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 측 "주주 보호하려면 충실의무 대상으로 명문화 필요"
반대 측 "일반적 의무 규정은 추상적, 기업 혼란 가중"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을 두고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8단체와 참여연대가 공동 주최한 토론회에서 찬성과 반대 측 입장이 평행선을 달렸다.
대한상의와 참여연대는 27일 서울시 중구 대한상의에서 '밸류업과 주주 보호의 주요 쟁점과 과제' 세미나를 개최하고 양측 의견을 대변하는 전문가를 나란히 세워 토론에 나섰지만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상법 개정 찬성 측은 상법에 주주 보호 의무를 명문화해야 권리를 보호할 수 있다고 강조한 반면 반대 측은 주주 보호 의무 규정이 경영 불안을 불러올 것이라고 맞섰다.
찬성 측 발표를 맡은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외국에 비해 한국의 주주이익 보호가 미흡하다는 국내외 투자자들의 전반적인 인식이 우리 자본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회사의 의사 결정이 일반 주주 이익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법원이나 이사회가 심도 있게 검토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주주 보호 의무 명문화로 힘을 실어야 한다고 밝혔다.
반대 측 발표를 맡은 권용수 건국대 KU글로컬혁신대학 교수는 "이사의 주주에 대한 의무는 추상적이고 불명확해 구체적 행동 지침과 책임 범위 등이 제시되고 판례가 축적될 때까지 기업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해외 사례와도 비교하면서 "영미법은 합병 등의 경우 제한적으로 주주에 대한 직접 의무를 인정하나 일반적 법적 책임을 규정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112714050005797)
상법 개정안, 30일 법사위 공청회 예정... 대한상의 "기업 입장 전달할 것"
이어진 토론에선 더 실질적인 문제도 나왔다. 반대 측 지인엽 동국대 교수는 상법 개정으로 행동주의펀드의 기업 경영권 탈취 시도가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며 "기업이 단기 실적에만 치중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찬성 측의 천준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은 지배 주주 사익편취 문제를 지적하며 "개별 규제로 대응한다면 지난 30년간의 실패를 반복하는 것"이라 말했다.
현재 상법 개정안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했으며 특히 개인 투자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도 30일 공청회를 열고 개정안 통과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반대 입장인 재계는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대한상의는 "입법 진행 경과를 지켜보며 다른 경제단체들과 함께 상법·자본시장법 등 개정안이 기업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