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장범 한국방송(KBS) 사장이 10일 임기를 시작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는 박 사장 취임일에 맞춰 하루간 총파업에 돌입했고, 본관을 점거해 취임식을 무산시켰다. 언론·시민단체와 노조는 “내란수괴가 임명한 박 사장은 사퇴하라”며 반발하고 있다.
박장범 사장은 이날 당초 예정된 취임식을 취소하고 사내 게시판에 올린 사전 녹화 영상을 통해 취임사를 공개했다. 박 사장은 취임사에서 “지난주 발생한 비상계엄 사태로 민주주의 질서와 헌법 가치가 위협받았다. 국정 혼란이 지속되는 상황 속에서 공영방송 사장으로서 엄중한 책임감을 느끼면서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이어 “어떠한 권력이나 부당한 압력에 굴하지 않고 케이비에스의 주인인 국민만 바라보면서 공영방송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덧붙였다. 임기는 2027년 12월9일까지 3년이다.
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는 이날 파업 공지를 통해 “(사쪽의) 임명동의제 파기, 공정방송위원회 해태에 항의하고, 내란수괴가 임명한 박장범 사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오늘 0시부터 총파업에 들어갔다”라고 전했다. 한국방송본부는 “조합원 총파업을 피해 박장범 사장은 새벽 4시 기습 출근했으며 (오전) 8시반 국립현충원 참배 일정도 취소한 채 사장실에 묶여 있다”고 말했다. 당초 한국방송 내 스튜디오에서 박 사장 취임식이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조합원 700여명이 본관을 점거하면서 취소됐다고 한국방송본부는 설명했다.
박장범 사장은 ‘9시 뉴스’ 앵커 시절 윤석열 대통령 대담 진행을 맡아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을 거론하며 “파우치, 조그마한 백”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권력에 아부하는 언론인’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한국방송 이사회에서 사장 후보자로 깜짝 발탁된 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용산 대통령실에서 박민 사장에게 미리 교체 통보를 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용산 내정설’ 의혹에 휩싸였다. 이에 90여개 언론·시민단체로 구성된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은 지난 9일 대통령 비서실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은 이날도 성명을 내어 박장범 사장 사퇴를 요구했다. 이들은 “박장범이 사장이 된 케이비에스는 앞으로 더 많이 망가지고, 더 많은 국민들의 외면을 받을 것이다. 박장범은 2016년 당시 사회2부장으로 재직하면서 ‘박근혜 국정농단 보도’를 축소·지연시킨 장본인이다. 커리어 내내 권력자 편에 서서 폭력과 비위를 가리고 감추는 데 급급했던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내란수괴 윤석열 정권은 끝났다”며 “(박장범 사장은) 지금이라도 항복하고 침몰하는 내란의 배에서 탈출하라”라고 했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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