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한미사이언스는 이사회 정원 변경, 신규 이사 선임 등의 안건을 두고 오는 28일 주총 개최를 예고한 바 있다. 주총 표결에서 3자 연합 측이 승리한다면 이사회 정원이 10명에서 11명으로 늘고, 신동국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이 신규 이사로 선임된다. 사실상 3자 연합 측이 그룹 경영권을 갖게 되는 셈이다.
다만 한미사이언스 측은 해당 주총에서 정관변경은 불가능하며, 이사진이 재편돼도 임종훈 대표를 중심으로 한 경영 체제는 2027년까지 지속된다고 못 박았다. 오히려 내년 3월과 내후년 3월 정기주총에서 3자 연합 측 이사진 3명과 송영숙 회장의 임기가 각각 만료될 경우, 임 대표 측을 지지하는 이사진 진입이 가능해지면서 지주사 지배력이 보다 강력해진다는 설명이다. 임종훈 대표는 “한미그룹은 지주사 한미사이언스를 통해 지배되고, 그룹 경영을 오너 일가나 특정 대주주가 아닌 전체 주주들의 신임을 받는 이사회를 통해 이뤄진다”며 “제3자나 기타 세력들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이 아닌, 지난 3월 주총을 통해 주주들의 선택을 받고 현재 이사회의 신임을 받고 있는 저를 중심으로 현행 체제가 지속된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계열사 한미약품의 경영권 또한 확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이사진 구성은 임종훈 대표 측이 불리한 구조지만, 내년 3월과 내후년 3월 정기주총을 통해 3자 연합 측 이사진 임기가 대거 만료될 경우 임 대표 측 이사진 기용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임 대표는 “한미약품 이사회는 2025년, 2026년에 걸쳐 인적 교체가 이뤄지는데, 그 사이 저에 대한 이사회의 신임이 강해질 것”이라며 “2026년 3월이면 완전한 경영권 확보가 가능하다”고 했다.
이를 위한 중장기 성장전략도 공개했다. ▲신규 TA(치료영역) 확대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외부 유망 혁신 기술과 물질 선점 ▲헬스케어 밸류체인 사업 다각화 ▲제약 원료 CDMO 사업 확대 ▲온라인팜 유통 역량 강화 등이다. 적극적인 M&A를 통해 사업 영역도 기존 제약사업 외에 건강기능식품, 기능성화장품, 퍼스널케어 등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한미사이언스는 이 같은 전략을 달성하기 위해 최대 8000억원의 추가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임종훈 대표는 “그룹 이익을 1조원대로 키울 계획”이라며 “이사회 지원을 바탕으로 지금보다 안정된 경영 환경을 구축하고, 그룹 임직원, 이사회, 주주들의 신임을 받을 수 있는 글로벌 한미그룹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어 “경쟁환경 속에서 기업의 미래가 아닌 사익을 위해 비 전문가가 경영에 간섭하는 것은 회사를 망칠 것”이라며 “편을 갈라 앞잡이 역할을 하고, 사익을 취하는 무리는 모두 회사를 떠나야 한다”고 했다.
한편, 3자 연합 측은 전날 한미사이언스가 공시한 이 같은 성장 전략을 두고 “한미사이언스의 가치를 훼손하면서 작성한 밀실 보고서가 외부세력 유치를 통한 일부 주주의 부채 탕감에 활용돼선 안 된다”며 “한미사이언스 자본 30여억원을 투입해 개발한 보고서라고하기에는 지난해 한미그룹이 도출한 전략보고서를 짜깁기한 수준이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미약품 대표도 모르고 전혀 상의된 바 없는 중장기 전략에 30여억원을 투자한 말도 안 되는 상황”이라며 “형제 측은 한미사이언스의 미래 가치를 고민하기보다, 본인들의 이익을 위한 방향으로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미사이언스 김용호 경영지원 상무는 “발표 전략은 회사에 합류한 후 전문가와 컨설팅 내용을 바탕으로 준비했다”며 “지난 9월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당시 이사진에게 보고했고, 송영숙 회장도 그 자리에서 ‘좋은 이야기’라고 평가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현재 송영숙 회장은 해외 출장 중으로 알고 있는데, 오늘자 자료에 발언이 나왔다. 송 회장과 소통이 된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