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작전 곳곳에 尹 정권의 하나회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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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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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모교 '충암고' 출신, 군정·군령권 쥐고 계엄 주도…정보 계통 요직도 장악
해군 출신 합참의장 대신 육참총장 선택…"사전 교감 충분했을 것"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 12월3일 오후 10시24분께 윤석열 대통령은 긴급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45년 만의 계엄령 선포에 우리 사회는 일순간 모두 '패닉(Panic)' 상태에 빠졌다.

윤 대통령의 발표 직후 상황은 급박하게 흘러갔다. 같은 날 오후 11시. 계엄사령관으로 임명된 박안수 육군참모총장(대장)은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며 '계엄사령부 포고령(제1호)'을 발표했다.

군 정예부대인 1공수여단이 국회에 투입돼 국회 보좌진들과 대치를 벌이기도 했다. 계엄군은 국회 창문을 부수고 회관에 진입했다. 탄창을 장착하진 않았지만, 총기를 소지한 탓에 유혈 사태로 번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불안에 휩싸인 시민들은 "인터넷도 막히는 것 아닌가" "장갑차와 군인들이 서울 도심을 활보하고 있다"고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발표한 가운데 12월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입구를 계엄군이 통제하고 있다. ⓒ뉴시스


음모론인 줄 알았던 8월 김민석의 '계엄 준비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처음 윤 대통령의 '계엄 준비설'을 제기할 때만 해도 정치권에선 그저 음모론으로 치부했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8월 당 회의에서 "국방장관의 갑작스러운 교체와 대통령의 뜬금없는 반국가 세력 발언으로 이어지는 최근 정권 흐름의 핵심은 국지전과 북풍(北風) 조성을 염두에 둔 계엄령 준비 작전이라는 것이 근거 있는 확신"이라고 했다. 

이후 9월에도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의 지속적인 반국가 세력 척결 주장과 대통령 부부가 수사 대상에서 벗어나려는 동기는 그들이 권력에 비정상적으로 집착할 개연성을 높이고 있다"고 했다. 김 최고위원 등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9월 계엄법·국가배상법 개정이 담긴 '서울의 봄 4법' 발의를 통해 계엄 선포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비상계엄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충암파'(윤 대통령이 졸업한 충암고등학교 출신 측근 그룹)에 대한 첫 언급은 8월12일 나왔다. 윤 대통령이 김용현 당시 대통령실 경호처장(육사 38기)을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자 야당에선 "계엄 대비용 인사"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이 충암고 4년 후배인 이상민을 행안부 장관에 앉힌 데 이어 국방장관 자리에까지 충암고 1년 선배인 김 처장을 앉혔는데, 계엄법상 대통령에게 비상계엄 선포를 건의할 수 있는 건 행정안전부 장관과 국방부 장관뿐이기 때문이다.

충암파로 불리는 대통령의 충암고 선후배들이 군정·군령권은 물론, 실병력 동원과 통제에 필수적인 정보 계통의 요직을 장악하게 된다는 것이 야당 논리였다.

대북 특수정보 수집의 핵심 기관인 777사령부 수장 박종선 사령관은 물론, 방첩사령부의 여인형 사령관(중장)도 충암파로 분류된다. 박근혜 정부 시절 계엄령 문건을 작성한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의 후신인 방첩사는 계엄 선포 시 주요 사건 수사를 지휘하고 정보·수사기관을 조정·통제할 합동수사본부가 꾸려지는 조직이다.

계엄 선포 후 윤 대통령은 계엄사령관에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을 임명했다. 통상 계엄령이 선포되면 합참의장이 계엄사령관을 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규정에 따르면 합동참모본부가 계엄과 관련된 업무를 맡고 있고, 합참 조직에 계엄과가 있기 때문이다.

군 내외부에선 김명수 합참의장이 해군 출신이다 보니, 육사 출신인 박 총장을 선택한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군 소식에 정통한 관계자는 "팔은 안으로 굽을 수밖에 없다. 수뇌부에선 계엄 상황에 김 의장보다 박 총장이 전략적 판단을 잘할 수 있을 것으로 본 것"이라며 "계엄을 앞두고 사전 교감이 충분히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박 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앉힌 이유가 기무사 계엄 문건을 참고해 이뤄진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과거 기무사는 계엄 문건에 "계엄사령관은 군사대비태세 유지 업무에서 벗어나야 하며, 현행 작전 임무가 없는 각 군을 지휘하는 지휘관을 임명해야 한다"며 "육군 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건의한다"고 적시했다.

특전사 예하 제1공수여단이 국회에 투입된 것을 두고는, 지리적으로 국회와 가장 가까이 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다. 실제 1공수여단은 서울 강서구에 있는데, 국회의사당이 위치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과 매우 인접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9월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김용현 신임 국방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계엄사령관을 맡았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12월5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비상계엄 선포 경과 및 병력동원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계엄 동의 못 한다"…비상계엄 발표에 소신 밝힌 류혁

대중의 관심사는 이제 박 총장의 거취다. 법조계에선 이번 계엄에 가담한 계엄사령관, 특전사령관, 수방사령관, 방첩사령관, 작전부대장이 위법한 행위를 했다면 모두 책임을 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이 다수다. 특히 비상계엄 진행 절차상 위법성이 발견될 경우 강등을 넘어 파면, 해임 등의 징계를 받을 수도 있다고 봤다.

