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살해 미국변호사 "군시절 정신질환" 안 통했다…항소심도 징역 25년

머니투데이 원문 기사전송 2024-12-18 15:54 최종수정 2024-12-18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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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 "새로운 양형요소 없어"

둔기로 아내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대형 로펌 출신 미국변호사 A씨가 지난해 12월6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구속영장 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사진=뉴스1

이혼소송 도중 아내를 살해한 대형 로펌 출신 한국인 미국변호사가 항소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1-1부(부장판사 박재우)는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된 미국 캘리포니아주 변호사 A씨에 대해 18일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징역 25년이 선고된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과 A씨가 주장하는 양형요소들이 원심에서 이미 드러났거나, 새롭게 제출되지 않아 본질적 변화가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여전히 피해자 부모에 대한 피해회복이 이뤄지지 않았고, 피해자의 유가족과 지인들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원심의 형이 재량의 합리적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항소심에서 A씨 측은 범행이 충동적·우발적이었다며 감형을 주장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최초 가격행위는 그랬다고 하더라도, 이후의 무자비하고 잔혹한 가격행위와 50여분간 이어진 방치는 집요한 살해의 고의로 보인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군 복무시절 얻은 정신질환이 범행에 영향을 줬다는 A씨 측 주장도 항소심 재판부는 "치료가 18~19년 전에 있었다"며 물리쳤다.

A씨는 지난해 12월3일 저녁 자신이 살던 서울 종로구 사직동의 한 아파트에서 아내의 머리를 주먹과 지름 2~2.5cm·길이 35cm의 쇠파이프 등으로 여러 차례 가격하고 목을 졸라 살해했다.

아내가 쓰러지자 A씨는 부친에게 먼저 연락했고, 부친이 현장에 도착한 뒤 119 구조를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구급대원의 신고로 A씨는 같은 날 체포됐다.

이혼소송을 제기한 뒤 별거하던 아내는 자신이 데리고 살던 딸의 책가방과 옷을 챙기러 A씨의 집을 찾았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와 살던 아들은 현장에서 범행을 목격했다.

A씨는 2013년 결혼 이래 자신보다 소득이 적은 아내를 향해 "너 같은 여자는 서울역 가면 널려 있다", "성병검사 결과를 보내라"며 폭언하거나 자녀만 데리고 외국으로 이주하는 등 정신적 학대를 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녀가 아내를 향해 욕설하도록 지시한 사건도 드러났다.

아내가 2021년 첫 이혼소송을 제기하자 A씨는 '의처증으로 오해할 언행이나 상간남이 있다는 등의 발언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며 소송취하를 종용하기도 했다. 아내는 괴롭힘이 이어지자 지난해 11월 두 번째 이혼소송을 제기, 별거에 돌입했다.

검찰이 이 같은 학대 정황을 공소장에 적시하자 A씨 측은 공소장 일본주의가 위반됐다고 주장했지만,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두 차례 이혼소송을 당해 피해자에게 불만을 가지게 됐으므로, 범행동기와 관련해 불필요하거나 잘못된 기재라고 볼 수는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미국에서 로스쿨을 졸업한 뒤 국내 대형 로펌 소속 미국변호사로 활동했다. A씨의 부친은 검사 출신으로 다선 국회의원을 지낸 인물이다. 부부의 결혼식은 하객이 800명 가량 참석한 것으로 보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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