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유튜버들, 정의구현 이유로 사적 제재 논란
사적 제재·보복 콘텐츠 꾸준히 소비…부작용양산
"사적 제재는 위법성 강한 사회 문제"
지난달 31일 해군 특수전전단(UDT) 출신 20대 남성 유튜버 A씨가 소말리를 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A씨는 여러 유튜버와 정보를 공유하며 소말리의 행적을 추적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튜버들은 이날 시청자들의 제보를 받아 소말리가 있는 곳을 추적했고, A씨는 현장에 경찰이 출동해 있었음에도 폭행을 가했다. A씨는 경찰에 체포된 후에도 유튜브 커뮤니티를 통해 "잠실여명작전 Endex(연습 종료)"라는 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유튜버들은 소말리를 '사냥'한다고 표현했고, 네티즌들도 이에 호응하면서 온라인상에서는 소말리가 '황금 고블린'이라고 불렸다. 게임 속에서 괴물을 사냥하면 보상을 얻을 수 있듯이 소말리를 '참교육' 시키는 영상을 올리면 조회수와 좋아요, 후원금이 올라간다는 뜻에서다. 조회수 등은 수익으로 이어지다 보니 난동을 부려 관심을 얻는 유튜버가 생기고, 그를 응징해 정의를 구현하겠다는 유튜버들이 나타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최근 유튜브에는 '사적제재'나 '사적 보복' 관련 콘텐츠가 꾸준히 등장했다. 사적 제재는 순간적인 통쾌함을 준다는 이유로 온라인상에서 관심을 받지만,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다.
지난 1월에는 한 유튜버가 60대 경비원을 폭행한 10대 남학생을 붙잡아 무릎을 꿇게 한 뒤 욕설하는 영상을 올렸는데, 조회 수가 34만 회에 달했다. 이 유튜버는 "경비원 할아버지 폭행범을 잡아 참교육했다"고 말했다. 관련 영상에는 "청소년을 강력히 처벌하지 않은 탓에 이런 일이 발생했다", "경찰과 판사 대신 범죄자를 응징해 주니 속 시원하다" 등의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은 제보나 인터넷 게시글을 근거로 개인 신상을 유포해 무고한 사람들의 피해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 6월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 신상을 폭로하던 한 유튜버는 사건과 엉뚱한 인물을 가해자의 여자 친구라며 공개했다. 가해자의 여자 친구로 지목된 여성은 온라인상에서 갖은 비방과 인신공격을 당했으며, 이를 공개한 유튜버는 명예훼손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 됐다.
'사이버 렉카'는 유튜브를 주요 플랫폼으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들 중 유명인이 연루된 부정적인 사건·사고를 핵심 소재로 콘텐츠를 생성하는 '이슈 유튜버'들을 부르는 신조어다. 지난 2월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발표한 '사이버 렉카(이슈 유튜버) 콘텐츠 이용 및 인식' 결과에 따르면, 사이버 렉카들의 콘텐츠를 '사회 문제'라고 인식하는 응답자가 92.0%였다. 설문조사는 20~50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문제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가장 높은 비율을 보인 항목은 '돈벌이 외에 다른 것은 안중에 없는 비윤리적인 태도의 콘텐츠 생산자'(92.6%)로 확인됐다. 다른 이유로는 '언론의 책임 소홀'(90.8%), '수요에 따른 공급'(90.1%), '콘텐츠 유통 플랫폼의 책임 소홀'(87.5%), '규제 당국의 책임 소홀'(87.3%)등이었다.
남재성 한라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형법상 처벌이나 판결이 일반인들의 기대치와 다르게 이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적 제재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강력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건에 막상 실형이 선고되지 않거나 집행유예, 기소유예 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다 보니 사이버 렉카들은 법의 허점이나 일반인들의 감정을 이용해 개인적인 영리를 추구하고 협박이나 공갈, 개인정보 유출 등 중대한 범죄를 저지르는데, 이는 위법성이 강한 사회적 문제"라며 "사적 제재나 보복이 가해지면 공권력이 침해되고 더 큰 부작용이나 범죄를 야기할 위험 요소가 있다"고 말했다.
남 교수는 "불법적인 영상 콘텐츠에 대해 유튜브 등 각종 플랫폼의 규제가 필요한 부분"이라며 "경찰이 조기에 정보를 입수하고 신속하게 수사에 착수해 강력한 형사 처벌을 내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