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친화경영, 불확실성 시대 기업의 핵심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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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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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1월 말 발족 주한유럽상의 ‘가족친화미래포럼’
공동위원장 스테판 언스트 총장과
크리스토프 하만 한국머크바이오파마 대표
계엄·탄핵 충격에도 “차질 없이 진행”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가 지난 11월 말 발족한 '가족친화미래포럼(FFFF)'의 공동위원장, 스테판 언스트 ECCK 총장과 크리스 하만 한국머크바이오파마 대표. ⓒ주한유럽상공회의소·한국머크 제공


저출생·고령화는 한국 사회는 물론, 한국에 진출한 기업들에도 생존이 걸린 문제다. 이대로라면 경제 성장 둔화와 기업 경쟁력 하락을 피할 수 없다는 경고 속, 국내에서 활동하는 유럽계 기업들을 대변하는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가 지난달 '가족친화미래포럼(FFFF)'을 발족했다.

한국머크바이오파마(한국머크), 아데코코리아가 공동 위원장(Co-chair)을 맡고, 지멘스로지스틱스, 한국GSK, 한국노바티스, 부산국제외국인학교 등 6개 사가 포럼 창립 기업으로 참여했다. 정부·학계 중심이 아닌, 민간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포럼이란 점도 눈에 띈다.

스테판 언스트 ECCK 총장과 크리스 하만 한국머크 대표는 가족친화경영은 기업 생존의 필수 요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최근 한국의 정치적 격변과 불확실성 증대 속에서도 변치 않는 중요한 과제라며, 더 많은 기업의 참여를 독려했다.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가 지난 11월26일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호텔에서 가족친화적인 기업문화 조성을 위한 '가족친화미래포럼(Family Friendly Future Forum)' 발족식을 열었다. ⓒ주한유럽상공회의소 제공


"가족친화경영, 여성 남성 모두에 혜택...기업 성과와도 직결"



"20년 넘게 다양한 기업을 경험해 보니, 여성들의 경력 발전에 대한 열망도 커졌지만, 남성들도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더 소중히 여기고자 하는 욕구가 커지고 있습니다. 가족친화적 정책은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혜택을 줄 수 있습니다. 기업의 명성과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죠."

독일 스킨케어 업체 바이어스도르프에 20여 년간 몸담았고, 유럽·남미·중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경험을 쌓은 언스트 총장의 말이다.

그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조직이 더 효과적이고 우수한 결과를 달성한다"고 강조했다. 독일의 '2023 가족친화적 기업 모니터' 보고서를 인용해 "가족친화경영을 실시한 기업 직원의 82%가 일·가정 균형에 만족했고, 이는 직원 충성도 확대에 기여했다. 가족친화적 기업 문화가 뿌리내린 기업의 이직률이 더 낮다"고 했다. 국내 300대 기업을 분석한 결과, 가족 친화적인 '인구경영'을 펼친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노동자 1인당 평균 매출액이 2.7배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2024).

1인 가족, 비혼·동거 가족, 다문화 가족 등 달라지는 가족 형태도 고려해야 한다. 언스트 총장은 "다양한 가족 구성원 모두를 존중하며, 이들을 사회의 일원으로 지원해 모두의 연대와 포용을 촉진하는", 나아가 "어린이, 노인, 반려동물까지 그 권리와 복지를 존중"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스테판 언스트 ECCK 총장이 지난 11월26일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호텔에서 가족친화적인 기업문화 조성을 위한 '가족친화미래포럼(Family Friendly Future Forum)' 발족식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주한유럽상공회의소 제공


유연근무 활성화에 직원 만족도↑, 능력 따라 승진하니 여성 리더 ↑



한국머크는 가족친화경영 모범 사례로 꼽힌다. 독일에 본사를 둔 글로벌 제약회사로 주력 분야는 항암·난임 치료제다. 한국머크 직원들은 오전 7~10시에만 출근하면 중간 휴식 시간을 포함해 자율적으로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 주 2회 재택근무도 자유로이 쓸 수 있다. 하만 대표 본인도 직접 주 1~2일 재택근무를 하며 세 자녀의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일정을 조율한다.

여성 고위직 비율도 높다. 하만 대표는 "현재 리더십 팀의 60% 이상이 여성"이라며 "이는 성별이나 가족 상황에 관계없이 능력과 실적에 따라 직원을 승진시키려는 노력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한국머크는 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난임 극복 노력 등을 인정받아 지난 10월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과 서울시가 수여하는 '넉넉한 부모시간 지원 우수기업' 시상식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았다. 앞서 4월 서울시 선정 '일·가정 양립 우수 기업'에도 선정됐다.

ECCK도 유연근무제와 하이브리드 근무제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언스트 총장은 "복지 정책이 마련되어 있어도 충분히 활용되지 않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휴가 사용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크리스토프 하만 한국머크 대표가 지난 10월 29일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과 서울시 주최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4년 제4차 인구2.1 세미나'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수상하고 있다. ⓒ한국머크 제공


"기업 내 편견 깨야...리더의 확고한 의지가 관건"



하만 대표는 가족친화경영을 위해 한국 기업들이 '무의식적 편견'을 깨야 한다고 본다. 그러려면 "가족 친화적인 정책의 이점, 편견의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포괄적인 교육 프로그램과 개방적인 소통 문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단순히 정책을 갖추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직원들이 경력개발이나 승진에 영향을 받지 않고 이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리더의 확고한 의지가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회사의 문화는 리더로부터 시작됩니다. 리더들은 분위기와 문화를 설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팀장들도 동일한 책임을 다하도록 해야 합니다."

하만 대표는 "리더들이 출산휴가를 사용하거나 유연근무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이고, 이러한 정책을 사용하는 직원들을 인정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며 "예를 들면 사무실에서 다 함께 출산을 축하하거나 부모가 아기와 함께 사무실에 오도록 초대하는 식"이라고 덧붙였다.



탄핵 정국 불확실성 우려에도 "포럼 차질 없이 진행"



포럼 발족 일주일 후인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비상계엄을 선언했다. 그 후폭풍으로 국내에서 활동하는 글로벌 기업들도 혼란을 겪고 있으나, 두 대표는 불확실성 속에서도 더 많은 기업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가족친화미래포럼'은 인구 위기 극복이라는 대한민국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ECCK와 각계가 함께 하는 노력의 여정으로 차질 없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가족친화미래포럼은 기업, 학계, 정부, 공공기관 등의 협력을 통해 한국의 인구 위기 해결을 위한 실질적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ECCK 회원사가 아니어도 가족친화적 정책에 관심 있는 조직이라면 참여할 수 있다. 언스트 총장은 "내년 2월 개최될 'ECCK 지속가능성 어워드'에 '다양성, 형평성, 포용'(DEI) 부문을 신설했다"며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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