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익거래 수요가 영향 미쳐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내외 가상자산 시장이 요동치면서 가상자산 거래량이 크게 증가했다. 비상계엄 직후 국내에서 패닉셀(공포 매도) 현상이 발생한 데다 역김치프리미엄을 이용해 차익을 노린 거래가 해외 거래소로 번진 탓이다. 가상자산업계는 한국의 가상자산 시장이 글로벌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거래량 급증이 해외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12일 가상자산 데이터 분석 플랫폼 크립토퀀트에 따르면 비상계엄 직후 일주일인 지난 3일부터 9일까지 7대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바이낸스·바이비트·OKX·코인베이스·쿠코인·크라켄·업비트)의 가상자산 거래 규모는 649억달러(약 93조원)로 집계됐다. 비상계엄 직전 일주일(11월 26일~12월 2일) 거래량은 479억달러(약 69조원)인데 이와 비교하면 주간 거래량은 35.5% 증가했다.
지난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발표한 직후부터 한국발 가상자산 매물이 대거 시장에 나오기 시작했다. 당시 국내 가상자산 이용자들은 급작스러운 비상계엄 발표에 패닉셀 현상을 보였다. 현금으로 급히 바꾸려는 가상자산 매물이 쏟아지면서 업비트 비트코인 가격은 30분 만에 1억3000만원대에서 8800만원대까지 급락했다.
게다가 비상계엄 사태를 저가 매수의 기회라고 판단한 이용자들도 동시에 몰렸다. 비상계엄 전날인 2일 업비트의 일일 거래량은 2억달러(약 2862억원)인데 비상계엄이 발동된 3일 업비트 일일 거래량은 5억달러(약 7155억원)로 2배 이상 뛰었다. 매도 및 매수 이용자가 함께 몰리면서 업비트·빗썸·코인원 등 국내 일부 가상자산 거래소의 접속에 1시간가량 지장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후 역김치프리미엄을 이용한 차익 거래까지 발생하면서 해외 거래소 이용량도 덩달아 늘어났다. 역김치프리미엄이란 국내 가상자산 시세가 해외 거래소 시세보다 떨어지는 현상을 뜻한다. 비상계엄 직후 업비트 비트코인 가격은 한때 8800만원대까지 떨어졌지만 같은 시각, 바이낸스 등 해외 거래소에서는 여전히 1억3000만원대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국내 거래소에서 가상자산을 사고 해외 거래소에서 팔아 차익을 남기려는 양상에 해외 거래소 거래량까지 덩달아 상승했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정치 상황으로 비트코인·이더리움·리플 등 유명 가상자산의 국내 거래소 가격이 순간적으로 폭락했다”며 “국내 거래소와 해외 거래소 간 시세 차익을 얻으려는 거래도 발생해 거래량이 더욱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가상자산 시장 규모를 고려하면 국내에서 발생한 가격 급등락이 글로벌 거래 규모에 충분히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