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철의 이래서 베스트셀러
이제 ‘헌법재판소의 시간’이다. 헌법재판소는 ‘헌법 제111조’에 따라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대통령이 ‘헌법 제77조 1항’에 따라 선포한 비상계엄은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했고, ‘헌법 제77조 5항’에 의해 불과 6시간 만에 해제됐다. 갑작스러운 비상계엄으로 인해 국민의 불안감과 분노는 극에 달했고, 결국 국회는 헌법을 파괴한 세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헌법 제65조’에 따라 국회 재적의원의 3분의 2 이상인 204표의 찬성으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해 헌법재판소로 이송했다. 국민의 대리인인 국회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요구하는 국민의 함성을 더는 외면할 수 없었다. 헌법 제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그리고 헌법 제1조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가 온전히 실현됐다. 열흘 남짓한 기간에 무너질 뻔했던 헌법이 다시 올바르게 세워지는 과정을 모든 국민이 분명히 지켜봤다. 최근만큼 자주 헌법과 법률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었을까? 갑작스러운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으로 일반 시민들도 짧은 기간 동안 헌법에 대해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그동안 법을 너무 멀게만 느끼고, 법이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과는 별로 상관없는 것으로 여겼지만, 이번 과정을 통해 법의 파괴가 보통 사람의 일상을 파괴할 수 있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그러면서 최근 서점가에서 ‘일생에 한번은 헌법을 읽어라’(현대지성)의 인기가 뜨겁다. 2024년 8월에 출간된 이 책은 주요서점 사회과학 분야 베스트셀러 최상위권 목록에 올랐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헌법학자 이효원 교수가 쓴 ‘일생에 한번은 헌법을 읽어라’는 ‘일반인을 위한 헌법 사용 설명서’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부터 부칙까지, 총 130개 조항을 깊이 있게 살펴보면서 문구와 단어 하나하나에 새겨진 의미를 친절하게 안내한다. 명확하고 간결한 언어로 헌법의 각 조항의 의미와 배경을 풀어내면서, 헌법이 우리의 삶의 판단 기준이자 철학이면서 평범한 일상을 지키는 보루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이효원 교수는 헌법이 ‘흔들릴 때마다 삶의 중심을 잡아주는 기준’이라고 정의한다.
가만 생각해보면, 법률가 출신이 오히려 법을 우습게 여긴다. 자신이 알고 있는 법률 지식을 악용해 요리조리 처벌을 피하거나 불리한 상황을 모면하는 ‘법꾸라지’ 또는 ‘법 기술자’가 되어 법 위에 군림하려 한다. 일반 시민들이 법을 두려워하거나 법에 대해 무지하다 보니, 법을 좀 안다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법을 악용한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법이 특정 세력을 지키기 위한 창이자 방패로만 쓰이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법은 모든 국민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우리 자신과 사랑하는 가족 그리고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법을 알아야만 하지 않을까.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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