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하며 수의사 자택에서 '집중 치료' 받은 뒤 죽은 동물들
문제 발생하면 연락 피하는 병원…피해자 측 "진단서 허위, 면허 정지 사안"
16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충남 아산경찰서는 A동물병원 원장 B씨, 수의사 C씨, 동업자 D씨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해 수사에 착수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이들은 동물보호법 위반(동물 학대) 및 수의사법 위반(무면허 진료 행위, 과잉진료 행위) 혐의를 받는다.
원장 B씨는 그간 경기도 안양시와 서울 강남구 등지에서 동물병원을 운영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2019년 11월경부터 운영한 아산시 A동물병원에서는 피해자 10명이 모여 공동 대응 중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B씨 병원에서 논란이 된 사안은 2005년부터 최근까지 확인된 것만 19건에 달한다. 그중 동물이 죽은 사례는 드러난 것만 8건이다.
사건을 대리하는 법률사무소 위너스 이주윤 변호사는 "명백한 사실관계가 있는 피해자 위주로 고소장을 접수했다"며 "병원만 갔다 오면 동물이 죽어 나가는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하니까 고소를 못 하는 피해자들은 답답할 따름"이라고 밝혔다.
피부병·중성화 입원, 죽은 강아지들…기록 요구에 원장 "내 눈이 정답"
피해자들은 A병원 측이 입원 및 수술을 종용하고 잘못 처치했을 경우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동물을 치료할 때 보호자가 같이 있으면 불안해하니 맡겨두고 가라는 식이다. 그러나 수의사 자택에서 '집중 치료'를 받던 동물 중 일부는 사망해서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피부병으로 입원했다가 지난해 12월 주검으로 돌아온 닥스훈트 강아지 '뭉치'가 대표적 사례다. 원장 B씨는 집중 치료 기간 보호자의 연락을 받지 않다가 뭉치가 죽은 사실을 뒤늦게 알렸다. B씨는 보호자에게 "열심히 돌봤는데 새벽에 죽길래 허무해서 잤다"고 설명했다.
2주 재입원하고 퇴원했을 때 보호자는 다른 동물병원에서 앵두 피부가 개복됐고 조직이 괴사됐다는 사실을 알았다. 원장이 제거했다던 스테이플러 심도 앵두 몸속에 그대로 있었다. 보호자는 B씨에게 '의료행위상 주의의무 위반'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해 1심에서 승소했고, 병원 측은 항소했다.
같은 해 11월 A병원에서 슬개골 탈구 수술을 받은 포메라니안 강아지 만두는 '수술 사기'를 당했다. 퇴원 후 만두가 경련을 일으키자 B원장은 만두에게 심장병이 있다며 심장 주사를 맞혔다.
그러나 경련은 계속됐고, 보호자가 다른 동물병원에서 검사한 결과 심장엔 이상이 없으며 '피부 절개만 돼 있고 속에 슬개골 탈구 수술 흔적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B원장에게 진료 기록 및 수술 후 검사 결과를 요구했으나 B원장은 "없다"며 "잘 걷고, 내 눈이 정확한 답"이라고 답했다.
계속되는 물음에 B씨는 더 이상 연락을 받지 않았다. 결국 율무는 다른 동물병원에서 응급으로 수술 부위를 소독하고 가봉했다. 만두와 마찬가지로 '이전에 슬개골 탈구 수술을 받은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는 진단을 받고 재수술했다.
'구글' 검색 이미지로 검사 결과 조작? 약물 설명도 잘못돼
A병원은 병리 조직 진단 결과를 조작하고 약물을 오용한다는 의혹도 받는다.
2020년 10월 페키니즈 강아지 밍키는 중성화 수술을 한 지 5일 만에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B씨는 "강아지 상태가 안 좋았다"며 "악성 종양이 발견됐다"고 했지만 병리 조직 진단 결과 보고서는 인터넷에 검색하면 나오는 종양 이미지와 2016년 미국 수의병리학 콘퍼런스 자료에 나오는 사진으로 이뤄져 있었다.
밍키 보호자 가족인 수의사 E씨는 "보통 악성 종양이라면 병리 검사 근거들이 있어야 하는데 (보고서에) 진단명과 사진만 2개 올려놨다"면서 "보고서 자체가 너무 허술해 수의사 지인들이랑 확인해봤는데 인터넷 검색해보면 나오는 사진들이었다"고 전했다.
