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내란사태 당시 계엄사령관을 맡았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지난 11월 말부터 각종 행사·회의·보고 일정을 크게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총장은 지난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발표 방송을 본 뒤 계엄에 대해 처음 알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군 내부에선 일찍부터 계엄령이 발동될 것이란 사실을 알고 김용현 전 국방장관의 불시 호출에 대비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18일 군 관계자들 말을 종합하면, 박안수 총장은 비상계엄이 발령되기 10여일 전인 11월 하순부터 통상적인 근무 일정을 크게 줄였다. 한 관계자는 “박 총장이 ‘가급적 일정을 비워두라’고 지시해 육군에서는 ‘참모총장에게 보고 일정을 잡기 어렵다’는 말이 나왔다”고 했다. 육군참모총장의 하루 일과는 각종 행사와 회의 참석, 보고 등으로 일정이 촘촘하게 짜여있는데, 11월 하순부터 일정이 눈에 띄게 축소됐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당시에는 ‘이상하다’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김용현 전 장관으로부터 계엄 관련 이야기를 미리 듣고 계엄이 선포되거나 김 전 장관이 호출하면 즉시 상경하려고 일정을 비워뒀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총장은 계엄을 3일 밤 대통령의 담화 방송을 통해 알았고, 계엄 선포 직후 열린 전군지휘관회의에서 김용현 전 장관이 자신을 계엄사령관에 지명했다고 주장해왔다.
박 총장의 계엄 선포 당일 일정에 대해서도 의문이 나온다.
앞서 박 총장은 계엄선포 직전 자신의 동선을 10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밝힌 바 있다. 그에 따르면 3일 상경해 오후 2시30분~3시30분 서울 태릉 육군사관학교 교장 이·취임식에 참석했고, 오후 4시부터 40분 가량 김 전 장관에게 4종류의 현안보고를 했다. 이후 김 전 장관으로부터 오후 9시40분에 장관 대기실에 와 있으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한다. 그는 10일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대기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선 장관에게 따로 묻지 않았다”고 말했다.
3일 박 총장의 행적에 대해서도 군 내부에선 이례적이라고 말한다. 육군참모총장은 서울 출장 일정을 마치면 지휘 공백을 우려해 바로 계룡대로 복귀하는데, 당시 명확한 임무를 주지 않은 채 서울에서 5시간 대기하라는 장관 지시를 받아 복귀를 미룬 건 드문 일이라는 것이다.
이후 박 총장은 3일 오후 6시부터 오후 6시30분까지 국방부 안에서 부하들과 저녁 식사를 했다. 그러나 9시40분까지 3시간 동안의 행적은 확인되지 않았다. 육군 관계자는 “박 총장은 저녁 식사 뒤 퇴근해 서울 관사로 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 총장은 지난 17일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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