검찰 출신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계엄사령관을 포함한 군 지휘부가 비상계엄의 위법성을 인지한 채 행동에 옮겼다면, 내란죄 공범으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 물론 내란죄가 인정될지 여부에 대해선 수사를 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회에선 창문을 부순 계엄군에 대한 채증(증거를 수집하는 행위)도 진행한 상황이다. 군 검사 출신 문건일 변호사(법무법인 일로)는 "창문을 깬 행위 자체는 재물 손괴에 해당한다. 법적으로 구속 요건의 해당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계엄군뿐만 아니라, 비상계엄 진행 과정에서 공문서를 상부에 전달하거나 문서 작업을 했던 군 공무원들 역시 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문 변호사는 "이들이 '상관의 말을 듣고 이행한 것뿐'이라고 주장하겠지만, 비상계엄 요건에 해당하는지는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위치이기에 위험할 수도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후 정부 각 기관이 비상체제에 돌입했을 때, 이에 반발해 사직서를 제출한 공무원도 있었다. 류혁 법무부 감찰관이다. 류 감찰관은 12월4일 MBC와의 인터뷰에서 공무원이라 해도 위법한 지시는 따르면 안 된다고 소신을 밝혔다. 

계엄 선포 당시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소집한 회의에서 류 감찰관은 "계엄과 관련된 회의에 참석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생각하고, 계엄과 관련된 명령이나 지시는 이행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이에 박 장관은 "그렇게 하세요"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법무부 7층 장관 회의실엔 고위간부 열댓 명이 모인 상황이었다.

류 감찰관은 윤 대통령의 검사 후배로, 심우정 검찰총장과 사법연수원 동기이기도 하다. 5년 전 검찰을 나온 그는 다시 개방형 직위인 감찰관으로 2년 넘게 일했다. 류 감찰관은 "전두환 전 대통령을 법정에 세우는 데까지 십수 년이 걸렸다. 이번 일 역시 얼마가 걸리든 간에 내란죄로서 각 가담 정도에 맞게 상응하는 처벌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류 감찰관은 "위법한 계엄에서 출발한 명령이라면 공무원으로서의 통상적인 직무 수행에 해당하는 경우라도 이를 따르는 것은 아우슈비츠의 가스실을 운영한 간수 같은 입장인 것"이라고 했다. 동시에 그는 검찰 후배들을 향해 "대한민국이 헌법국가로 영원히 남아있는 한 내란 행위로 분명히 규정될 것이고,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상황을 잘 생각해서 현명하게 처신해 주기를 바랄 뿐"이라고 했다.

'사퇴'한 김용현…남은 軍 장병들은 '허탈·실망·분노'

비상계엄을 건의했던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12월5일 윤 대통령으로부터 면직을 재가받았다. 신임 국방부 장관 후보로는 최병혁 주사우디 대사가 지명됐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최 후보자를 "국방안보 분야 전반에 넓은 식견을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후방 각지의 야전 경험이 풍부한 작전 전문가"라고 치켜세웠지만, 군 내부 반응은 여전히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1공수여단 군인들은 비상계엄 작전에 투입되며, '최정예 계엄군'이라는 오명을 덮어쓰게 됐다. 반면 책임을 져야 할 김 장관이 사의를 밝히며 군을 부랴부랴 떠나는 모습에 군 장병의 사기가 꺾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계엄 과정에서 일부 군인의 얼굴이 담긴 모습이 유튜브와 뉴스 등을 통해 전파됐는데, 김 장관은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도 보이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박 총장이 12월5일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 출석한 자리에서 "포고령이 내려갔다는 내용과 그 관련 내용을 전파하라는 (김용현 국방부) 장관 지시에 의해 조지호 경찰청장과 세 번 정도 통화를 했다"고 말해 파장이 예상된다. 이후 조 청장은 포고령 내용을 확인하고, 서울경찰청에 전체 국회 출입통제 지시를 내렸다. 현재 검찰은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상황이다.

창군 이래 처음으로 장관 직무대리 체제에 들어간 국방부는 신임 장관 임명 때까지 김선호 차관이 장관 직무대리로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통상 후임 장관이 지명되면 청문회를 거쳐 취임 전까지 전임자가 장관 업무를 수행한다. 특히 국방부는 국가 안보와 직결된 만큼 핵심 장관직이라 이 같은 관례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국민적 반감 확산과 야당의 국방부 장관 탄핵안 발의 등 엄중한 사안을 고려해 윤 대통령이 바로 김 장관의 사의를 수용하고 면직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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