포메라니안 미미(가명)가 목에서 떼어낸 종양에 대한 병리 조직 진단 결과 보고서에 나오는 사진도 기자가 '구글'에 이미지 검색을 하자 2018년 게시글 등에서 발견됐다. A병원은 조직 검사를 수의사이자 대학교수인 C씨가 근무하는 연구실에 의뢰한다고 밝혔다. 그 결과 '편평세포암'이라는 진단이 나왔지만 보호자가 다른 병원에 검사를 의뢰했더니 '지방종'이라는 결과를 받았다.
또 A병원은 작은 수술을 하거나 스케일링을 할 때 마취제 대신 전마취제인 '아트로핀'을 쓴다고도 밝혔다. B원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아트로핀'은 교감신경을 억제해주면서 외부 환경에 놀라지 않게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복수의 수의사 및 수의학 교수에게 확인한 결과 아트로핀은 "부교감 신경을 억제하는 약물로 동물을 차분하게 하거나 진정시키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답을 받았다.
'무료 수술' 제안 뒤 상태 악화 '반복'…동물병원 측 "악의적 민원"
의문점은 A병원에서 의료사고가 계속해서 발생하는 배경과 이유에 남는다. 피해자들은 "처음에는 수술이나 시술을 무료로 해주겠다고 하는 등 호의를 베푸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잘못된다"며 고의적인 동물 학대를 의심한다. 동물 건강 상태가 악화했을 때 진행한 검사 결과가 없고 진료부 공개를 거부하는 점도 의구심을 더한다. 현행법상 동물병원 진료부 공개는 의무가 아니다.E씨는 "처음엔 시세보다 저렴한 치료비로 유혹한 뒤 자꾸 뭐가(질병이) 생겼다고 한다"며 "암이라고 했을 때 그대로 믿는 사람들은 '이 병원 아니었으면 모를 뻔했다'고 생각하지만 조직 검사 결과가 거짓인 것을 보면 유인해서 자꾸 병을 만들어내 비용이 오히려 더 많이 나오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병원 측이 의료 과실 책임을 안 지려고 돈을 받지 않는 것 같다는 의견도 나왔다. 율무 보호자는 "강아지가 배탈로 내원했을 때는 돈을 다 받다가 슬개골 탈구 수술을 하라고 해서 결제하겠다고 하니 '병원비 말씀은 하지 마세요. 제 마음 아시잖아요'라고 했다"며 "무료로 해달라고 한 적도 없는데 책임을 회피하려고 돈을 안 받는 것 같다"고 밝혔다.
동물법 전문 한재언 변호사는 "조직 검사를 안하고 한 것처럼 꾸민 건 검사비를 받았으니 '사기'에 해당하고, 진단서를 허위로 기재한 건 면허 정지 사안"이라며 "수술 후 개복·괴사된 건 응급 진료가 필요한데 특별히 처치를 안해 과잉 진료 행위로 수의사법 위반이 성립한다"고 밝혔다. 이어 "(피부가) 벌어져 있는 사실을 알면서도 고의로 방치하고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았다면 동물보호법 제8조 제2항 동물학대 부작위범으로 성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병원 측은 "(일부 고객이) 특정 목적을 가지고 비방 및 명예훼손, 모욕 등을 일삼는다"며 "수십 차례 민원과 허위 고소로 1년 이상 시달리고 피해를 받고 있다"는 입장이다. 정확히 어떤 처치를 했는지 진단서를 통해 밝히지 않는 데 대해선 "이미 나쁜 뜻으로 소송하러 온 사람들한테 줄 의무가 없다"며 "병원 내규에 해당하면 주겠다"고 말했다.
B원장은 2011년 서울 강남구에서 미등록 동물병원을 운영하며 미용을 받으러 내원한 몰티즈 '딸기'가 온몸에 상처를 입은 채 죽어 문제가 된 전력이 있다. 그는 재물손괴 및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다. 당시 사건이 동물보호단체에 의해 공론화되자 B씨는 병원을 접고 전북 익산으로 내려갔다. 익산경찰서에 이첩된 사건은 전주지검 군산지청에서 무혐의(증거 불충분)로 종결됐다.
'딸기 사건' 때 실제 미용을 맡았던 D씨는 당시 경찰 수사를 받지 않았다. 수의사 면허가 없는 D씨는 현재도 병원에서 '부장'이라 불리며 가운을 입고 상주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B씨는 "30년 동안 수천억 건을 진료하며 죄는 하나도 없었다"고 밝혔다. 또 "D씨에게는 급여를 준 적이 없고 병원 직원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