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배열 병풍 '책가도' 눈길
서양화법 도입 입체적 공간 연출
■ 어느 수집가의 초대 in 강원 5. 책가도
값비싼 문방구와 그릇, 보기 어려운 중국의 골동품과 낯선 과일… 조선 사람들이 쉽게 가질 수 없던 물건들이 책장 안에 가득하다. 귀한 책과 공예품을 모아 즐기고 싶은 꿈, 귀한 물건에 대한 동경을 풀어낸 그림, '책가도'이다. 책이나 붓 뿐 아니라 이국적 물건과 진귀한 수집품, 여러 기물을 화려하게 배열해 그린 책가도는 18세기 중반부터 그려지기 시작했다. 높은 관직을 상징하는 잉어 장식, 많은 자손을 기원하는 '석류'를 포함해 다종다양한 수집품들이 모여 있다.
주인이 읽다 떠난 듯 펼쳐진 책 위에 벗어둔 안경, 누군가 닫는 것을 미처 잊은 듯한 반쯤 열린 문갑의 디테일 등 실제 책장 앞에 서 있는 느낌을 주는 연출 기법도 재미있다. 청나라에서 전해진 서양화법으로 입체적 공간을 연출한 것도 눈에 띈다. 책장의 묘사에서 3차원을 표현하는 투시도법과 명암에 대한 이해를 보여준다. 쉽게 접할 수 없는 물건들을 이리저리 놓으며 최적의 구성을 찾았을 화가의 분주함이 눈에 그려진다. 관객은 그림 속 물건들을 하나씩 뜯어보고 연결하면서 당시의 세상을 들여다 볼 수 있다. 6폭 책가도에서 8폭 책가도 병풍으로 교체했었다.김여진 [끝]
[국립춘천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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