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지명자가 인준 청문회에서 북한을 “불량 국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독재자”로 부르며 심각한 위협 세력으로 지목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지명한 루비오는 15일(현지시각) 상원 외교위원회가 개최한 청문회 머리발언에서 “모스크바, 테헤란, 평양의 독재자들과 불량 국가들이 지금 혼란과 불안정의 씨를 뿌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급진적 테러 그룹들과 연계해 그들에게 돈을 대고 있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거부권이나 핵전쟁의 위협 뒤에 숨어 있다”며 북한·러시아·이란을 싸잡아 비난했다.
루비오는 브라이언 샤츠 민주당 상원의원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는 환상이었다며 대북 정책을 재검토할 의향이 있냐고 질문한 것에 대해서는 “더 광범위한 대북 정책에 대해 매우 진지하게 들여다보려는 의향이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트럼프가 1기 행정부 때 김 위원장과 두 차례 회담한 것은 합의에는 도달하지 못했어도 “상황을 어느 정도 진정시켰다”고 평가했다. 또 김 위원장을 “남은 인생 동안 권력을 유지하는 방법을 찾아내야 하는 40대 독재자”로 부르면서 “그는 핵무기를 권력 유지를 위한 보험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재차 비난했다.
상원의원으로 활동하며 대표적 대중국 매파로 불려온 루비오는 중국에 대해서는 “국제 질서”에 끼워준 미국에 해를 끼치면서 “거짓말하고, 사기치고, 강대국 지위를 훔쳤다”고 주장했다. 또 “중국공산당은 이 나라가 맞서고 있는 가장 강력하고 위험한, 거의 대등한 적”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중국이 대만 침공을 위한 대가가 너무 크다고 결론내리지 않는 한 “(2029년 말까지인) 이번 10년이 가기 전”에 “재앙적인 군사적 개입”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중국과의 군사적 균형을 맞추기 위해 대만의 무장을 강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중·러에 대해 매우 강경한 루비오의 이번 발언은 김 위원장이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친분을 내세우며 이들과의 대화 재개를 공언해온 트럼프와는 결이 다르다고도 볼 수 있다. ‘불량 국가’ 등의 표현은 공화당의 전통적 매파가 주로 쓰는 표현으로, 루비오가 이런 인식을 계승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루비오는 그러면서도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에 충실하겠다는 말도 빠트리지 않았다.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이 성과가 있었던 것처럼 평가한 것도 트럼프에 대한 ‘충성심’을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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