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게 닫힌 지갑…신선 농축산물 소비 ‘꽁꽁’

입력
기사원문
지유리 기자
TALK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고환율·고물가로 내수 부진
저렴한 가공식품 구입 늘어
정부는 수입확대 기조 유지
농가 경영비 상승부담 ‘시름’
농업계 “근본대책 마련해야”
이미지투데이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소비자들의 지갑이 굳게 닫히고 있다. 특히 신선 농축산물 소비 감소세가 두드러져 잦은 자연재해와 원자재값 상승으로 경영난을 겪는 농가의 시름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발 고환율·고물가로 인한 내수부진이 심각하다. 국내 소비 동향을 나타내는 소매판매액지수가 연일 하락하고 있다. 11월 통계청이 발표한 올 3분기 소매판매액지수는 100.6(2020년=100)으로 지난해 3분기보다 1.9% 떨어졌다. 이는 2022년 2분기(-0.2%) 이후 10개 분기째 내림세로, 1995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최장 기록이다. 여기에 계엄·탄핵 정국까지 겹치면서 내수 경기가 장기 침체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소비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국민들의 농산물 구매력도 떨어졌다. 통계청의 ‘2024년 가계동향조사’에서 3분기 우리나라 가계의 ‘식료품·비주류음료’ 소비·지출 비중은 전체 지출의 14.9%로 지난해 같은 기간(15.4%)보다 낮아졌다. 그중에서 신선식품의 실질소비 감소가 두드러진다.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액 가운데 과일·과일가공품의 실질 소비·지출 비중은 지난해 3분기와 견줘 8.8% 줄었다. 육류는 5.2%, 채소·채소가공품도 2.5% 떨어졌다. 물가가 오르자 신선식품보다는 저렴한 가공식품을 구입하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고물가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평택병)에게 제출한 ‘탄핵 정국 국내 경제와 농업부문 파급 영향’ 보고서에서 “생산원가에서 원재료비가 60∼70%를 차지하는 식품산업과 30∼40%를 차지하는 외식산업에도 물가인상 압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고환율 등이)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상승으로 귀결될 가능이 크다”고 분석했다.

고물가와 경기 침체 장기화로 농축산물 소비가 더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내수시장 소비자는 소비 여력이 약화하면 식비·외식비를 우선적으로 줄이는 경향이 짙기 때문이다. 농경연이 소비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2024년 식품소비행태조사’에서도 응답자 72.3%(복수응답)가 식품비를 올리거나 줄인 원인으로 ‘물가 변화’를 꼽았다. 또 가격이 많이 상승한 일부 품목 구입량을 줄였다는 응답은 44.6%로 지난해(29.7%)보다 14.9%포인트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물가안정 정책으로 농산물 수입 확대를 밀어붙이는 실정이다. 기획재정부는 연초 ‘2024년 경제정책방향’에서 2%대 물가상승률을 조기 안착시키겠다면서 농축산물에 대한 관세 면제와 인하를 추진한 바 있다. 수급불안으로 가격이 올라 이른바 ‘금(金)사과’ 논란이 일자 국산 과일 수요를 대체한다며 수입 바나나·오렌지 등을 역대 최대 규모로 들여오기도 했다. 이달초에는 무·당근 등의 할당관세를 내년 2월말까지 연장했다.

농축산물 소비부진과 더불어 비료·사료 가격과 에너지 비용 등 급증한 영농 경영비가 농가를 옥죄고 있는 만큼 농업계는 수입 확대에 의존하는 물가안정 정책의 방향키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국한우협회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높은 생산비 탓에 한우 한마리를 팔 때 140만원의 손해를 본다고 했는데, 올해는 소비부진까지 겹치면서 한마리당 손해액이 190만원까지 급증했다”며 “국제 정세를 고려할 때 내년에 생산비가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근본적인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