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항철위·미국합동조사팀 공동작업
-파손 블랙박스… 분석까지 최소 수개월
제주항공 대참사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합동조사단이 투입된 가운데 피해 규모가 커진 원인으로 지목된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외각의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이 권고 기준보다 짧은 거리에 설치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국토교통부는 31일 오전부터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 사고조사관 11명과 미국 합동조사팀 8명이 현장에 출동해 사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미국 합동조사팀은 연방항공청(FAA) 소속 1명,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3명, 사고기 제작사인 보잉사 소속 4명으로 구성됐고, NTSB에 따르면 해당팀에 사고기 엔진 제작사인 CFMI 관계자도 포함됐다.
이날 현장에서 조사가 이뤄지던 중, 정부세종청사에서는 주종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이 브리핑을 통해 무안공항의 로컬라이저가 최소 기준보다는 길고 권고 기준보다 짧은 거리에 설치됐다고 밝혔다.
국토부 고시인 공항?비행장시설 및 이착륙장 설치기준 제21조에 따르면 종단안전구역은 착륙대 끝으로부터 최소 90ｍ는 확보하되, 240ｍ를 권고하고 있다. 무안공항의 경우 이 구역거리가 199m다.
앞서 해외 항공안전 전문가들은 로컬라이저가 피해를 키웠다고 분석한 바 있다. 영국의 관련 전문가 데이비드 리어마운트도 현지공영방송(BBC)을 통해 “장애물이 없었다면 여객기에 탑승한 대부분, 아마도 전원이 생존했을 것”이라며 “대규모 사망자가 나온 것은 동체가 활주로 너머의 매우 단단한 장애물과 충돌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독일 루프트한자 항공 조종사, 48년 경력의 베테랑 파일럿, 전직 항공기 파일럿 등 전현직 조종사들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1차적인 사고 원인으로 꼽히는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에 관해서도 그것이 유일한 원인은 아닐 것이란 외국 전문가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제프리 토머스 에어라인뉴스 편집자, 소냐 브라운 뉴사우스웨일스대(호주) 교수는 각각 로이터통신, 가디언을 통해 버드 스트라이크만으로 항공기 참사를 유발하진 않는다고 지적했다. 기장으로서 10년간 보잉737 계열 항공기를 조정했다는 로버트 섬왈트 NTSB 전 의장은 미국 CBS방송을 통해 “랜딩 기어가 어떤 형태로든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 의문”이라며 조종석 음성 녹음이 원인 판단의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여객기가 충돌한 콘크리트 구조물 역시 안전규정 위반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무안공항에는 활주로에서 30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콘크리트 구조물을 쌓아 그 위에 로컬라이저를 설치했다. 사고기는 해당 구조물과 충돌 후 폭발했다. 주 실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공항과 스페인 테네리페 공항, 남아프리카공화국 킴벌리공항 등에서 콘크리트를 쓴 사례가 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사고조사위는 현장에서 확보한 사고기 블랙박스를 전날 김포공항 시험분석센터로 옮겨 표면 이물질 세척을 마치고 상태를 확인 중이다. 다만 2개 블랙박스 중 비행자료기록장치(FDR)는 분석 컴퓨터와 연결할 수 있는 커넥터가 소실돼 자료추출 방법 등 기술적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항공기 블랙박스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분석하는 과정은 최소 수 개월에서 수년까지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사고조사위는 관제탑과 사고기와의 교신 내용을 들여다보고, 사고기가 충분한 정비시간을 가졌는지 여부도 확인할 계획이다. 국토부가 정한 이륙 정비 최소 시간은 28분이다.
