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 쪽파전부침 연구회 권재호 전 선사고 교장이 유튜버 '종만이들'과 함께 사진을 찍은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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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수괴 윤석열 탄핵 집회가 한창이었던 지난 28일 오후, 안국역 인근 서울공예박물관 앞에서는 고소한 파전 굽는 냄새가 났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어묵과 만두도 함께 준비돼 있었다. 근처를 지나가던 시민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웃으며 공짜 파전을 받아 갔다.
종종 "트위터에서 본 그분들 아니야"라며 이들을 알아보는 시민도 있었다. 지난주 토요일 유튜버 '종만이들'이 엑스(X, 전 트위터)에 올린 이들의 영상은 조회수 480만회를 돌파하며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눈물 난다. 진짜 어른이 더 많아서 다행이다', '감사하고 맛있다', '진짜 멋진 어른들... 응원하러 꼭 갈게요!' 등의 댓글이 달렸다.
파전을 준비한 이들은 '민주 쪽파전부침 연구회(아래 연구회)'. 윤석열 정부와 꾸준히 싸워오던 퇴직 교사들과 대학무상화평준화국민운동본부,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등 시민단체들이 직접 광장에 나와 파전을 부쳤다. 음식을 나누기 위한 예산도 십시일반 돈을 모아 마련했다.
기자에게 연구회의 '정체'를 물어본 몇몇 학생·시민들은 "학교에 있을 때는 멀게만 느껴졌던 교장 선생님들이 이렇게 직접 파전을 부쳐 나눠주시니 신기하고 새롭다"며 "앞으로 집회에 올 때마다 찾아와서 응원도 해드리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싶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의 봄 세대로서 젊은 세대들에게 미안"
▲ '아기보살 어묵' 현수막 앞에서 어묵을 들고 포즈를 취한 권재호 전 선사고 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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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회 주축 멤버인 권재호씨는 87년 임용돼 작년까지 학교 현장에 있었던 전 선사고등학교 교장이다. 이전에도 혁신학교나 시민단체 관련 행사가 있을 때마다 항상 나타나 파전과 어묵을 요리하는 것으로 유명했는데, 이제는 광장의 시민들도 그 맛을 함께 보게 됐다. 그는 "이렇게 반응이 뜨거울 거라고 전혀 예상 못 했다"며 "젊은 세대의 SNS 문화가 가진 힘을 느꼈다"고 밝게 웃었다.
이렇게 광장에 나온 이유를 묻자 "제가 80학번, 딱 '서울의 봄 세대'"라며 "계엄을 경험했던 우리 세대가 그것을 끊어내지 못하고, 다시 젊은 세대들이 이런 일을 겪게 해 죄스러운 마음에 나왔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우리 세대가 계엄의 주인공이 됐으니 얼마나 쪽팔리고 미안한 일이냐"며 "쪽팔리니까 쪽파를, 속죄하는 마음으로 가지고 왔다"고 이야기했다. "파전을 먹고 젊은 세대들이 우리 세대를 용서해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교사 시절 사회 과목을 가르쳤던 권 전 교장은 집회가 한창인 광장을 바라보며 "그래도 이렇게 청년들이 정치를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살아있는 교육의 장이 열린 것은 정말 다행이다. 대통령은 제발 상식적으로 좀 생각하고 살아주길 바란다"고 힘줘 말했다.
한편 연구회 측 추산에 따르면 이날 1000명 이상의 집회 참가 시민들이 이들이 나눠준 음식을 먹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윤석열이 탄핵 되는 그날까지 매주 토요일 서울공예박물관 앞 같은 자리에서 오후 3시경부터 음식 나눔을 이어갈 예정이다. 집회 참가자라면 누구나 공짜로 '아기보살 어묵', '쪽팔린다 쪽파전', '탄핵될만두하지 만두' 등 다양한 메뉴를 맛볼 수 있다.
▲ 집회 참가자들에게 파전을 나눠주고 있는 모습. 쓰레기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파전을 뻥튀기에 담은 모습이 눈에 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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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회 참가자들에게 어묵을 나눠주고 있는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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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공예박물관 앞은 ‘아기보살 어묵’, ‘쪽팔린다 쪽파전’, ‘탄핵될만두하지 만두’를 받기 위해 모여든 이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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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교육언론[창]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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