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보고 배우는 것 넘어 행동해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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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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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이라고 다 같은 농업이 아닙니다.”

11월 브라질로 취재 일정이 잡히자 업계 관계자가 기자에게 해준 귀띔이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조언은 편도로 20시간 넘는 비행시간이 흘러서야 생생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현지에서 만난 농민 다닐루 헤젠데씨(30)는 깔끔한 셔츠에 청바지 차림으로 눈이 번쩍 뜨이는 수치를 쏟아냈다. 경기 성남의 면적과 맞먹는 규모(1만4000㏊)에서 대두·옥수수·감자 등을 재배하는 그는 매년 대두농사로 189억원의 조수입을 올린다.

브라질에선 농업의 위상이 한국의 반도체·자동차 산업을 합친 그 이상이다. 지난해 브라질의 농축산물 수출액은 1196억달러로 전체 수출액의 35.2%를 차지했다. 같은 시기 한국의 반도체·자동차 수출액(1695억달러)은 전체 수출액의 26.8%였다.

농민의 전문성과 자부심도 대단하다. 헤젠데씨는 “브라질에서 농사를 짓거나 농산업계에 종사하려면 ‘아그로노미스트(농학자)’가 돼야 한다”며 “농업 관련 분야의 5년제 학부 과정을 이수하고 시험을 통해 자격증을 취득한다”고 말했다.

기회의 땅 브라질에 한국 농업계의 영향력은 어느 정도일까. 규모 있게 현지에서 법인을 운영하는 국내 농업기업은 팜한농과 LS엠트론 단 두곳뿐이다. 반면 일본은 50∼60년 전부터 브라질 농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쓰이·미쓰비시·스미토모 등 일본의 종합상사 기업들이 1965년 합작 투자를 통해 브라질의 농약 회사인 이하라브라스를 설립했다. 이를 비롯해 현재 수십곳의 일본 농업기업이 현지에 진출해 있다.

특히 미쓰이는 2019년 브라질 농약업체인 ‘오르피누 아그로센시아’의 지분 20% 이상을 인수해 활발하게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미쓰이 관계자는 “최근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가 브라질을 방문했을 때 미쓰이를 찾을 정도로 남미에선 강력한 입지를 확보한 상태”라며 “브라질뿐 아니라 칠레·과테말라·세네갈 등 약 50개국 농업에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매년 한국의 수많은 농업 관계자가 해외 선진지 견학을 떠난다. 이제는 보고 배우는 것을 넘어 행동에 나서야 할 때다. 한국과 비슷한 농업·농촌 문제에 직면한 일본은 이미 지구 정반대에서 도전하며 성과를 내고 있다. 답보 상태에 빠진 국내 농산업의 성장 동력을 해외에서 찾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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