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완료 시 "버드 스트라이크" 우려
철새 이동경로 보니 활주로 가로질러
제주항공 여객기 추락사고가 발생한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활주로 연장사업이 완료될 경우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가 지금보다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활주로 연장을 해안가 방향으로 하다 보니 철새 서식지와 더 가까워져 사고 위험이 커진다는 분석이다.
31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무안공항은 2021년부터 활주로를 2800m에서 3160m로 확장하는 공사를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해 부산지방항공청은 2021년 11월 평가업체로부터 환경영향평가서를 보고받았지만, 보완이 필요하다며 조류충돌 가능성을 보다 세세히 살필 것을 요구했다. 요구서에는 ‘연장될 활주로 구간이 해안지역과 더욱 가까워짐에 따라 이·착륙 시 조류의 항공기 충돌 위험성이 기존 공항 운영 시보다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2025년 계획대로 활주로가 연장되면 제주항공 사고 때와 같은 버드 스트라이크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2022년 3월 다시 보고된 환경영향평가 보완본에도 ‘수조류의 이동기에 조류충돌 위험성이 증가할 것으로 판단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항공편이 증가할 경우 무리를 지어 월동하고 서식하는 새들이 항공기와 부딪힐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큰기러기, 쇠기러기, 흑부리오리, 청둥오리, 민물가마우지 등은 서식 과정에서 무안공항 주변을 오가기 때문에 충돌 위험성이 더 높은 것으로 분류됐다.
무안공항으로 날아와 겨울을 보내는 철새는 등락을 거듭하면서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무안공항 주변 13㎞ 인근 철새 도래지는 무안군 현경·운남, 무안저수지, 무안·목포 해안, 압해도 등 4개소다. 113.34㎢에 이르는 무안갯벌습지보호구역 등도 조성돼 있다. 일대 철새는 이달 기준 1만9881 개체다. 2016년 1만857 개체에서 9024개체(83.1%) 늘었다. 현경·운남지역 철새가 5254개체에서 1만2239개체로 늘었고, 무안·목포 해안의 경우 1892개체에서 4315개체로 증가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점차 따뜻해지는 한반도 기후와 철새 서식 환경 개선 노력으로 개체 수가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일대 철새의 동선이 무안공항 활주로를 가로지른다는 점이다. 이번 사고의 원인이 됐던 오리류를 포함해 기러기류, 수조류 모두 무안저수지와 해안을 오가며 서식한다. 무안저수지는 활주로의 동쪽에, 해안가는 활주로의 서쪽에 있다. 철새들이 서식지를 이동하려면 반드시 활주로를 건너야 하는 셈이다. 특히 큰기러기와 흰뺨검둥오리는 활주로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며 이동했고, 민물가마우지는 비행기가 이·착륙하는 경로를 이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영향으로 무안공항의 조류 충돌비율은 인천국제공항을 빼면 전국에서 가장 높다. 무안공항은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총 1만1004편의 항공기가 운행됐는데 10건의 조류충돌이 발생했다. 조류 충돌비율은 0.09%다. 항공편이 훨씬 많은 제주공항(0.013%), 김포공항(0.018%) 등보다도 높다.
향후 버드 스트라이크를 줄이는 방안으로는 폭음기, 경보기, 레이저, LED 조명, 드론 등이 제시된 상태다. 다만 활주로 연장사업이 완료되지 않아 추가 저감 대책은 시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