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흔적’ 치우는 가게들…‘대통령 맛집’ 인증샷 내리거나 가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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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12.16. 오후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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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눈총에 식당 방문 사진·서명 내려가
지자체서도 국정 목표 담긴 액자 등 철거
2023년 12월6일 부산 중구 부평깡통시장의 한 떡볶이 분식집 앞에서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과 박형준 부산시장 등이 떡볶이를 먹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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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부산 중구에 있는 부평깡통시장 떡볶이 분식집. 이곳은 지난해 12월6일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참패로 실망한 부산 민심을 달래기 위해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이 ‘부산시민의 꿈과 도전 격려 간담회’를 열고 재벌 총수 등과 함께 ‘먹방’ 방문해 ‘윤슐랭’으로 유명해진 곳이다.

하지만 분식집 벽면 사진에는 주황색 테이프가 덕지덕지 붙어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재벌 총수와 박형준 부산시장이 등장하는 단체 사진 중 윤 대통령의 모습만 가린 것이다. 가게 들머리 기둥에도 윤 대통령 사진이 붙어 있었지만 현재는 ‘떡볶이’ 등 메뉴가 적힌 흰색 차림표가 자리 잡고 있다. 조아무개(63·부산 서구 동대신동)씨는 “보는 사람마다 한 마디씩 항의했을 터이니, 당연한 결과”라고 했다. 이곳 말고도 윤 대통령이 다녀간 부산 서구의 한 음식점과 초량시장, 자갈치시장, 해운대 음식가게 등에서 그의 사진과 서명 등 흔적은 모두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이 12일 집무실에 걸린 윤석열 정권의 국정지표 액자를 철거하고 있다. 광주시 제공

국회에서 대통령 윤석열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가운데 부산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흔적 지우기’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경기도 의정부시의 한 부대찌개집에서는 “의정부의 맛과 문화공간으로 더욱 사랑 받으세요”라고 적혀있던 윤 대통령의 친필 사인이 담긴 액자가 12·3 내란사태 이후 사라졌다. 이곳은 윤 대통령이 지난 1월25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C노선 착공 기념식을 하고 의정부제일시장을 방문한 뒤 식사를 했던 곳이다.

충북 청주의 한 전통시장 식당도 윤 대통령 서명과 글을 떼어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022년 4월29일 이 식당을 찾아 ‘전통의 ㅇㅇ 청주 시민들의 사랑 더욱 많이 받으세요’라는 글과 서명을 남겼다. 이 시장은 충북 최대 시장으로 선거·행사 때마다 대통령, 정치인, 연예인 등이 자주 찾는 곳이다.

강원도 춘천의 한 닭갈비 식당에서는 벽면 중앙에 잘 보이게 걸어뒀던 윤 대통령과의 기념사진이 자취를 감췄다. 대신 춘천 출신 축구선수 손흥민의 친필 사인이 붙어 있다. 춘천의 한 막국수 식당도 창틀 옆에 걸어뒀던 윤 대통령 사진을 치웠다. 닭갈비와 막국수 식당은 각각 지난 3월과 9월 윤 대통령이 민생토론회와 강원특별자치도 출범 기념식을 마친 뒤 오찬한 곳으로 유명해지면서 ‘대통령 방문 효과’를 톡톡히 누렸지만 내란 사태 이후 손님들의 눈총이 이어지자 결국 액자를 내렸다. 윤 대통령 외가가 있는 강릉의 한 순두부 식당도 윤 대통령 사진을 없앴다.

‘보수의 심장’ 대구도 예외는 아니다.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당선 뒤까지 여섯차례나 찾았던 대구 중구 서문시장 곳곳에서도 윤 대통령 흔적이 사라지고 있다. 이곳에서 칼국수집을 운영하는 70대 박아무개씨는 국회에서 첫번째 탄핵소추안이 폐기된 지난 7일 가게에 걸렸던 윤 대통령 펼침막과 친필 서명을 떼어냈다. 박씨는 “손님들이 ‘밥맛없다’며 윤 대통령을 욕하는 걸 듣기 싫어서 뜯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지난 10일 경남 창원시 한국산업단지공단 경남지역본부 마당에 있는 창원국가산업단지 출범 50주년 기념비에 검은색 페인트로 ‘내란’이라는 글을 새겼다. 민주노총 경남본부 제공

윤 대통령 휘호가 담긴 기념비도 수난을 겪고 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지난 10일 경남 창원시 한국산업단지공단 경남지역본부 마당에 있는 창원국가산업단지 출범 50주년 기념비에 검은색 페인트로 ‘내란’이라는 글을 새겼다. 기념비에는 윤 대통령이 지난 4월 쓴 글씨가 새겨져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 경남지역본부는 검은색 천으로 기념비를 가려둔 상태이다.

지방정부에서는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 잘사는 국민의 나라’ 등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 목표가 담긴 액자가 잇따라 철거되고 있다.

광주광역시는 지난 12일 강기정 시장 집무실과 각 실국, 산하기관에 걸린 ‘국정지표’ 액자를 철거했다. 강기정 시장은 “윤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더는 인정할 수 없고 국정지표 역시 신뢰할 수 없다”고 철거 이유를 밝혔다. 앞서 김현성 광주경제진흥상생일자리재단 대표도 “내란수괴 윤석열의 목표를 따를 수 없어 집무실 액자를 떼어냈다”고 밝혔다.

경기도 안양·부천, 인천 부평·계양, 대전 중구·유성 등에서도 ‘국정 운영 목표’가 담긴 액자가 집무실에서 잇따라 철거되고 있다. 차준택 부평구청장은 “국민과의 신뢰를 저버리고 민생을 도탄에 빠트린 윤석열의 국정목표를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고, 윤환 계양구청장은 “대통령의 국정 목표 액자를 떼어내니 그 뒤에 선명한 자국이 남아있다. 이제는 그 혼란의 자국을 말끔히 지우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그릴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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