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자료 사진.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19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대구가정법원 경주지원은 아내 A씨가 남편 B씨를 상대로 제기한 혼인 취소 소송에서 “원‧피고 사이의 혼인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A씨는 2021년 2월 리니지 모바일게임을 하다가 B씨를 알게 됐다. B씨는 자신의 이름만 알려줬다. 국군 특수부대 정보사 출신이기에 다른 정보는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심지어 얼굴이 노출되어서도 안 되고, 본인 명의 통장도 개설할 수 없는 등 모든 것이 기밀이라고 했다.
하지만, 2년간의 교제를 이어가며 A씨는 B씨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됐다. 생일과 하는 일처럼 기본적인 것은 물론이고,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등 가정환경도 파악했다. 두 사람은 2023년 1월부터는 동거를 시작했다. 그해 6월 아이가 태어나면서 혼인신고도 이뤄졌다. A씨가 병원에 있는 동안 B씨는 출생신고와 혼인신고를 도맡았다.
아이가 태어난 지 불과 2주 후, A씨는 우연히 남편의 기존 휴대전화와 연결된 클라우드에 저장된 사진을 보게 됐다. 알고 보니 B씨의 이름과 나이, 정보사 근무 경력 모두 거짓이었다. 심지어 초혼도 아니었고 다른 자녀도 있었다. 부모의 생존 여부도 거짓말이었다.
충격받은 A씨는 그다음 날 아이를 데리고 친정집으로 가서 다시는 돌아가지 않았다. 그리고 B씨를 향한 법적 조치를 시작했다.
우선, 임신 기간에 상습적으로 폭력을 행사한 B씨를 폭행 혐의로 고소했다. 또 A씨 몰래 명의를 도용해 대출받은 사실도 알게 되어 사문서위조 혐의로도 고소했다.
B씨는 정체가 드러난 후 A씨가 고소하자 잠적했다. 결국 지명수배자 신세가 되어 경찰에 붙잡혔고, 지난 2월 징역 2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A씨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혼인 취소 처분을 받고, 아이의 친권 및 양육권을 단독으로 받기 위해 법률구조공단을 찾았다.
교도소에서 혼인 취소에 관한 소장을 송달받은 B씨는 법정에 출석해 “내 아이가 아니라 A씨가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워 낳은 자식”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또 한 번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 유전자 검사 결과 B씨의 자녀가 맞았다. 하지만 유전자 감정을 하느라 재판 절차는 더뎌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소송한 지 1년여가 흐른 지난 10월 재판부는 “B씨가 자신의 직업, 부모 여부, 초혼 여부, 자녀 유무, 경력, 재력 등에 대해 거짓말하는 것을 알았다면 A씨는 혼인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혼인 취소를 판결했다. 또한 자녀의 복리를 위해 친권자 및 양육자로 A씨를 지정했다.
소송을 진행한 공단 소속 유현경 변호사는 “사기 결혼의 경우 기망당한 피해자가 겪는 심적인 고통, 가족 관계로 엮인 데서 오는 법적 불이익, 재산상 손해 등 피해가 매우 크다”며 “사기 결혼은 기망한 사람의 잘못이지 피해자의 잘못이 아니다. 자신의 신분 관계를 제대로 정리하고 피해를 회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현재 공단은 A씨 자녀의 성씨와 본을 변경하는 심판 청구도 대리하고 있다.
조선닷컴 핫 뉴스 Best
[조선일보 구독신청하기]
이가영 기자 2ka0@chosun.com
인도서 관광객 여성 집단 성폭행…동행男은 강에 던져져 익사
중국 기대수명 79세, 5년 새 2세 늘어…비만 전쟁 선포
"월 100만원 못 벌면 우리 식당 오지 마"…유명 훠궈집 대표 '뭇매'
"몰래 갔다 '팍', 창피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