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정치권 합심, 불확실성 제거해야
‘비상계엄 후폭풍’으로 인해 경제 불안과 외교 공백에 대한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정치 불안에 따른 불확실성이 가장 큰 리스크이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 하방 리스크가 커졌다”면서 “중국 경기 둔화와 미국 무역 정책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외부 역풍에 직면해 있다”라고 경고했다. 우리 경제 안팎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국책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진단마저 나왔다. 미국 경제매체 포브스가 “계엄령 대가로 한국이 일본과 같은 잃어버린 10년의 길을 갈 수 있다”고 전망한 대목도 뼈아프다. 대한민국이 퍼펙트 스톰(초대형 복합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다.
외환과 주식시장은 연일 살얼음판이다. 원·달러 환율은 이미 1430원 선을 돌파했다. 원자재 수입이 많은 기업은 고환율에 직격탄을 맞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고 한다. 코스피는 9일 2.78% 급락해 1년 1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래 수출산업으로 급부상한 K방산에서도 부정적 신호가 터져 나오고 있다.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방문 일정을 접었고, 스웨덴 총리는 비즈니스·산업·에너지장관, 무역장관을 동반한 방한 일정을 전격 취소했다고 한다. 사우디아라비아 왕자 등의 방한 계획도 무산됐다. 그 와중에 소비 심리와 부동산 시장은 얼어붙고, 연말 특수까지 사라져 서민과 소상공인·자영업자의 곡소리만 커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외교 공백이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2기 출범을 앞두고 관세 협상 등 경제 외교가 산적해 있지만, 이를 해결할 대한민국 수장이 사라진 까닭이다. 오죽했으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계엄보다 트럼프 관세가 경제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을 정도다. ‘국가 정상’으로서 권한과 대표성이 없는 한덕수-한동훈 2인 체제로는 정상적 외교는 물론이고, 급변하는 세계정세를 헤쳐 나갈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동맹국과의 중대한 외교 안보 일정, 미중 경제전쟁, 글로벌 공급망 재편 같은 핵심 의제를 다룰 정상 외교가 취소되거나 속속 보류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가 간 정상외교에서 한국만 소외되고,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느껴질 정도이다.
어떤 경우라도 계엄 후폭풍이 경제와 민생까지 덮치게 놔둘 수는 없다. 국정에는 어떤 공백도 발생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금융 시장과 경제 안정성 확보·유지, 기존 정책과 예산의 효율적 실행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정치권도 국가가 어려울수록 민생·경제·외교·안보에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음을 명심하기를 바란다. 비상시국에 걸맞게 정부와 여야 정치권이 힘을 모아 비상한 대응으로 서민과 기업의 피해를 막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와 여야 정치권, 학계 등 모든 사회 지도층은 이번 사태로 인한 국가적 불확실성을 최대한 빨리 제거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