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후폭풍…의료계 반발 커지며 충청권 '암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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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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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별 공고에도 지원자 0 수준…사직 전공의 입대까지 겹쳐
충청권 일부 병원 응급실, 인력난에 정상화 '지지부진'
환자·보호자 불안 가중…"매일 피 말리는 심정"
김영태 기자.


의정갈등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 후 새로운 국면을 맞았지만, 내년에도 혼란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가 연일 2025학년도 의대 모집을 정지하라고 반발 중인 데다, 전공의 모집도 파행을 거듭하면서 내년 의료상황도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되면서다.

구인난·경영난에 애를 먹고 있는 충청권 대형병원의 경우, 내년 최악의 상황까지 치닫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2월부터 10개월간 끌어온 의정 갈등은 탄핵안이 가결됐다고 해서 쉽게 개선되기 어려운 상태다. 가뜩이나 경색된 의정 관계에, '전공의 처단'을 명시한 포고령이 의료계의 공분을 사면서 의정간 대화의 문이 완전히 닫혔기 때문이다.

환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문제 해결이 시급하지만, 의료계에선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의료공백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마감한 내년 상반기 전공의(레지던트 1년 차) 모집에서 대전지역 주요 수련병원은 저마다 지원자가 0명이거나 한 자릿수에 그치는 등 저조한 응시율을 기록했다. 획기적 변화가 없는 한, 차후 예정된 인턴·레지던트 2-4년 차 모집도 파행이 예상되는 만큼 내년 의료진 부족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직한 전공의들의 군 입대 데드라인이 다가오는 것도 변수로 꼽힌다. 지난 2월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인해 발생한 내년 입영 대상자는 4000명으로, 이는 한해 군의관·공중보건의 정원(최대 1300명 정도)을 크게 웃돈다. 수련 규정에 따르면 사직 전공의는 군대를 다녀오지 않으면 수련을 재개할 수 없거나, 사직한 지 1년이 지나지 않으면 같은 과, 같은 연차로 들어올 수 없다. 즉 내년도 전공의 부재가 불가피해지면서, 전공의 수련과 의료인력 양성 측면에 혼란이 가중될 공산이 커졌다.

전공의 부재에 따른 대학병원 운영난도 걱정이다. 내년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을 경우, 수술·입원 감소에 따른 적자 폭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의료 최전선에 있는 응급실도 계속 파행이 불가피하다. 전공의 빈자리를 대신하던 전문의들도 의료현장을 떠나면서, 현재 지역에선 순천향대 천안병원 소아센터, 세종충남대병원·충북대병원 성인 응급실 등이 제한 운영을 하고 있다.

지역 의료계 관계자는 "여러 번 모집 공고를 내고 연봉을 올려도 봤지만, 지원자 자체가 없는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탄핵 이후 의정 갈등이 해소 국면을 맞으며 의료 대란이 해결될 것이란 기대감을 품었던 시민들은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세종시에 거주하는 A 씨는 "고혈압으로 인해 언제 응급실을 찾을지 모르는데, 정상화는커녕 더 혼돈 속으로 빠져드는 의료계 상황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며 "가까운 대전으로 가도 30분 이상 걸리는데, 하루하루가 피 마르는 심정"이라고 호소했다.

의료계에서 내놓는 전망 역시 암울하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미 의사들을 중심으로 반발심리가 강해 의료 개혁 정책을 멈추지 않는 한 갈등은 계속될 것"이라며 "정권 교체가 될 시 정상화가 되지 않겠냐는 예측도 나오는데, 그 시점에는 이미 현장이 붕괴했을 것이며 정상화하기엔 긴 시간이 소요되리라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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