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에는 험지 중의 험지라는 서울 도봉갑에서 이번에 승리한 김재섭 국민의힘 당선인을 처음 만난 건 2021년 여름으로 기억합니다. 당시 주간조선에 '청년유감'이라는 칼럼을 쓰고 있던 '필자 김재섭'에게 후배들과 함께 저녁을 대접하는 자리였습니다. 한여름 냉면집에 나타난 그는 반팔, 반바지 차림이었습니다. 얼핏 팔뚝이 제 허벅지만 해 보이는 건장한 청년은 매일 체육관에 출근하는 '헬스 매니아'라며 자신의 별명이 '헬스부장관'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별명은 체육인들이 붙여줬다. 여의도에서 헬스인을 위한 목소리를 내는 유일한 사람이어서 그렇다"며 "원래 헬통령(헬스 대통령)이었는데, 제가 헬통령까지는 아닌 것 같고 헬스부장관까지는 괜찮은 것 같다고 해서 감사한 마음으로 받았다"고 웃었습니다.
그는 곧 식사 자리에서 제 귀를 사로잡았습니다. 금배지를 노리는 젊은 정치인 입에서 흔히 나오는 '뻔한' 소리를 예상했다가 꽤 '신선한' 얘기들에 귀가 솔깃해졌습니다. 그는 자신이 정치를 시작한 이유를 법안으로 설명했습니다. 이러저러한 법들을 만들고 싶다고 했는데 아주 구체적이고 타당해 보이는 것들이었습니다. 그는 우리나라의 보건정책이 치료 중심의 고비용 저효율 정책이라면서 이걸 예방 중심의 저비용 고효율 정책으로 바꿔보고 싶다고도 했습니다. 보건 정책이 바뀌려면 체육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면서 이런저런 얘기들을 했는데 '헬스부장관'답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이날 이후에도 그는 신선한 면모를 여러 차례 보여줬습니다. 언젠가 그는 주간조선 칼럼에 '목욕당이 그립다'고 썼습니다. 원고를 받아보고 '뭔 소린가?' 싶었는데 이것도 30대답지 않은 속이 꽉 찬 소리였습니다. 그는 여의도 선배들한테 전해들었다면서 국회의원 회관 지하에 있던 '목욕당의 전설'을 글로 썼습니다. 본회의장이나 상임위에서 치열하게 싸우던 여야 의원들이 알몸으로 의기투합이나 물밑협상을 하던 진짜 목욕탕 얘기입니다. 그는 '국회의원 모두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날것의 상태로 나누는 대화에는 아무래도 여유와 양보가 묻어났을 것'이라며 '지금의 정치는 지나치게 삭막하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재명 대표 취임도 각각 1년이 훌쩍 넘은 상황에서 그 흔한 영수회담도 아직 없다'고 썼습니다.
그는 자기 또래의 젊은 정치인들에게는 '목욕당'이 도시괴담처럼 들린다고 썼지만 실제로는 비슷한 걸 실천하는 듯했습니다. 그가 현직 여당 당협위원장이란 걸 감안해 그의 칼럼과 맞물리는 젊은 야당 정치인들의 글을 나란히 내보내기로 했을 때 그는 선뜻 몇몇 야당 필자들을 소개해줬습니다. 이번에 민주당 경선에서 아깝게 탈락했지만 권지웅 전 비대위원이나 이동학 전 최고위원도 구체적인 목표를 갖고 정치를 시작한 젊은이들입니다. 권지웅 위원은 '전세사기', 이동학 위원은 '쓰레기' 해법을 정치권에서 추구해 왔습니다.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도 같이 어울리는 젊은 정치인들을 보면서 국회가 젊어지면 '목욕당'이 부활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도 품었습니다.
이번주 커버스토리는 김재섭 당선인의 험지 승리 100일의 기록입니다. 그가 다시 고배를 마시든 기적처럼 승리하든 젊은 보수 정치인이 자신의 터전에서 일궈가는 시간들을 소개하는 것이 우리 정치 발전에 보탬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100일을 관찰하고 기록했습니다. 김 당선인을 비롯해 이번에 당선된 모든 분들에게 축하를 드리며 22대 국회의 건투를 빕니다. 독자님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