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한 단체의 창립 기념행사에 다녀왔다. 농산어촌에서 미래의 리더를 양성하기 위해 애써온 단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날 청년세대를 보기는 어려웠다. 이제는 백발이 된 ‘농민 활동가’의 모습을 반갑게 맞았을 뿐이다. 농촌이 고령화되는 만큼 농민 활동가도 고령화되고 있음을 뼈저리게 느꼈다.
기후위기 관련 행사는 완전히 다르다. 대다수가 청년세대다. 스타트업 창업자, 금융 투자자도 관심을 보인다. 단체 활동가 중에는 변호사, 고학력 유학파도 있다. 이들은 낯선 외국 자료를 가공해 눈길 가는 보고서를 작성할 줄 안다. 공동체의 미래를 위해 헌신하는 청년들의 존재는 귀하다.
기후위기와 농촌 농업 문제는 긴밀하게 얽혀 있다. 농촌은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를 가장 심각하게 겪는 곳이자 동시에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자신의 공간을 내어줘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총선을 앞두고 실시된 대규모 여론조사에서는 기후위기 대응에 적극적인 ‘기후 유권자’가 전남 지역에 가장 많다는 결과가 나왔다. 60세 이상에서 기후 유권자 비중이 가장 높다는 점도 놀라웠다. 주로 농촌에 사는 나이 든 이들이 가뭄, 홍수, 산불 같은 피해를 직접 겪었기 때문이라고 풀이됐다.
3월29일 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지원에 관한 법률(농촌공간재구조화법)이 시행됐다. 도시처럼 농촌도 계획에 따라 지구별로 특화시켜 효율화하겠다는 게 골자다. 그중에는 물론 ‘재생에너지 지구’도 있다. 핵심은 주민의 동의와 참여다. 법 시행 소식을 뒤늦게 접한 농촌에서 염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걸 보면 이번에도 불충분했던 모양이다.
어떤 이들은 ‘농민을 지나치게 우대한다’라며 불만을 터뜨린다. 과연 그럴까. 농민은 점점 소외되고 있다. 대파 값 논란이 상징적이다. 도시민의 장바구니를 걱정할 뿐, 언론에서든 정부 대책에서든 가장 큰 피해 당사자인 농민의 이야기는 쏙 빠져 있었다. 기후위기 대응 과정에서도 농민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상상해본다. 농촌이 기후활동가들의 거점이 되는 풍경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