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후쿠오카의 쿠시다 신사에 보관돼 있는 히젠도. 명성황후를 찌른 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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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오카 시내의 쿠시다 신사에 있는 히젠도(비전도, 肥前刀). 이 검은 1895년 10월 8일 새벽 명성황후를 살해한 칼이다. 전체 길이 120cm, 칼날 90cm이고 나무로 된 칼집에는 '일순전광자노호(一瞬電光刺老狐, 늙은 여우를 단칼에 찔렀다)'가 적혀 있다.
당시 명성황후를 살해한 일본 낭인 중 한 명인 토오 가쯔아끼가 쿠시다 신사에 기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쿠시다 신사에서 기증 물품을 기록한 봉납(捧納) 기록에는 "이 칼로 조선의 왕비를 베었다"라고 적혀 있다.
히젠도는 일본 에도시대인 17세기에 다다요시라는 장인이 만든 칼로 제작 당시 전투용이 아닌 살상용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쿠시다 신사는 '히젠도는 공개하지 않습니다', '향후에도 공개할 예정은 없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라는 한국어 안내문을 내걸고 히젠도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백산우재룡선생기념사업회는 지난 30일 광복회 대구지부 항일운동체험학습관에서 명성황후를 살해한 칼 히젠도를 환수하기 위한 '히젠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는 우대현 광복회 대구지부장, 박소영 대구시의회 교육위원장, 일본군 위안부 출신인 인권운동가 이용수 할머니, 혜문 스님, 최봉태 변호사 등 50여 명이 참여했다.
▲ 지난 30일 열린 히젠도 환수를 위한 토론회에서 혜문 스님이 히젠도 환수 방안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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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문 스님은 '히젠도의 의미와 환수 방법'을, 최봉태 변호사는 '히젠도 환수와 일제 피해자 문제 해결의 관련성'에 대해 주제발표를 했다. 혜문 스님은 문화재 제자리 찾기 운동에 헌신하면서 조선왕조실록, 조선왕실의궤, 보스톤박물관 진신사리 환수 등의 활동을 펴왔다.
최봉태 변호사는 우재룡선생기념사업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일제 강제징용과 위안부 문제 등의 해결과 대책 마련을 위해 활동해왔다.
혜문 스님은 일본 도쿄대에 있던 조선왕조실록을 반환 받은 사실을 들며 "진실과 거짓이 싸우면 진실이 반드시 이긴다"며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하지만 혼이 담긴 계란은 얼마든지 바위를 깰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히젠도는) 조선의 심장을 찌른 칼"이라며 "우리나라 국회가 히젠도에 대한 적절한 처분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일본 정부와 국회에 송달해 달라고 세 번이나 발의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이 칼은 형사 사건상 살인의 흉기라는 것을 명확하기 입증할 수 있기 때문에 흉기를 기념품으로 보관하는 것은 안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우리가 일본 정부를 상대로, 일본 경찰청과 검찰청을 상대로 직접 행정소송이나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좀 더 구체적으로 논의해 반드시 환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지난 30일 열린 히젠도 환수를 위한 토론회에서 최봉태 변호사가 히젠도 환수와 일제 피해자 문제 해결의 관련성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 |
ⓒ 조정훈 |
최봉태 변호사는 백산 선생의 어록을 들며 "일본 재판장이 '감히 일본 제국을 이길 수 있을 것 같으냐. 왜 독립운동을 하느냐'고 물으니 '나라를 찾을 수 있다 없다에 대해서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다. 나는 국권 회복하는 것이 조선인의 의무이기 때문'이라고 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히젠도를 찾아오는 것에 대해 '안 된다'고 하는 것은 친일파의 논리이다"며 "우리가 히젠도 칼을 보고도 가만히 있어야 되겠느냐. 되든 안 되든 간에 우리는 찾아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변호사는 "이 칼을 가져오면서 일본으로부터 사죄를 받고 '다시는 이런 나쁜 짓은 안 하겠다'는 약속을 받아야 한다"며 "이것이 진정한 한일관계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제발표에 이은 토론회에는 박지극 시인의 사회로 권택흥 더불어민주당 정책실장,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 임삼조 계명대 사회과 외래교수, 정한숙 조국혁신당 여성위원장이 히젠도 환수를 위한 토론을 벌였다.
토론에 나선 패널들은 대구에서부터 히젠도 환수운동을 벌이고 이를 기회로 한일관계가 올바르게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우대현 광복회 대구지부장은 기념사에서 "오늘 이 토론회를 통해 젊은 세대에게 제대로 된 한일관계를 물려주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며 "진정한 한일관계의 발전은 과거를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