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박용환·박병립·최승진·박은평·장병문·허주열·황원영·문은혜·이성락·김태환·이한림·정소양·이중삼·최문정·최의종·이선영·우지수·이라진·서다빈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미처 기사에 담지 못한 경제계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덥고 습한 날씨가 반복되지만 일일 이동량이 평소보다 증가하는 여름 휴가철입니다. 자동차나 비행기 등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빈도도 부쩍 늘어나는 시기인 만큼 안전 관리도 중요시되는 시기인데요. 그러나 이번 주 경제계는 안전 관리를 잘했다고 보기 어려운 소식들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습니다.
우선 전기차 화재가 잇따르면서 휴가철 여행 계획을 세운 차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고요.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인수 과정에서 시세조종 혐의를 산 카카오의 김범수 창업자가 결국 구속 기소 처리되면서 주가는 물론 인공지능(AI) 등 향후 준비 중인 사업들도 난항을 겪을 것이 전망도 나왔습니다.
다행인 점은 '티메프 사태'로 피해를 본 사업자를 위해 은행권이 구원투수로 나섰다는 소식인데요. 다만 은행권도 사회적 책무를 다해야 한다는 것은 당국의 요청만큼 동의하고 있으나, 유동성 지원은 또 다른 부채를 낳는다는 것도 인식하고 있어 더 궁극적인 구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함께 나오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이야기는 차례로 들어보도록 하고요. 우선 전기차 화재 소식에 대중화 전 일시적 침체기를 뜻하는 '캐즘'에 이어 전기차는 위험하다는 인식이 차주의 심리를 자극하는 '전기차 포비아' 우려까지 이어진 자동차 업계 이야기를 먼저 들어보겠습니다. 발단은 지난 1일 인천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고인데요. 이후 포비아 수준까지 확산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고요?
-그렇습니다. 지난 1일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있던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 세단 EQE 350 모델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화재로 인해 주민 120여명이 긴급 대피했고, 주변 차량 140여대가 불에 타거나 그을리는 피해를 보았습니다. 불길은 8시간 20분 만에 잡혔는데요. 소식이 알려지자 화재 발생 시 진압이 어렵고 대형 사고로 번질 가능성이 큰 전기차에 대한 '우려'가 '공포증'으로 바뀐 상황입니다.
-화재 차량에 탑재된 배터리의 정체가 무엇인지에 대한 관심도 컸는데요. 처음에는 불이 난 벤츠 차량에 중국 최대 배터리 업체인 CATL 제품이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다가 나중에 아닌 것으로 확인되는 등 해프닝을 겪기도 했죠.
-네. 2년 전 크리스토프 스타진스키 메르세데스-벤츠 부사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EQE에 탑재되는 배터리 셀은 CATL이 공급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벤츠코리아가 화재 조사를 진행 중인 국토교통부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 파라시스가 만든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 제품이 탑재됐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해당 사실이 알려지자 소비자들은 분노했습니다. 여기에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가 해당 아파트에 차량을 할인해 준다는 홍보물을 붙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민들은 격분하기도 했습니다.
-아무래도 세계 유수의 업체 배터리가 탑재됐다는 인식이 생겨 여론이 악화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파라시스는 어떤 업체인가요?
-2009년 중국 장쑤성 간저우에서 왕위가 설립한 배터리 제조업체입니다. 도로를 달리는 전기차가 많아지면서 급격히 성장했습니다. 지난 2018년에는 벤츠 모회사 다임러와 10년간 170GWh 규모 배터리 주문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지난해는 매출 23억2000만달러, 출하량 15Gwh를 기록하며 세계 10위를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2021년 중국 국영 베이징자동차그룹은 특정 환경에서 배터리 화재 발생 가능성이 있다며 파라시스 제품이 탑재된 전기차 3만1963대 리콜을 시행했습니다.
-이번 화재로 전기차 시장 캐즘에 포비아까지 겹친 형국이네요. 완성차 업계 반응은 어떤가요?
-아무래도 전기차 수요 둔화가 길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전기차에 대한 여론 악화가 두드려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소 안타깝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번 화재 차량에 탑재된 NCM배터리 보다 에너지 밀도가 낮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탑재 전기차는 안전성이 상대적으로 확보됐다는 의견입니다. 지난 6일 충남 금산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차량인 기아 EV6도 SK온의 NCM배터리가 탑재됐습니다. 한편으로는 선제적으로 전기차 시대를 준비한 현대자동차그룹을 비롯한 완성차 업계는 전략 수정을 저울질할 것으로 보입니다.
-전기차 화재에 대해 공포감이 커지자 국회와 정부도 뒤늦게 대안 마련에 나섰죠?
-그렇습니다. 앞서 21대 국회에서는 전기차 충전시설을 설치하는 경우 소방설비 설치를 의무화하는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개정안이 발의된 바 있습니다. 이번 22대 국회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담긴 주차장법 일부개정안이 발의됐습니다. 환경부는 오는 12일 차관 주관으로 관계 기관과 전기차 화재 관련 회의를 엽니다. 국토교통부는 배터리 제조사나 제품명 등 상세 정보를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오는 13일 국내 완성차 제조사 및 수입사와 전기차 안전 점검 회의를 열고 배터리 정보 공개 입장을 청취합니다. 정부는 다음 달 종합 대책을 마련한다는 입장입니다.
-종합 대책에는 어떤 내용이 담기나요?
-배터리 제조사 등 상세 정보를 공개하는 일명 '배터리 실명제'가 시행될지 관심입니다. 유럽연합과 미국, 중국 등에서는 이미 배터리 제조사 정보가 공개되고 있습니다. 배터리 정보가 소비자에게 투명하게 공개돼 불안감을 완화 시킬 수 있지만, 정부가 정보 공개를 강제하면 통상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이번 화재가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내부 화재진압 장비 확충 방안이나 충전기 지상 설치 등이 언급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지상 주차장을 갖는 아파트가 적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전기차 화재에 대한 국민 불안감을 불식시키는 현실성이 있는 대안이 마련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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