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자들 "슬픔·책임감에 나섰다"
참사 추모하며 식사·방한용품 등 지원
31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 2층 3번 게이트 앞에서 진중천(64)씨가 유족들을 다독이며 말했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족들을 돕기 위해 전날 새벽부터 자원봉사를 시작했다는 진씨는 "참사 소식을 듣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며 "상황이 마무리될 때까지 유족들 곁에서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가족을 잃고 비통함에 빠진 유족들을 도우려는 손길이 2024년 마지막 날에도 이어졌다. 사고 직후부터 공항에 모인 수백 명의 봉사자들은 끼니를 거르는 유족들에게 식사를 권하거나 생수, 방한용품, 세면용품 등을 나눠 주며 위로를 건넸다.
"작은 위로되길"... 식사, 방한용품 쏟아져
이날 전남도 등에 따르면, 공항에 나온 자원봉사자 수는 오후 1시 기준 16개 단체, 300여 명에 달했다.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지사는 사고 발생 직후인 29일 공항 1층에 간이부스를 설치해 생수와 담요 등을 전달했고, 전남자원봉사센터는 떡국, 전복죽 등을 준비했다. 이 밖에 수십 개 단체들이 간단히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김밥, 빵, 라면을 제공하거나 공항에서 밤을 지새우는 유족들을 위해 세면용품, 휴대폰 충전기를 지원했다.
봉사자들은 유족들의 마음을 달래고 어루만지는 역할도 하고 있다. 공항 주차장 커피 차에서 따뜻한 음료를 만드는 신경숙(52)씨는 유족들의 사연 하나하나를 귀기울여 듣고 있다. 신씨는 "유족들이 답답한 마음을 토로하신다"며 "한 해의 마지막 날을 고통 속에서 보내시는 유족들에게 음료 한 잔이 작은 위로가 되면 좋겠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이들은 슬픔과 책임감에 공항에 오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밥차에서 점심 식사를 준비하던 서준백(54)씨는 "준비되지 않은 이별의 슬픔을 조금이나마 나누고 싶어 나왔다"면서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반복되는 참사에 책임도 있다고 생각해 반성하게 된다"고 털어놨다. 같은 대학 같은 과 친구가 참변을 당했다는 김홍수(23)씨 역시 "가까운 이가 이렇게 떠나 마음이 좋지 않았다"면서 묵묵히 구호용품을 정리했다.
분향소에도 이어진 나눔 손길... 선결제도
공항에서 멀지 않은 무안종합스포츠파크의 일반분향소 등에서도 봉사자들은 유족과 추모객에게 식사와 따뜻한 차, 방한용품을 챙겨줬다. 밥차에서 식사를 준비하던 유모(63)씨는 "몸으로라도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마음에 오게 됐다"면서 "애도하는 마음으로 이곳을 지키고 있다"고 눈시울을 훔쳤다.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 때 화제를 모았던 '선결제 문화'도 등장했다. 전날 오전 무안공항 2층의 한 카페에는 '봉사자 및 유가족은 아메리카노나 카페라테 드시길 바랍니다. 선결제 되셨어요'라는 문구가 적힌 안내문이 붙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기부자가 음료 200잔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