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는 소속 검사 15명과 수사관 36명 전원을 수사에 투입할 예정이다. 이 경우 순직해병 사건을 포함한 다른 사건 수사는 잠정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조직 전체가 윤 대통령 내란 혐의 수사에 '올인'하는 셈이다.
공수처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금일(8일) 현재 검찰과 경찰이 수사 우선권 등을 놓고 주도권 경쟁을 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며 “이에 따라 공수처장은 중복수사 우려를 해소하고 수사의 신속성, 공정성 확보 등을 위해 이첩요청권을 행사했다”고 말했다. 공수처의 이같은 조치는 공수처법에 근거한 사건 이첩 요청 권한을 토대로 이뤄졌다.
공수처는 지난 3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오 처장 직속으로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공수처의 수사 가능 여부 및 혐의점을 둘러싼 기초적인 사실관계를 파악해 왔다. 그 결과 비상계엄 선포 사태와 이후 계엄군의 국회 무력 진입 등의 사건은 군 관계자들이 대거 포함된 사건으로 공수처의 수사를 통한 사법처리가 가능하다고 결론 냈다.
내란죄의 경우 공수처의 직접 수사대상은 아니지만,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그 고위공직자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죄로서 해당 고위공직자가 범한 죄”(공수처법 제2조)를 수사할 수 있다는 공수처법에 따라 직권남용 등의 범죄 혐의를 시작으로 내란 혐의를 ‘관련 사건’으로 규정해 수사할 수 있다는 게 공수처의 판단이다.
공수처 역시 김 전 장관 강제수사에 나서려다 법원에서 검·경과 영장 중복 청구를 이유로 기각당했다고 한다. 지난 6일 김용현 전 장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는데 법원에선 “동일 또는 유사한 내용의 영장 중복 청구”라며 “수사의 효율 등을 고려하여 각 수사기관(검찰, 공수처, 경찰 등) 간 협의를 거쳐 중복되지 않도록 조정하는 등 상당한 조치를 취해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다만 법원은 영장을 기각하면서도 공수처가 계엄 사태와 관련한 직권남용 및 내란죄에 대해서는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인정했다고 한다.
비상계엄 사태의 가장 핵심 관련자인 김 전 장관의 신병을 확보하는 등 수사 속도가 가장 빠른 검찰이 순순히 응할지 역시 미지수다. 대검찰청은 공수처의 사건 이첩 요청서 내용을 토대로 이같은 요청의 효력과 법률상 근거 등을 살펴보고 있다. 대검 관계자는 “공수처 요청 내용을 토대로 법적 검토를 하고 있다. 이첩 여부는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미 공수처법의 해석을 놓고 공수처와 수차례 기싸움을 벌여 왔다. 공수처가 직접 수사한 이후 지난해 11월 검찰에 공소 제기를 요청한 감사원 간부 뇌물 의혹 사건이 대표적이다. 검찰은 보완 수사를 요구하며 사건을 다시 공수처에 보냈고, 공수처는 “검찰은 공수처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권한이 없다”며 사건 이송을 거부했다. 이후 검찰과 공수처는 사건 이송을 놓고 기싸움을 벌이며 사건이 1년간 사실상 방치되기도 했다.
이재승 공수처 차장은 오는 9일 브리핑을 통해 검·경에 사건 이첩을 요청하게 된 배경과 향후 수사방향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