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담, 국어사전에서 찾아봤습니다. 주로 새해에 많이 나누는 말, 그리고 남 또는 상대편이 잘 되기를 비는 말입니다. 그래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입니다. '새해 복 많이 주세요'는 덕담이 될 수 없는 거죠.
어찌 보면 뻔한 이 차이가 오늘(30일)따라 더 눈에 밟힌 건,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아래 '한경총') 회장과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아래 '대한상의') 회장의 신년사를 보고 나서였습니다. 덕담이란 말의 사전적 정의에 비춰봤을 때 두 신년사의 차이가 두드러졌기 때문입니다.
▲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23일 국무총리 서울공관에서 열린 경제단체 오찬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손경식 회장의 신년사는 '새해 복 많이 주세요'에 가까웠습니다. 손 회장은 무엇보다도 "근로시간제도의 유연성 확대와 임금체계 개편이 시급하다"고 했습니다. 또한 "연공서열식 임금체계로는 우수 인재 유치와 근로자들의 창의성과 생산성을 도모하기 어렵다"며 "임금체계 개편이 선행되어야만 정년 연장 문제도 실질적이고 유연한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함께 손 회장은 "노사 관계 선진화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과제"라면서 "대체 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 금지와 같은 노동 관련 법·제도의 개정도 서둘러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더불어 "경영 활동을 과도하게 제약하는 규제를 혁신해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전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의 법인·상속세는 투자 기피와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200자 원고지 12매 분량 신년사 중 절반 가까이가 이와 같은 내용이었습니다. 반면, 최태원 회장의 신년사 분량은 약 9매 정도였는데, 손 회장 신년사에 나타난 요구사항은 거의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글로벌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에 발맞춘 유연한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는 언급 정도였습니다.
대신 최 회장이 신년사에서 강조한 것은 기업 스스로의 혁신이었습니다. 그는 "저성장의 뉴노멀화라는 경고등이 켜진 지금, 과거의 성장공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거나 "과감한 혁신을 통해 미래 성장을 위한 토대를 다져야 할 때"라며 기업의 역할을 먼저 이렇게 강조했습니다.
"기업은 경영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합니다. 단순한 비용 절감과 효율성 개선에서 나아가, 성장의 씨앗이 메마르진 않았는지 되돌아봐야 합니다. 기업의 핵심 가치를 바탕으로 장기 전략을 수립·실행하고, 미래 첨단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인재 육성과 투자에 적극 나서야 합니다."
손 회장의 경우와 달리 '새해 복 많이 받읍시다'로 특히 읽혔던 대목입니다.
최소한, 대한상공회의소는 이 정도 차이는 보여줘야 할 책임이 있는 곳입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경제인연합회, 한국무역협회 등 민간단체와는 지위 자체가 다른 법정 경제단체이기 때문입니다. 상공회의소법 제1조에 명시된 바와 같이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그 목적으로 밝히고 있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기업만이 아니라 "생산 활동에 참여하여 소득을 얻고 그 소득으로 소비활동을 하는 소비의 주체", 즉 노동자라는 경제주체의 상황도 감안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소액주주) 사이에서 공공법인으로서의 입장이 요구되는 이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나마' 그래야 할 책임이 대한상의에 있다는 겁니다.
그럼에도 그동안 대한상의는 최근 상법 개정이나 노동조합법 개정 등 주요 사회적 의제가 제기될 때마다, 다른 민간 경제단체들과의 공동 성명에 이름을 올리는 것으로 그 입장을 대신하는 관행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 회장은 "푸른 뱀의 해인 올해(2025년)는 뱀이 허물을 벗고 새롭게 태어나듯 한국 경제가 다시 태어나야 하는 한 해"라고 강조했습니다. "옛 것을 뜯어 고치고 새로운 것으로 바꾸는 '혁고정신(革故鼎新)'의 결단이 요구된다"고도 했습니다.
이른바 '경제 6단체 공동성명'이야말로 대한상의가 뜯어 고쳐야 할 '옛것'이자 벗어야 할 허물입니다. 모쪼록 최 회장이 오늘 신년사를 통해 보여 준 그 차이만이라도, 새해 대한상의를 통해 계속 드러나길 바랍니다.
▲ 29일 서울 시내 주유소 모습. |
ⓒ 연합뉴스 |
<오마이뉴스> 경제부가 소개하는 그 외 오늘의 경제뉴스.
기름값이 11주 연속 상승했습니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12월 22일∼26일 전국 주유소 평균 판매가는 직전 주 대비 휘발유의 경우 리터당 9원, 경유는 리터당 9.7원 각각 올랐다고 합니다. 좀처럼 꺾이지 않는 이같은 상승세 주요 원인, '윤석열 리스크 + 한덕수 리스크' 등이 반영된 환율 상승이 꼽히고 있습니다.
은행이 돈을 빌려주고 받는 이자율과 예금자에게 지급하는 이자율 격차가 2023년 3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 공시에 따르면 11월 기준 시중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예대금리차가 모두 1%p를 넘어섰다고 합니다. 그만큼 이익이 많았다는 뜻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의 환경·사회적책임·기업지배구조(ESG) 개선 관련 법령 준수를 위한 기업 활동은 경영 간섭이 아니라는 내용의 개정 '불공정거래행위 심사지침'을 오늘(30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습니다. 기업들이 자회사 또는 협력업체의 ESG 규제 위반 여부 등을 실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인데요. 또 다른 '갑질'로 악용되는 부작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롯데월드가 새해 카운트다운 행사를 취소했습니다. 새해 맞이 퍼레이드 등 행사도 내년 1월 4일까지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합니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추모 조명이 잠실 롯데월드 타워에 점등됩니다. 너무나 아픈 2024년 12월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