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탄핵 정국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기한인 6일이 다 돼서야 '영장 집행을 경찰 국가수사본부에 일임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가 경찰이 '법에 맞지 않는다'고 반박하자 오후에 다시 '원래대로 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야당은 오동운 공수처장 탄핵을 거론했다. 공수처가 어설픈 대응으로 괜한 논란만 키우면서 윤 대통령에 대한 내란죄 수사가 자중지란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논란은 공수처가 체포영장 기한 마지막날인 이날 아침 "어젯밤(5일) 국수본에 피의자 윤석열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일임하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법원에는 체포영장 집행 시한 연장 신청을 하고, 경찰에 체포를 일임하되 조사는 공수처가 하겠다는 것이다. 이재승 공수처 차장은 이어진 언론 브리핑에서 "왜 이제야 경찰에 집행을 넘기냐"는 질문이 쏟아지자 "1차 집행 당시 그 정도로 강한 저항이 있을 거라고 생각 못 했고 (대통령 경호처) 협조를 기대했다"고 답했다.
공수처가 경찰에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일임한다는 방침을 밝히자 더불어민주당은 오 처장의 탄핵을 거론하며 대여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날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CBS 라디오에 출연해 "공수처가 (체포영장을) 오늘 재집행하지 못하면 공수처는 존폐의 위기에 처하고 공수처장도 탄핵 위기에 처할 거라고 본다"고 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처장을 향해 "공수처장의 무능과 우유부단함에 대해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야당 일각에서는 공수처가 윤 대통령 체포영장을 집행하지 못하면 공수처장을 탄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비판이 거세지자 공수처는 이날 오후 3시 42분께 언론 공지를 통해 "공수처는 공수처법, 형사소송법 등 자체 법리 검토 결과 영장집행 지휘권이 배제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해 공문을 발송한 것"이라며 "다만 본건과 같이 중대한 사건의 수사에 작은 논란의 소지도 남기지 않아야 한다는 점에 대해 국수본과 의견을 같이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공조본 체제하에 잘 협의해 집행에 만전을 기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체포영장 집행을 경찰에 일임하겠다던 입장을 사실상 철회한 것이다.
경찰은 '체포영장 집행 일임은 법적 문제가 있다'면서도 '기존대로 공조수사본부 체제 내에서 공수처와 수사에 협력한다'고 중심 잡기에 나섰다. 백동흠 국수본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 부단장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체포영장 집행에 대해선 공수처와 계속 협의해나가겠다" 고 말했다.
겉으로는 공수처와 경찰이 공조본 체제를 공고히 할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지만, 공조 체제가 불안정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측의 갈등이 임시 봉합되기는 했지만 검경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해 누더기처럼 변한 형사사법체계에서 언제든지 충돌이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공수처가 체포영장과 수색영장 집행을 경찰에 일임하려고 한 움직임을 놓고 경찰 안팎에선 '공수처가 사문화한 법 조항을 근거 삼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공수처는 '검사의 지휘에 따라 사법경찰이 영장을 집행할 수 있다'는 형사소송법 81조를 영장 집행 일임의 근거로 삼았는데, 이는 2020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사문화한 상태다. 특수단과 무관한 한 경찰 관계자는 "이번 소동을 보고 공수처가 수사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부족하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당장은 공수처와 경찰이 현 체제를 유지하기로 하면서 2차 체포영장 집행 시도가 언제, 어떻게 이뤄질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공조본은 이날 공수처가 법원에 재청구한 체포영장 기한 연장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조만간 2차 체포영장 집행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1차 영장 집행 때처럼 경호처가 막아설 경우 뾰족한 해결책이 없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경찰은 체포영장 재집행 때 또다시 경호처 직원들이 영장 집행을 방해할 경우 이들을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1차 집행 때는 공수처가 경찰의 현행범 체포를 가로막았다. 경찰은 특공대 투입 가능성도 열어놨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이날 "공수처의 영장 집행 '하청'은 또 다른 불법행위"라며 "불법이 불법을 낳고, 사법시스템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변호인단은 "공수처법 제24조는 다른 수사기관에 사건의 이첩을 요청하거나 사건을 이첩하는 것에 대해 규정하고 있을 뿐 다른 수사기관에 수사 중 일부를 '일임'하는 규정은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수사란 범죄의 혐의 유무를 명백히 하여 공소를 제기하는 수사기관의 활동을 말하는 것이지, 공사 중 일부를 하청 주듯 일임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공수처의 영장 관련 논란을 두고 "법치주의의 붕괴"라며 법치가 무너지면 대한민국은 설 자리가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인단을 지원하고 있는 윤 대통령의 대학 동기 석동현 변호사는 이날 "이것이 바로 당신이 생각했던, 말하고자 했던 국가의 비상 상황이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승윤 기자 / 박동환 기자 / 우제윤 기자 / 홍혜진 기자]
▶ ‘약투운동’ 했던 보디빌더 출신 유튜버 박승현 하늘로...향년 34세
▶ 세계 최고 부자도 ‘계엄 합법·탄핵 무효!’ 사진에 “와우”...머스크 놀란 이유는
▶ “입주 앞두고 웬 날벼락”…중견 건설사 줄도산 공포에 계약자 피해 우려
▶ “놀랄만큼 아팠다...큰수술 끝내” 고현정, 병실에서 전한 근황
▶ “이 비행기는 못타”...가뜩이나 불안한데, 가심비까지 최악인 항공사는?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기한인 6일이 다 돼서야 '영장 집행을 경찰 국가수사본부에 일임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가 경찰이 '법에 맞지 않는다'고 반박하자 오후에 다시 '원래대로 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야당은 오동운 공수처장 탄핵을 거론했다. 공수처가 어설픈 대응으로 괜한 논란만 키우면서 윤 대통령에 대한 내란죄 수사가 자중지란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논란은 공수처가 체포영장 기한 마지막날인 이날 아침 "어젯밤(5일) 국수본에 피의자 윤석열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일임하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법원에는 체포영장 집행 시한 연장 신청을 하고, 경찰에 체포를 일임하되 조사는 공수처가 하겠다는 것이다. 이재승 공수처 차장은 이어진 언론 브리핑에서 "왜 이제야 경찰에 집행을 넘기냐"는 질문이 쏟아지자 "1차 집행 당시 그 정도로 강한 저항이 있을 거라고 생각 못 했고 (대통령 경호처) 협조를 기대했다"고 답했다.
