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기능올림픽 2위도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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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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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제23회 국제기능올림픽 선수단 귀국 환영식 장면. 자료 국가기록원


손재주는 우리가 영원히 세계 최고일 줄 알았다. 국제기능올림픽(WorldSkills)에서 1등을 하는 건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처음 출전한 1967년부터 모두 19차례나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1980년대까진 기능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차지해 국위를 선양하고 돌아오면 선수들을 위한 카퍼레이드도 펼쳐졌다. 꽃다발을 목에 건 채 군용 지프차에 올라 태극기를 흔들며 서울 시내를 지나가는 선수단에 시민들은 색종이를 날렸다. 카퍼레이드는 우리나라가 첫 번째 종합 우승을 차지한 77년 이후 매번 진행됐고 85년까지 이어졌다.

□ 카퍼레이드가 사라진 뒤에도 우리나라는 2010년대 중반까지 딱 두 차례만 빼면 종합 우승을 독차지했다. 철옹성이었던 국제기능올림픽 종합 우승 신화가 깨진 건 2017년 44회 대회다. 우린 금은동 각각 8개씩 메달을 땄지만 종합 점수에서 279점에 그쳐, 중국(281점)에 밀리고 말았다. 이후 정상을 탈환하지 못하고 있다. 15일 프랑스 리옹에서 폐막된 47회 대회에서도 우리나라 선수단은 종합 2위에 머물렀다. 중국은 1위를 지켰다.

□ 가난하고 내세울 것도 없었던 시절 손재주 하나로 세계를 제패한다는 건 국민적인 자신감과 자긍심을 올려주는 일이었다. 경제 발전의 큰 밑천이 됐다. 지금은 시대가 바뀐 만큼 기능올림픽 종합 우승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사실 종합 2위도 훌륭하다. 다만 기능인에 대한 사회적 존중과 관심이 예전 같지 못한 건 아쉽다. 대회가 열린 줄도 몰랐다. 그나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기능올림픽 폐막식에 참석해 선수들을 격려했다고 하니 다행이고 고맙다. 국가가 해야 할 일을 기업이 했다.

□ 기능인의 땀과 노력이 없었다면 한강의 기적도 없었다. 인공지능(AI)과 로봇이 지배하는 세상이라지만 그런 AI와 로봇도 결국 사람의 손으로 만든다. 이 회장의 말대로 “기술 인재는 포기할 수 없는 핵심 경쟁력”이다. 이런 기술 인재를 키우려면 무엇보다 기능인을 존중하고, 학벌 대신 실력으로 평가하는 시스템이 정착돼야 한다. 무관심 속에서도 선전한 기능올림픽 선수들과 지금 이 순간에도 산업 현장에서 땀 흘리고 있을 수많은 기능 명장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5일(현지시간)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국제기능올림픽 폐회식에 참석, 국가대표 선수단과 셀피를 촬영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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