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사들 '소급입법금지' 원칙 내세우며 저지 계획
(서울=뉴스1) 이유진 기자 = 내년 3월 도입하는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의 법적 지위가 교과서가 아닌 교육 자료로 전락할 위기에 처하자 발행사들이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포함한 공동 대응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18일 교육계에 따르면 발행사들은 AI 교과서를 참고서와 같은 보조 자료로 규정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하기 전 의견을 모아 기자회견을 열거나 성명문을 발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한 AI 교과서 발행사 관계자는 "법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되기 전 발행사들끼리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고 이전처럼 성명문을 발표하거나 기자회견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발행사들과 한국교과서협회는 이달 4일과 지난달 26일 공동 성명서를 통해 교과서 지위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발행사들은 개정안이 마지막 절차인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할 경우 정부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는 방안과 법적 대응까지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안이 기존 검정 심사를 통과한 발행사들에까지 영향을 끼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또 다른 발행사 관계자는 "국회 본회의 결과를 지켜보긴 해야겠지만, 정국 분위기상 본회의도 통과될 것 같다"며 "정부에 재의요구권을 요구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최후엔 개정안이 기존 발행사들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법적 소송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야당 주도로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개정안에는 '이 법 시행 당시 종전의 규정에 따른 교과용 도서 중 개정규정에 해당하지 않는 것은 교과용 도서(교과서)가 아닌 것으로 본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개정안 시행 이전 검정 심사를 통과한 AI 교과서들도 교과서 지위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발행사들은 소급입법금지 원칙에 따라 소송을 통해 이를 저지하겠다는 것이다.
소급입법금지 원칙이란 어떤 행위를 행한 당시 국회 법 규정이 없었다면 합법으로 분류하며 후에 생긴 법을 적용해 심판할 수 없다는 의미다.
AI 교과서가 모든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채택해야 하는 교과서와 달리 교육 자료로 전락하면 학교장 재량에 따라 학교에서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이에 발행사들 사이에선 각 학교들의 채택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현 시기에 개정안이 통과돼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개정안이 법사위를 통과한 당일 한 시도교육청에 AI 교과서 시연회를 다녀온 발행사 관계자는 "지난주보다 AI 교과서를 체험하러 온 선생님들이 많이 줄어든 게 느껴졌다"며 "발행사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