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첫 중증 조류인플루엔자 감염 환자가 발생했다.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미국 루이지애나의 집 뒤뜰에서 죽거나 다친 새를 만진 사람이 조류 인플루엔자 감염 증세를 보여 병원에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고 워싱턴포스트가 18일 보도했다. 미국에서 사람이 H5N1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중증 증세를 보인 건 처음이다.
앞서 미국 루이지애나주 보건부도 루이지애나 남서부 지방에서 사람이 조류인플루엔자 감염 양성반응을 보인 첫 사례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루이지애나주 보건부 대변인 에마 헤록은 이메일 성명에서 환자가 65살이 넘은 기저질환자라고 밝혔지만,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구체적인 신원이나 얼마나 위중한지 등에 대한 정보 제공을 꺼렸다. 전문가들은 고령의 기저질환자가 조류 인플루엔자에 걸릴 경우 합병증 위험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에서 조류 인플루엔자 감염 사례는 60건 보고됐다. 대체로 결막염이나 호흡기 질환 등 경미한 증상을 호소한 뒤 모두 완쾌됐다. 그러나 전세계적으로는 최근 25년 동안 900건이 넘는 H5N1 감염 사례가 보고됐고, 대부분 중증 증세를 보였으며 이 중 절반가량이 숨졌다고 미국 당국자가 밝혔다.
미국에선 최근 몇 주 사이에 낙농업 농가의 젖소 등에 조류 인플루엔자가 급격히 퍼지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서 600곳에서 인플루엔자가 발견되는 등 16개 주 800곳 이상에서 조류 인플루엔자 감염이 확인됐다. 인플루엔자는 닭 등 가금류도 공격하고 있으며, 다른 가축으로도 번지고 있다. 캘리포니아는 17일 조류 인플루엔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전문가들은 조류 인플루엔자가 사람과 동물 사이로 퍼져나가면서 점점 더 전파력이 좋고 강력한 변종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진다고 경고하고 있다. 아직 조류 인플루엔자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전염된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변종이 나타나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전염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경고가 나온다.
보스턴 대학의 존 코너 교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새의 세포만 뚫고 들어가는 게 아니라 젖소 세포도 뚫고 들어간다. 이제 다른 동물들, 고양이나 개, 밍크에도 들어간다는 증거가 있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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