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최근 전북 장수군의 한 마을에선 청년회 가입 연령을 70세까지로 올렸다. 주민들 가운데 60세 이상이 절반을 넘어서며 이젠 ‘70세 청년’까진 궂은일을 도맡아야 하는 상황이다. 서울시는 각종 노인 복지 혜택의 연령을 65세에서 70세 이상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일률적으로 적용해온 기준을 사안별로 달리하겠다는 이야기다. 인구 감소로 세수는 줄었는데 노인은 늘어 더 이상 재정을 감당할 수 없다. ‘지공’(지하철 공짜) 65세 기준도 올라갈 공산이 커 보인다.
□ 65세가 노인의 기준이 된 건 1981년 노인복지법이 제정되면서다. 남성의 기대 수명이 63세도 안 되던 때다. 지금은 건강에 대한 관심과 의학의 발전에 기대 수명이 83세까지 늘었다. 요즘 나이는 0.8을 곱해야 옛날 나이 개념과 비슷해진다는 주장도 나온다. 청장년 못잖은 신체 나이를 자랑하는 노년층도 많다. 이처럼 팔팔한 노인인 65세 이상 인구가 이미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 진입도 초읽기다. 노인 기준을 75세까지 올려야 한다는 이중근 대한노인회장의 제언은 더 미루기 힘든 사회적 과제다.
□ 다만 65세 노인이 되면 누릴 것으로 고대했던 혜택을 갑자기 단숨에 빼앗을 순 없는 만큼 충분한 논의와 점진적 추진은 필수다. 단순히 나이만을 잣대로 동일한 복지 혜택을 주는 게 적절한지도 생각해볼 대목이다. 사실 40여 년 전엔 대부분의 노인이 가난했고 소득도 없었다. 지금은 노인 절반이 일한다. 일부 노인은 역대 가장 큰 자산가다. 부의 양극화로, 노인도 다 같은 노인이 아니다. 맞춤형 지원이 요구된다.
□ 어쩌면 노인의 기준과 자격으로 더 중요한 건 나이가 아니라 인격인지 모른다. 노인들이 진정 원하는 것도 혜택보다 존중일 수 있다. 사실 나이가 든다고 모두 어른이 되는 건 아니다. 노인은 많지만 '진정한 어른'은 드물다. '성공한 노인' 중엔 불통도 적잖다. 매사 감사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며 나눌 줄 아는 인품을 갖춘 ‘어른’이 많아지고, 이런 어르신을 진심으로 공경하며 예우할 줄 알아야 건강한 사회다. 우린 모두 노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