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요금은 언급 없어...수시 인상은 가능
불안정한 정국, 인상 어려울 듯
정부 "10월 산업 전기료 인상해...탄핵과 무관"
한국전력이 2025년도 1분기(1~3월)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기로 결정했다. 한전의 이런 결정 배경에는 빚이 40조 원 가까이 되는 상황이라 추가 인상 가능성도 없진 않지만 12·3 불법 계엄 사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안 가결 등 불안정한 정국이 길어지면서 정부와 긴밀한 협의가 필요한 요금 인상은 어려울 거란 해석이 나온다. 정부는 10월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이 있었으니 또 한 번 올리는 걸 고려하지 않는다며 최근 정치 상황과는 직접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전은 23일 2025년 1분기 적용 연료비조정단가를 킬로와트시(kWh)당 5원으로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 전력량요금(기준연료비), 기후환경요금, 연료비조정요금으로 구성된다. 이 중 분기마다 공개되는 연료비조정요금은 해당 분기 직전 3개월 동안 유연탄·액화천연가스(LNG) 등 연료비 변동 상황을 전기요금에 반영하기 위한 것으로 ㎾h당 ±5원 범위에서 결정된다.
이번에 공개된 연료비조정요금은 처음엔 연료 값 하락에 따라 kWh당 -5.1원으로 산정됐지만 최대치인 +5원으로 결정됐다. 2022년 3분기부터 줄곧 같은 단가의 적용이다. 정부는 한전에 "한전의 재무 상황, 연료비조정요금 미조정액이 상당한 점 등을 고려해 올해 4분기와 동일한 금액을 적용한다"며 "한전은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구 노력도 철저히 이행하라"고 통보했다. 한전 누적 적자는 3분기 기준 37조6,906억 원, 누적 부채는 204조 원(2분기보다 1조3,000억 원 증가)이다. 즉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연료비조정요금을 인하하지 않는 대신 전력 수요가 많은 겨울철임에도 다른 요금은 건들지 않은 것이다.
올겨울 동안 추가 인상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통상 전기요금 인상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전력량 요금 등 다른 요금들은 시시때때로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10월 산업용 전기요금도 9.7% 인상했다. 하지만 전기료 인상은 정부와 긴밀한 소통이 필요하고 국민 생활에 끼친 영향도 큰 만큼 탄핵 정국 속에서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거란 해석도 나온다. 한전 관계자는 "인상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정부와 소통이 필수적인 만큼 (지금 같은 상황에선) 올리기 어려울 거란 우려가 나오는 듯하다"고 했다.
정부는 아직 전기요금 인상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10월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려 전체적으로 조정이 이뤄진 지 두 달밖에 되지 않았다"며 "현재 검토되고 있는 안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재무 상황, 에너지 가격 등 인상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탄핵 등 국내 정치 상황과의 연관성은 떨어진다"고 선을 그었다. 가정용 전기요금은 2023년 5월 올린 게 마지막이다.
한편 정치적 불확실성은 발전 계획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부는 원전 4기 건설 계획을 담은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을 마련해 국회 보고를 앞두고 있었는데 불법 계엄 사태 이후 국회가 탄핵안 처리 중심으로 돌아가면서 상황이 빠르게 바뀌었다. 1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보고는 없었고 26일 열릴 안건심사소위원회에도 보고는 예정에 없어 11차 전기본 확정은 내년으로 미뤄지는 수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