공수처가 경찰에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일임한다는 방침을 밝히자 더불어민주당은 오 처장의 탄핵을 거론하며 대여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날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CBS 라디오에 출연해 "공수처가 (체포영장을) 오늘 재집행하지 못하면 공수처는 존폐의 위기에 처하고 공수처장도 탄핵 위기에 처할 거라고 본다"고 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처장을 향해 "공수처장의 무능과 우유부단함에 대해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야당 일각에서는 공수처가 윤 대통령 체포영장을 집행하지 못하면 공수처장을 탄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비판이 거세지자 공수처는 이날 오후 3시 42분께 언론 공지를 통해 "공수처는 공수처법, 형사소송법 등 자체 법리 검토 결과 영장집행 지휘권이 배제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해 공문을 발송한 것"이라며 "다만 본건과 같이 중대한 사건의 수사에 작은 논란의 소지도 남기지 않아야 한다는 점에 대해 국수본과 의견을 같이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공조본 체제하에 잘 협의해 집행에 만전을 기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체포영장 집행을 경찰에 일임하겠다던 입장을 사실상 철회한 것이다.
경찰은 '체포영장 집행 일임은 법적 문제가 있다'면서도 '기존대로 공조수사본부 체제 내에서 공수처와 수사에 협력한다'고 중심 잡기에 나섰다. 백동흠 국수본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 부단장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체포영장 집행에 대해선 공수처와 계속 협의해나가겠다" 고 말했다.
겉으로는 공수처와 경찰이 공조본 체제를 공고히 할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지만, 공조 체제가 불안정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측의 갈등이 임시 봉합되기는 했지만 검경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해 누더기처럼 변한 형사사법체계에서 언제든지 충돌이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공수처가 체포영장과 수색영장 집행을 경찰에 일임하려고 한 움직임을 놓고 경찰 안팎에선 '공수처가 사문화한 법 조항을 근거 삼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공수처는 '검사의 지휘에 따라 사법경찰이 영장을 집행할 수 있다'는 형사소송법 81조를 영장 집행 일임의 근거로 삼았는데, 이는 2020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사문화한 상태다. 특수단과 무관한 한 경찰 관계자는 "이번 소동을 보고 공수처가 수사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부족하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당장은 공수처와 경찰이 현 체제를 유지하기로 하면서 2차 체포영장 집행 시도가 언제, 어떻게 이뤄질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공조본은 이날 공수처가 법원에 재청구한 체포영장 기한 연장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조만간 2차 체포영장 집행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1차 영장 집행 때처럼 경호처가 막아설 경우 뾰족한 해결책이 없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경찰은 체포영장 재집행 때 또다시 경호처 직원들이 영장 집행을 방해할 경우 이들을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1차 집행 때는 공수처가 경찰의 현행범 체포를 가로막았다. 경찰은 특공대 투입 가능성도 열어놨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이날 "공수처의 영장 집행 '하청'은 또 다른 불법행위"라며 "불법이 불법을 낳고, 사법시스템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변호인단은 "공수처법 제24조는 다른 수사기관에 사건의 이첩을 요청하거나 사건을 이첩하는 것에 대해 규정하고 있을 뿐 다른 수사기관에 수사 중 일부를 '일임'하는 규정은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수사란 범죄의 혐의 유무를 명백히 하여 공소를 제기하는 수사기관의 활동을 말하는 것이지, 공사 중 일부를 하청 주듯 일임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공수처의 영장 관련 논란을 두고 "법치주의의 붕괴"라며 법치가 무너지면 대한민국은 설 자리가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인단을 지원하고 있는 윤 대통령의 대학 동기 석동현 변호사는 이날 "이것이 바로 당신이 생각했던, 말하고자 했던 국가의 비상 상황이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승윤 기자 / 박동환 기자 / 우제윤 기자 / 홍혜진 기자]
▶ ‘약투운동’ 했던 보디빌더 출신 유튜버 박승현 하늘로...향년 34세
▶ 세계 최고 부자도 ‘계엄 합법·탄핵 무효!’ 사진에 “와우”...머스크 놀란 이유는
▶ “입주 앞두고 웬 날벼락”…중견 건설사 줄도산 공포에 계약자 피해 우려
▶ “놀랄만큼 아팠다...큰수술 끝내” 고현정, 병실에서 전한 근황
▶ “이 비행기는 못타”...가뜩이나 불안한데, 가심비까지 최악인 항공사는?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심문받기 전 북한군 소망 "사랑 영화 좀 틀어주세요"
중국 과학자, '인공태양' 1억도씨에서 1066초 유지 성공
도둑도 식겁?…장정 5명 자던 방 털다 '필사의 도주'
이창용 한은 총재 만난 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