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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2·3위 완성차 업체인 혼다와 닛산자동차가 합병을 위한 협의에 돌입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양사 합병이 완료되면 현대차그룹을 제치고 세계 3위인 거대 자동차 그룹이 탄생하게 된다.
우치다 마코토 닛산 사장(왼쪽)과 미베 도시히로 혼다 사장 /사진 제공=혼다
23일(현지시간) 닛케이(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혼다와 닛산은 2026년 8월 상장 지주사를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협상을 공식 개시한다고 발표했다. 또 내년 6월까지 최종 합의를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닛산이 약 24%의 지분을 보유한 미쓰비시자동차도 이번 MOU에 참여했다. 미쓰비시는 내년 1월 말까지 지주사 합류 여부를 결정한다.
합병 완료 후 혼다와 닛산은 지주사의 자회사가 되며 각각 상장이 폐지된다. 다만 양사 자동차 브랜드는 유지된다. 두 회사는 혼다와 닛산이 보유한 브랜드를 "동등하게 계속 공존시키고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혼다가 신설될 지주사의 사내 및 사외 이사 과반수를 지명하고 대표는 혼다 측이 지명하는 이사 중에서 선임된다.
미베 도시히로 혼다 자동차 사장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사업 통합을 통해 "현재 양사 간 협력의 틀 안에서는 불가능했던 진정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사는 차량 플랫폼 표준화를 통한 연구개발(R&D) 통합, 규모의 경제 실현, 공급망 경쟁력 및 운영 효율성 강화를 비롯해 합병으로 총 7가지의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 이러한 시너지 목표를 달성할 경우 통합 이후 "매출 30조엔 이상, 운영 이익 3조엔 이상을 기록하는 세계적 수준의 모빌리티 회사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혼다와 닛산은 이미 지난 8월 자동차 부품 및 소프트웨어 공유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바 있다. 미베는 양사가 이미 협력을 통해 효율성이 개선됐다고 밝히며 "시너지 효과가 예상보다 더 크다는 것을 실감했고 그것이 합병 계획을 추진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혼다, 닛산, 미쓰비시의 자동차 판매량은 지난해 기준 총 800만대 이상이다. 따라서 합병 이후 판매량이 730만대인 현대차그룹을 넘어서서 도요타와 폭스바겐에 이은 세계 3위 그룹으로 도약하게 된다.
혼다와 닛산이 합병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 및 중국 현지업체와의 경쟁 심화와 미국에서의 판매 부진 등이 있다. 양사는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의 전기차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의 기술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또 미쓰비시는 중국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닛산은 미국 시장에서도 고전하고 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제품 개발 지연으로 모델을 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주가는 19% 떨어졌다. 최근 글로벌 생산능력 20%를 감축하고 약 10%의 감원을 발표했으며 연간 수익 전망은 70% 하향조정했다.
우치다 마코토 닛산 사장은 "혼다와 협력한다고 닛산이 턴어라운드 계획을 포기한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양사는 성명에서 이번 합병이 "닛산이 꾸준히 턴어라운드 조치를 실행한다는 전제하에 이뤄질 것"이라며 여기에는 시장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더욱 효율적이고 탄력적인 비즈니스를 만드는 것"이 포함된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도 이번 합병을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무토 요지 일본 경제산업상은 지난 20일 혼다와 닛산의 합병 계획에 대한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기업들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협력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본다"고 말했다. 이날 혼다와 닛산 사장은 공동 기자회견에 앞서 정부 부처를 방문한 것으로 전해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한때 일본이 지배했던 자동차와 배터리와 같은 부품 분야를 잠식하고 있어서 일본 정부 관계자들이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노동 인구의 약 8%가 자동차 및 관련 직종에 종사하고 있고 지난해 자동차 트럭, 오토바이 및 부품을 포함한 자동차 산업은 일본 수출의 20%의 이상을 차지한다. 그러나 최근 중국 자동차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공습이 거세지며 지난해 세계 자동차 판매량 기준 일본을 제치고 1위 자동차 수출국 지위를 차지했다.
일본 정부는 자국 자동차 업체들이 협력해 배터리와 같은 차세대 기술을 개발하도록 하는 사업을 지원하고 있는데 이는 중국이 글로벌 자동차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닛산이 경영난에 시달리자 혼다가 일본 정부의 압박을 받아 구원투수로 나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닛산 회장을 지낸 카를로스 곤은 일본 정부는 일본인이 닛산을 구제하기를 원했기 때문에 이번 합병이 "정치적으로는 합리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합병이 실제로 닛산을 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며 "전 세계 자동차 업계가 내연기관차에서 배터리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구동 시스템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는 가운데 닛산은 일본 자동차 회사 중 가장 심각한 실존적 위협에 직면해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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