이유로 기각당했다고 한다. 지난 6일 김용현 전 장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는데 법원에선 “동일 또는 유사한 내용의 영장 중복 청구”라며 “수사의 효율 등을 고려하여 각 수사기관(검찰, 공수처, 경찰 등) 간 협의를 거쳐 중복되지 않도록 조정하는 등 상당한 조치를 취해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다만 법원은 영장을 기각하면서도 공수처가 계엄 사태와 관련한 직권남용 및 내란죄에 대해서는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인정했다고 한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150명 규모의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수처의 사건 이첩 요청권은 강행규정이지만 당장 공수처 단독 수사 체제로 전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공수처법에는 사건 이첩 요청권을 발동할 수 있다는 조항만 있을 뿐, 요청을 받은 수사기관이 사건 이첩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규정은 없어서다. 경찰은 사건 이첩 요청을 당장 수용하는 대신 법리 검토에 나섰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관계자는 “공수처의 사건 이첩 요청 관련 문서를 접수했고 법리 검토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비상계엄 사태의 가장 핵심 관련자인 김 전 장관의 신병을 확보하는 등 수사 속도가 가장 빠른 검찰이 순순히 응할지 역시 미지수다. 대검찰청은 공수처의 사건 이첩 요청서 내용을 토대로 이같은 요청의 효력과 법률상 근거 등을 살펴보고 있다. 대검 관계자는 “공수처 요청 내용을 토대로 법적 검토를 하고 있다. 이첩 여부는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미 공수처법의 해석을 놓고 공수처와 수차례 기싸움을 벌여 왔다. 공수처가 직접 수사한 이후 지난해 11월 검찰에 공소 제기를 요청한 감사원 간부 뇌물 의혹 사건이 대표적이다. 검찰은 보완 수사를 요구하며 사건을 다시 공수처에 보냈고, 공수처는 “검찰은 공수처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권한이 없다”며 사건 이송을 거부했다. 이후 검찰과 공수처는 사건 이송을 놓고 기싸움을 벌이며 사건이 1년간 사실상 방치되기도 했다.

이재승 공수처 차장은 오는 9일 브리핑을 통해 검·경에 사건 이첩을 요청하게 된 배경과 향후 수사방향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