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는 보통 어린 시절에 진단되지만, 어른이 된 후에야 알게 되는 사례도 꽤 있다. 전형적인 의심 증상이 두드러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다. ‘지금껏 치료하지 않고도 잘 살았다’며 놔뒀다간 향후 우울증으로 번질 수 있으므로 가급적 빠르게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어떤 때에 성인기 ADHD를 의심해봐야 할까?
인하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정섭 교수는 “게임, 독서, 공부에 집중을 나름 잘 하는 사람이어도 ADHD일 수 있다”며 “하나에 지나치게 몰두하느라 다른 일에 신경을 전혀 못 쓸 때 특히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회사에서 해야 할 일이 여러가지라면, 중요도에 따라 집중력을 50%·30%·20%처럼 분산해 모두 끝마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ADHD 환자는 그나마 흥미 있는 일에만 100% 몰두하느라 하기 싫은 나머지 업무는 손도 대지 못한다. 주의·집중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단순히 집중 ‘시간’이 짧은 것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일의 중요도에 따라 집중력을 분배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용한 ADHD 환자는 산만하다기보다는 덤벙거리는 쪽에 가깝다. ▲일 할 때 실수가 잦고 ▲한번 시작한 일을 계속 집중해 끝마치기가 어렵고 ▲물건을 자주 잃어버리고 ▲정리 정돈을 잘 하지 못하고 ▲계획을 잘 세우지 못하고 ▲약속을 자꾸 잊어버리는 등의 증상을 주로 보인다. 고려대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지수혁 교수는 “타인과 대화한 내용을 자꾸 잊어버리거나, 지루하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업무·집안일을 하기 어려워 하는 사람도 상담을 받아보길 권한다”고 말했다.
A씨는 “회사나 단체 생활에서 나의 실수로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가는 일이 반복되니 우울증이 생겼다”고 말했다.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인향 교수는 “치료하지 않으면 사회생활과 일상생활에서 고전하며 우울증 같은 심리 질환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초기부터 병원에서 치료하길 권한다”며 “생애 어느 시기든 ADHD로 인해 자해·타해 같은 행동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성인기 ADHD도 약물치료가 가능하지만, 인지 행동 치료를 통한 습관 개선이 더 중요하다. ADHD 치료 약물은 일시적으로 흥분을 줄여 사람을 차분하게 만든다. 산만한 ADHD에는 효과가 큰 반면, 원래 과잉 행동이 두드러지지 않던 조용한 ADHD 환자에겐 덜할 수 있다. 김인향 교수는 “성인 ADHD의 경우, 동반 증상을 완화하고 지역 사회에서 직업을 얻고 스스로 적응해서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 치료 목표”라며 “생활 습관 개선 노력이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수혁 교수는 “주의·집중력이 낮더라도 계속 훈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떤 문제를 개선하고 싶은지, 목표부터 세워야 한다. 이후 문제를 해결해나가면서 자신감을 얻는 게 중요하다. 성인 ADHD 환자들은 시간 관리를 못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시간 관리에 특히 신경 쓰도록 한다. 단순한 일상 계획표부터 가볍게 짜 보는 것이 좋다. 잠들기 전에 내일 할 일을 30분 정도 생각하고, 꼭 해야 할 일만이라도 정해두는 식이다. 하려고 마음먹은 일을 막상 다 하지 못할 것 같다면 계획표를 도중에 수정해도 괜찮다. 본인의 하루 행동을 되돌아보고 개선점을 찾기 위해 일기를 쓰는 것도 권장한다. 길고 상세하게 쓰지 않아도 된다. 오늘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만 간단히 써도 효과가 있다. 그날 한 행동의 목록을 만든다고 생각하면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