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도 안 돼 한도 소진… 모바일 신용대출도 ‘오픈런’ [얼어붙은 돈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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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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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행 일일 한도 부여해 제한
2주 전부터 전세대출 일시 중단
시중은행도 비대면 대출 막아
고신용자조차 제2금융권 내몰려
금융당국 가계대출 규제 여파
내년 사실상 ‘대출총량제’ 부활


BNK부산은행이 모바일 비대면 신용대출에 일일 한도를 걸어 대출 제한에 나섰다. 가계 대출 억제를 위한 정부 정책에 따른 조치다. 대부분의 은행이 한도를 줄이거나 비대면 대출을 걸어 잠그고 있어 실수요자조차도 돈 빌리기 어려운 ‘대출 한파’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부산은행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 은행은 모바일 신용대출에 일일 한도를 부여해 대출을 제한되고 있다. 은행의 대표적인 대출 상품인 ONE 신용대출 상품은 오전 9시부터 모바일 신청이 가능하지만 은행이 정한 하루 한도액을 넘길 경우 대출이 중단된다.

이날 〈부산일보〉 취재진이 오전 10시께 모바일 신용 대출에 접속했지만 ‘금일 신청 가능한 한도가 모두 소진되었다’는 안내 문구가 떴다. 일일 한도가 대출 시작 1시간도 안 돼 다 소진된 것이다. 부산은행은 대환 대출도 일일 한도를 적용해 운영하고 있다.

전세대출은 지난달 28일부터 전세사기 관리, 시스템 고도화 등을 이유로 비대면 대출이 막혔다. 부산은행은 17일께 비대면 전세대출을 재개하고 신용대출의 경우 올해 중 재개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부산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이 신용대출을 사실상 잠정 중단하면서 대출이 몰리는 풍선효과를 우려해 제한적 비대면 체제를 운영 중이다”며 “서민금융,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출은 가능한 상태다”고 말했다.



대출 제한이 걸린 것은 부산은행 뿐만이 아니다. 앞서 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은 이달 초 비대면 가계대출 상품 판매를 한시적으로 중단했다. 우리은행은 대출 억제를 위해 일부 신용대출 상품의 우대금리 항목을 최대 1.4%포인트(P) 없앴다. BNK경남은행, 광주은행, iM뱅크 등도 주담대, 전세대출 등 주요 대출 상품 판매를 연말까지 전면 중단했다.

은행들의 이 같은 조치는 금융 당국의 가계대출 규제에 따른 조치다. 금융 당국은 최근 은행별 대출액이 이미 올해 초 각 은행이 제출한 계획 수준을 넘어설 경우 내년에 필요한 대출한도를 줄이는 사실상의 ‘대출총량제’를 부활시키기로 했다. 은행 입장에서는 연말 신규 대출액을 줄이는 보수적 대출 운영을 할 수밖에 없게 됐다. 금융당국은 내년 경상성장률 내에서 가계대출 증가 폭을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대출 한파’는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자연스레 제기된다.

11일 오전 10시 부산은행 모바일 뱅킹 대출 신청 화면 캡처.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실소유자들은 제2금융권, 캐피탈 등으로 내몰리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SBI저축은행의 고신용자 대상 상품인 ‘SBI퍼스트대출’의 지난 10월 기준 신규 취급액 중 신용점수 900점 초과(NICE 기준) 비중은 전월(40.18%) 대비 5.04%P 오른 45.22%로 집계됐다. 고신용자조차도 저축은행의 고금리 대출을 빌린다는 의미다.

비상계엄 후폭풍으로 지속되고 있는 고환율도 대출 실수요자들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환율이 1400원대에 머무는 ‘강달러’가 지속되면 은행들은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대출을 늘리기 어렵다. 원화 가치가 떨어질수록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외화 부채의 원화 환산액이 늘어난다. 위험 관리 차원에서 대출을 줄이는 선택을 해야한다.

신규 대출자의 진입을 막고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낮은 중소기업·소상공인·저소득층에 대한 대출 공급도 보수적으로 취급할 가능성이 높다. 내년 하반기에는 개인의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규제 시행도 예고돼 있다.

지역 금융권 관계자는 “내년 초까지 가계대출의 경우 금리가 지금과 비슷하거나 낮아짐에도 실제 대출을 받기는 쉽지 않은 환경이다”며 “대내외적으로 은행은 건전성을 지켜야하고 정부의 가계대출 기조가 유지되면 비대면 대출의 한도 제한은 내년 상반기까지는 수시로 걸릴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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