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아침 보자", 마지막 돼버린 부부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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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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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태국인 희생자 고 두엉마니종락씨, 광주에 빈소 마련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숨진 고 두엉마니종락(46)씨의 빈소가 31일 오전 광주 광산구의 한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 박수림

"아내가 '내일 아침에 보자'고 했어요. 그게 마지막일 거라고 생각을 못했습니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사흘째인 31일 오전, 아내 고 두엉마니종락(46)씨 남편 A씨는 빈소가 마련된 광주 광산구의 한 장례식장에서 침통한 표정으로 이같이 말했다. 조문을 위해 방문한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을 향해서는 "아직 아내의 휴대전화와 지갑 등 유품을 받지 못했다"면서 "아내의 고향(태국)으로 유골함을 가지고 가고 싶다"고 전했다.

고인은 이번 참사로 목숨을 잃은 태국인 사망자 2명 중 한 명이다. 그의 시신은 지난 30일 늦은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임시 안치소에서 광주의 장례식장으로 안치됐다.

이날 오전 10시쯤 빈소가 마련되면서 A씨를 비롯한 유족들이 자리를 지켰다. 지방자치단체장과 제주공항 관계자들이 빈소를 찾았고, 점심 이후부터는 고인이나 유족의 지인으로 보이는 이들이 조문을 이어갔다.

영정 속 옅은 미소, 비통한 유족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숨진 고 두엉마니종락(46)씨의 빈소가 31일 오전 광주 광산구의 한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이날 정오께 조문을 한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이 유족을 만나 위로를 전하고 있다.
ⓒ 박수림

영정사진 속 고인은 청재킷을 입고 옅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주변은 흰 국화와 꽃들이 감싸고 있었다. 그의 이름이 쓰인 위패 앞에는 대추, 감, 곶감, 배, 사과 등이 올랐다.

이날 정오께 고인의 빈소를 찾은 강 시장은 A씨를 위로하고 대화를 나눴다. 고인의 유족은 다른 이들에 비해 비교적 일찍 장례 절차를 밟게 됐는데, 이에 대해 A씨는 "아내의 얼굴이 (비교적) 온전해서 (시신) 수습을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내의 친구가 많이 있는데 연락할 방법이 없다"며 "휴대전화와 지갑 등을 비롯해 아직 아내의 유품을 받은 게 없다"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부부는 지난 2019년 결혼했다. 최근에는 두 사람이 함께 아내의 고향 태국에 들렀는데 A씨가 조금 일찍 한국에 돌아왔고 고인은 며칠 뒤 한국에 돌아오던 중 참사로 유명을 달리했다. A씨는 "마지막 통화 때 아내가 '내일 아침에 보자'고 말했다"며 "평상시처럼 금방 올 줄 알았다. (그 통화가) 마지막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또 "아내의 고향(태국)에는 (아내의) 부모님과 친척 등이 있는데, 아버님이 건강 문제로 한국에 오시기가 힘들다. 장례가 끝나면 제가 (태국으로 가) 찾아뵐 예정"이라며 "아내 고향으로 유골함을 가지고 가고 싶다"고 밝혔다.

강 시장은 조문 후 장례식장 1층 로비에서 취재진과 만나 "전남도와 제주항공 측에 장례 이후 고인의 유족이 태국을 방문할 수 있도록 지원을 요청했다"며 "(고인이 유가족과) 이렇게 이별하게 돼 참으로 안타깝다. 광주, 전남의 따뜻한 마음이라도 유족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했다.

고인의 장례는 이날부터 3일 장으로 치러지며 1월 2일 발인 될 예정이다. 광주광역시는 이번 참사로 숨진 179명 중 관내 희생자가 85명이라고 밝혔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숨진 고 두엉마니종락(46)씨의 빈소가 31일 오전 광주 광산구의 한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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