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이 내건 펼침막 대전광역시 서구 안골네거리에 "이재명보다 나라가 먼저다" 펼침막이 걸려 있다. |
ⓒ 신정섭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기 며칠 전, 국민의힘은 거리에 '총리탄핵 결사반대, 이재명보다 나라가 먼저다'라는 문구로 펼침막을 내걸었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시도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대통령 만들려는 속셈"이라는 뜻일까요?
여러 번 되뇌어 읽어도 잘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12.3 비상계엄 이후 불면증과 화병(火病)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펼침막을 내건 국민의힘에게 다음 세 가지를 묻고자 합니다.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해서 꼭 답해 주시기 바랍니다.
첫째, "나라보다 이재명이 먼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누구입니까?
제 주변에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다들 '어쩌다가 나라가 이 지경이 됐나?' 한숨을 쉬며 걱정합니다. 펼침막 문구는 아마도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한 듯한데요. '권력 획득'이 정당의 존재 이유라 하더라도 국가의 이익보다 사익을 앞세우지는 않습니다. 유권자인 국민이 그런 정당을 지지할 리가 없죠.
혹시, 국민의힘이 "나라보다 이재명이 먼저"라거나, 또는 "나라보다 윤석열이 먼저"라고 생각하는 거 아닌가요? 그게 아니라면, 왜 국가의 안위보다 이재명이 대통령이 될까 봐 걱정하시는 거죠? 친위쿠데타를 일으키고 "총을 쏴서라도 문 부수고 들어가 끌어내라"고 지시한 내란의 우두머리를 왜 지키려고 안달이시죠?
둘째, 헌법재판소 6인 체제는 불완전하다면서 9인 체제 구성에는 왜 반대하나요?
내란 피의자 윤석열이 변호인을 통해 "수사보다 탄핵 절차가 우선"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럼, 대통령을 배출한 국민의힘이 그의 뜻을 받들어 탄핵 절차에 협조해야 맞는 거 아니에요? 진정 나라를 걱정하신다면, 하루속히 헌재를 완전체로 만들어 탄핵 심판을 할 수 있게 도와야 나라가 안정될 테니까요.
혹시, 국민의힘은 6인 체제가 탄핵 기각에 유리하다고 판단한 거 아니에요? 한 사람만 반대해도 윤석열은 파면되지 않으니까 말입니다. 그게 아니면, 어떻게 해서든 4월 18일까지 시간을 끌어 두 명의 재판관 임기가 또 끝나 헌재 기능이 마비되기를 바라는 건가요? 그게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는" 국민의힘 정신은 아니잖아요.
셋째, 설마 지금도 윤석열의 12.3 비상계엄이 내란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
솔직히,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얘기가 들려도 '잘못한 게 많지만 그래도 탄핵은 좀...' 이렇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12.3 비상계엄 소식을 접했을 때 '자기 무덤을 팠구나' 이 말이 나도 모르게 터져 나오더라고요. 야당이 말을 잘 듣지 않는다고 무력을 동원해 국회의원을 체포하려고 시도한 게 내란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입니까?
윤석열의 내란수괴 혐의는 이미 짙어졌습니다. 27일 검찰이 김용현을 기소하면서 발표한 중간 수사 결과 보셨잖아요. 지난 3월부터 사실상 계엄을 모의했다는 정황도 놀라웠지만, 12.3 비상계엄 당일 윤석열 대통령이 군과 경찰 수뇌부에 직접 전화를 걸어 "총을 쏴서라도 들어가 끌어내라", "국회 들어가려는 의원들 다 체포하라" 이렇게 지시했다는 사실은 지금도 믿기지 않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게 내란폭동이 아니라고요?
'정의의 칼'은 어디로 갔나요?
마지막으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님께 하나만 더 여쭤볼게요. 2024년 내란수괴 피의자 윤석열의 죄는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죄와 비교할 때 최소 백 배는 더 크다고 여겨지는데,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맡은 지금은 왜 8년 전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시절과 180도 달라진 태도를 보이시는 거죠?
권 원내대표께서는 그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 위원장이셨어요. 혹시 기억 못하실까 봐,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후 2017년 2월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최종변론에서 하셨던 마지막 진술 중 일부를 옮겨왔어요. 지금 봐도 참 감동적인 말씀이었습니다.
"국민은 선거 때에만 잠시 주권자일 뿐 평시에는 통치의 대상으로 전락한다는 대의 제도의 맹점을 보완하고, 국민을 가벼이 여긴 대의기구에 대한 신임을 거둠으로써, 국민을 다시 주인의 자리로 올려드리는 수단이 탄핵입니다. 그리고 탄핵은 법치주의의 예외 없는 적용을 통해 '모두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의 근본 원칙을 확인해주는 장치입니다. 권력에 취해 자신은 법 위에 군림한다고 착각하는 위정자를 겨누는 '정의의 칼'이 되는 것입니다."
오마이뉴스가 12.3 윤석열 내란사태와 관련한 제보를 받습니다. 내란 계획과 실행을 목격한 분들의 증언을 기다립니다.(https://omn.kr/jebo) 제보자의 신원은 철저히 보호되며, 제보 내용은 내란사태의 진실을 밝히는 데만 사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