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가족의 대나무숲 되고 싶어"
[천안]학업, 취업, 인간관계. 모든 것이 처음인 20대는 미래의 불안함과 막연함 속에 살아간다. 장애를 가진 청년은 더하다. 장애인으로서 앞서 길을 가 본 선배의 경험은 고민 많은 장애 청년에게 큰 도움이 된다.
나사렛대학교에는 장애 당사자로서 장애를 딛고 장애학생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라이프코치가 있다. 김유미(40·사진) 한국장애인코칭협회 대표다. 김 대표는 지난해 나사렛대 장애학생지원센터와 협약을 맺고 나사렛대에서 장애학생 240여명의 멘토로 활약하고 있다. 그는 코칭을 통해 장애학생의 감정을 지지하고 진로선택과 취업을 돕는다. 나사렛대는 그의 모교다.
김 대표는 뇌전증을 앓는 장애 당사자다. 발작이 오면 정신을 잃고 15~20시간 동안 잠이 든다. 장애인으로서 대학에서 어렵게 학업을 마친 그는 후배들의 심리적 필요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김 대표를 찾는 후배들의 주된 고민은 여느 대학생과 같다. '학업 스트레스', '진로 및 취업', '가족·동기와의 관계' 등이다. 그는 정서와 자존감에 중점을 두고 이야기를 나눈다. 그는 "심리적인 부분을 60%이상 시간을 할애한다"며 "모든 사람이 불안, 걱정,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지만 장애학생은 더 크게 느낀다. 사회에서 장애인의 취직은 더 어렵다. 불안과 막막함을 더 느낀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늦깎이로 대학공부를 시작했다. 25살에 떠난 호주 워킹홀리데이가 전환점이 됐다. 호주의 한 교회 집회에 참석했다가 "힘든 사람을 도우라"는 하나님의 감화를 받았다. 그렇게 나사렛대 사회복지학부에 입학했다.
늦게 시작한 만큼 열정을 쏟았다. 공부는 쉽지 않았다. 학교에서 수차례 발작으로 쓰러졌다. 하지만 굴하지 않고 학우들의 도움을 받으며 학업을 이어갔다. 장학금을 놓치지 않았고 수석으로 조기졸업까지 해냈다.
졸업 후 그는 잠시 장애인활동지원사로 일했다. 뇌성마비 장애인을 돌보며 그 가족이 겪는 고통을 목격했다. 장애인 가족을 위한 전문 코칭의 필요성을 느낀 그는 대학원에 진학해 상담을 전공했다. 학업을 마친 그는 지난해 서울에서 한국장애인코칭협회를 설립했다.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쓴 책 '그래도 괜찮아; 막막한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도 출간했다.
당사자로서 장애인에 대한 공감 능력은 김 대표의 큰 강점이다. 정신과에서도 한 적 없는 속사정을 털어놓은 내담자도 있었다. 그는 "장애인은 편견도 많고 차별도 많다. 그래서 쉽게 얘기를 못한다"며 "장애인 가족의 대나무숲이 되어주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