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사는 부모 70% 활용 못해
지난달 20일 한 엄마와 아이가 서울시내 한 직장어린이집으로 향하고 있다. 내년 2월 23일부터 육아휴직 기간이 현행 1년에서 최대 1년 6개월로 연장된다. /뉴스1
서울의 한 게임 회사에서 4년간 디자이너로 일했던 최모(31)씨가 지난 10월 회사 대표에게 들은 얘기다. 육아휴직을 쓰고 싶다고 하자 회사 대표가 난색을 표했다. 최씨는 “대표에게 ‘재택근무라도 하면 안 되냐’고 물었지만 분위기만 싸해졌다”며 “출산 2주 전 사표를 내고 회사를 나오면서 한참을 울었다”고 했다.
서울에서 0~5세 아이를 키우는 부모 10명 중 7명이(70.3%) 육아휴직이나 단축근무, 재택근무, 유연근무 등 제도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10일 나타났다.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이 지난 7~8월 영유아를 키우는 서울 시민 16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게 하는 다양한 제도가 마련돼 있지만, 직장 눈치를 봐야 하는 양육자 입장에선 여전히 ‘남의 얘기’라는 것이다.
육아휴직은 가장 대표적인 일·육아 병행 지원 정책이다. 그러나 육아휴직을 쓰고 있는 부모는 10명 중 1명(9.8%)도 안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른 지원책은 더욱 활용하는 사람이 적다. 유연근무를 하고 있다는 부모는 9.3%, 단축근무는 7.1%, 재택근무는 3.6%에 그쳤다.
많은 영유아 부모들은 직장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봐 육아휴직을 쓰지 못한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종로구의 한 대기업에 다니는 이종준(31)씨는 “제도야 잘 갖춰져 있는데 현실은 ‘금기’“라며 ”육아휴직 신청을 내면 다른 지역으로 발령 날 수도 있단 얘기를 듣고선 포기했다“고 말했다.
재단 조사 결과, 아이를 직접 키우고 싶지만 일과 병행하기 어려워 어린이집에 보내는 부모도 많았다. 0세 아이를 키우는 부모 중 65.5%가, 1세 아이를 키우는 부모 중 41.8%가 ‘회사 생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냈다’고 했다.
부모를 도와 아이를 돌봐주는 사람은 조부모·친인척 등이 77.9%로 가장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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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성 기자 natur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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