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북
파이돈 편집부 지음ㅣ허윤정 옮김
을유문화사 ㅣ 256쪽ㅣ2만2000원
1년 중 이날만큼 ‘몽글몽글’한 설렘으로 마음이 들뜨는 날이 또 있을까. 크리스마스다. 그 기원은 종교적이지만 동서고금, 종교와 민족을 불문하고 전 지구적 축제가 된 지 오래다.
건축·디자인·패션 등 예술 분야의 대형 도감과 어린이 그림책으로 유명한 영국 출판사 파이돈이 펴낸 <크리스마스 북>은 제목처럼 크리스마스에 관한 모든 것을 흥미로운 도판으로 보여주는 책이다. 단순히 그림을 모아 놓은 것이 아니라 현재의 크리스마스가 갖는 이미지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그 맥락과 배경을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사람들이 ‘산타클로스’ 하면 떠올리는 특정한 이미지는 1962년 미국 매거진 ‘라이프’에 실린 코카콜라 광고에서 비롯됐다. 미국 예술가 해던 선더블롬이 표현해 낸 산타, 즉 풍성한 흰 수염에 빨간 산타복을 입은 둥글둥글하고 장난기 많아 보이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나오기 전까지 산타는 호리호리하고 사려 깊은 외양으로 사람들의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크리스마스가 사랑과 희망의 축일임을 드러냈던, 기적같은 역사적 사건도 확인할 수 있다.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4년 유럽 서부전선에서 대치하던 영국, 프랑스, 독일군은 크리스마스를 맞아 무기를 내려놓고 참호에서 나와 캐럴을 부르며 선물을 주고받았다. 이틀간 지속됐던 ‘크리스마스 정전(停戰)’이다.
파블로 피카소, 앙리 마티스, 앤디 워홀, 키스 해링 등 유명 작가의 크리스마스 작품, <반지의 제왕>을 쓴 톨킨이 자녀들에게 보냈던 크리스마스 카드, <폴라 익스프레스> 등 크리스마스를 대표하는 영화의 한 장면, 흑인 산타를 내세워 당대에 ‘파문’을 일으켰던 1963년 미국 잡지 ‘에스콰이어’ 등 200여점의 흥미로운 도판과 이야깃거리가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