이처럼 조사가 이뤄지는 가운데 무안공항 활주로는 다음달 7일 오전 6시까지 폐쇄된다. 당초 기간은 다음달 1일 오전 5시까지였으나 일주일 미뤄졌고 그 뒤로도 추가 연장될 수 있다. 현장의 기체 잔해 수습도 마무리해야 할 뿐더러 로컬라이저도 복구해야 하는데 최소 수개월이 걸리기 때문이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파손 블랙박스… 분석까지 최소 수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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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종완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이 3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유경수 국토교통부 항공안전정책관. 뉴시스 |
제주항공 대참사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합동조사단이 투입된 가운데 피해 규모가 커진 원인으로 지목된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외각의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이 권고 기준보다 짧은 거리에 설치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국토교통부는 31일 오전부터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 사고조사관 11명과 미국 합동조사팀 8명이 현장에 출동해 사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미국 합동조사팀은 연방항공청(FAA) 소속 1명,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3명, 사고기 제작사인 보잉사 소속 4명으로 구성됐고, NTSB에 따르면 해당팀에 사고기 엔진 제작사인 CFMI 관계자도 포함됐다.
이날 현장에서 조사가 이뤄지던 중, 정부세종청사에서는 주종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이 브리핑을 통해 무안공항의 로컬라이저가 최소 기준보다는 길고 권고 기준보다 짧은 거리에 설치됐다고 밝혔다.
국토부 고시인 공항?비행장시설 및 이착륙장 설치기준 제21조에 따르면 종단안전구역은 착륙대 끝으로부터 최소 90ｍ는 확보하되, 240ｍ를 권고하고 있다. 무안공항의 경우 이 구역거리가 199m다.
앞서 해외 항공안전 전문가들은 로컬라이저가 피해를 키웠다고 분석한 바 있다. 영국의 관련 전문가 데이비드 리어마운트도 현지공영방송(BBC)을 통해 “장애물이 없었다면 여객기에 탑승한 대부분, 아마도 전원이 생존했을 것”이라며 “대규모 사망자가 나온 것은 동체가 활주로 너머의 매우 단단한 장애물과 충돌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독일 루프트한자 항공 조종사, 48년 경력의 베테랑 파일럿, 전직 항공기 파일럿 등 전현직 조종사들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1차적인 사고 원인으로 꼽히는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에 관해서도 그것이 유일한 원인은 아닐 것이란 외국 전문가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제프리 토머스 에어라인뉴스 편집자, 소냐 브라운 뉴사우스웨일스대(호주) 교수는 각각 로이터통신, 가디언을 통해 버드 스트라이크만으로 항공기 참사를 유발하진 않는다고 지적했다. 기장으로서 10년간 보잉737 계열 항공기를 조정했다는 로버트 섬왈트 NTSB 전 의장은 미국 CBS방송을 통해 “랜딩 기어가 어떤 형태로든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 의문”이라며 조종석 음성 녹음이 원인 판단의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여객기가 충돌한 콘크리트 구조물 역시 안전규정 위반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무안공항에는 활주로에서 30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콘크리트 구조물을 쌓아 그 위에 로컬라이저를 설치했다. 사고기는 해당 구조물과 충돌 후 폭발했다. 주 실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공항과 스페인 테네리페 공항, 남아프리카공화국 킴벌리공항 등에서 콘크리트를 쓴 사례가 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사고조사위는 현장에서 확보한 사고기 블랙박스를 전날 김포공항 시험분석센터로 옮겨 표면 이물질 세척을 마치고 상태를 확인 중이다. 다만 2개 블랙박스 중 비행자료기록장치(FDR)는 분석 컴퓨터와 연결할 수 있는 커넥터가 소실돼 자료추출 방법 등 기술적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항공기 블랙박스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분석하는 과정은 최소 수 개월에서 수년까지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사고조사위는 관제탑과 사고기와의 교신 내용을 들여다보고, 사고기가 충분한 정비시간을 가졌는지 여부도 확인할 계획이다. 국토부가 정한 이륙 정비 최소 시간은 28분이다.
이처럼 조사가 이뤄지는 가운데 무안공항 활주로는 다음달 7일 오전 6시까지 폐쇄된다. 당초 기간은 다음달 1일 오전 5시까지였으나 일주일 미뤄졌고 그 뒤로도 추가 연장될 수 있다. 현장의 기체 잔해 수습도 마무리해야 할 뿐더러 로컬라이저도 복구해야 하는데 최소 수개월이 걸리기 때문이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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