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MBK 공개매수 14일 종료...고려아연은 23일까지
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박용환·박병립·최승진·박은평·장병문·허주열·황원영·문은혜·이성락·김태환·황준익·이한림·정소양·이중삼·오승혁·최의종·이선영·우지수·이라진·서다빈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미처 기사에 담지 못한 경제계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이 지나고 찬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10월 찬 바람이 불어오면 국정감사가 떠오르지요. 이번 주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시작됐습니다. 한 달간 이어지는 국감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건 경영권 분쟁으로 연일 날 선 공방을 벌이는 고려아연, 영풍그룹, MBK파트너스일 겁니다.
아니나 다를까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모두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됐는데, 나란히 불출석 의사를 밝혔죠. 증인대에 오르진 않겠지만, 뉴스에는 연일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고려아연이 공개매수 가격과 자사주 매입 수량을 대폭 상향하면서 최후의 승부수를 던졌고요 MBK·영풍 연합은 이를 비판했습니다.
고려아연 주가가 연일 신고가를 쓰며 주주들의 마음도 들썩이고 있는데요 반면, 삼성전자 주주들에겐 찬 겨울이 왔습니다. 삼성전자는 이번 주 실적 발표에서 어닝쇼크를 기록하면서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웠고요 종가 기준 5만전자로 내려앉았죠. LG전자도 다르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 와중에 한국은행은 통화긴축 시대의 문을 닫았습니다. 3년 2개월 만입니다.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면서 글로벌 피벗(통화정책 전환)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우선 치열했던 고려아연 경영권 싸움부터 들여다보시죠.
◆ 영풍·MBK vs 고려아연, 경영권 둘러싼 출혈 경쟁에 우려 섞인 시선
-고려아연과 영풍·MBK가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가운데 공개매수 종료일이 임박했습니다. 분쟁이 막바지로 치달을수록 난타전이 펼쳐지고 있는데요, 영풍·MBK 측이 고려아연 공개매수가를 상향한 지 일주일 만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도 자사주 매입 공개매수 가격을 올렸습니다. 이를 두고 금융당국은 공개매수가 과열 양상을 보인다고 판단해 즉각적인 불공정거래 조사 착수를 지시하기도 했죠?
-그렇습니다. 고려아연은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에 있는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을 83만원에서 89만원으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영풍·MBK 연합이 공개매수가를 75만원에서 83만원으로 올린 지 딱 일주일 만인데요. 우군인 베인캐피탈까지 합치면 최대 20%까지 지분을 매입할 계획입니다.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해 경영권 분쟁 캐스팅보드로 꼽히는 영풍정밀 대항 공개매수 가격 역시 3만원에서 3만5000원으로 올렸습니다. 최 회장이 마지막 승부수를 띄운 셈입니다.
-최 회장 측이 영풍·MBK보다 주당 6만원 가격 메리트를 제시했는데 영풍·MBK 입장은 무엇인가요?
-우선 최 회장 측은 영풍·MBK에 대응해 방어적 차원에서 이뤄진 최소한의 결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영풍·MBK는 이번 조치에 반발했습니다. 당초 기간이나 세금 상으로 다소 유리했는데 최 회장 측 반격으로 가격 메리트를 빼앗겼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 규모인 3조2000억원이 고려아연 지난 5년 연결기준 당기순이익 97.1%라며 최 회장 지위 보전을 위해 막대한 금액을 사용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영풍·MBK 연합은 공개매수 절차 중지 가처분이라는 불확실성을 부각하기도 했습니다.
-치킨게임 양상이 돼버린 영풍·MBK 연합과 최 회장 측의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대한 업계 안팎의 우려가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죠?
-그렇습니다. 우선 금융당국이 양측 공개매수 과열 양상을 경고했습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8일 불공정거래 조사 착수를 지시했습니다.
업계 내부에서는 글로벌 1위 비철금속 제련업체인 고려아연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영풍·MBK 연합과 최 회장 측이 각각 입맛대로 명분을 삼으며 양측을 비판하는 형국이 됐습니다. 영풍·MBK는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에 회사 재원이 소모돼 미래가 불투명해지고 있다고 비판했고, 최 회장 측은 영풍·MBK가 경영권을 확보하면 고려아연 핵심 기술 등이 외부로 유출될 수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영풍·MBK 측 공개매수는 14일 종료되는데, 경영권 분쟁 앞으로 일정은 무엇이 있나요?
-영풍·MBK가 신청한 최 회장 측 공개매수 절차중지 가처분 사건 심문이 오는 18일 예정돼 있습니다.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는 23일에 마감되는데요. 영풍·MBK는 가처분 인용 결정으로 최 회장 측 공세를 막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최 회장 측은 앞서 법원이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을 기각한 상태에서 추가로 가처분을 신청한 것은 법원 판결과 배치된 행태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영풍·MBK 주장과 달리 법원이 시세조종 가능성을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것입니다. 최 회장 측 역시 영풍·MBK 경영협력계약 이행을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입니다.
-업계를 넘어 정부와 지역사회까지 지켜보는 경영권 분쟁인데 누가 이기든 승자의 저주가 시작될 것으로 보이네요.
-영풍 장 씨 집안 입장에서는 이기더라도 MBK와 함께 경영권을 행사해야 합니다. 최 회장 측도 이기더라도 과도한 재원 투입으로 인해 미래 사업 투자에 지장을 줄 수 있습니다. 경영권 분쟁 이후 고려아연 국내외 입지도 약화할 가능성이 나옵니다. 이와 별개로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양측이 상대방을 고소·고발한 형사 사건은 사법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설사 극적으로 화해해 고소·고발을 취하한다고 해도, 배임죄에 반의사불벌 조항이 없는 점을 고려하면 사법 리스크는 지속될 전망입니다. 75년 동업 관계 결말이라는 점에서 씁쓸한 대목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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