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유행한 롤러장, 가족 단위 방문에 부활
주말이면 테이블 꽉 차…최대 300명까지 방문
30개월 아이부터 50대 장년까지 '전 연령' 즐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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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역 인근 롤러장 모습. /영상=이민형 기자
"집 가까이에 롤러장이 있어 다행이에요. 5살 아이인데 처음에는 50번씩 넘어져서 울기도 했지만 도전 정신도 기를 수 있고, 무엇보다 몸 쓰는 운동은 어릴 때부터 배우는 게 좋잖아요."
24일 관악구 신림역 인근 롤러장에서 만난 김수연(40)씨는 활동량이 부쩍 많아진 아이가 에너지를 쏟을 수 있는 운동을 찾아서 다행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1980~90년대 청소년들이 롤러스케이트를 타던 롤러장이 최근 어린아이부터 가족, 연인 등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으로 다시금 북적이고 있다. 추억을 되찾는 어른들이 아이와 함께 방문하면서 부활에 성공한 것이다.
전국에서 규모가 가장 큰 롤러장으로 손꼽히는 영등포구 문래역, 관악구 신림역 인근 롤러장에서 만난 어린 학생들은 "추운 겨울 실내에서 지칠 때까지 실컷 놀 수 있다"며 롤러장을 찾은 이유를 설명했다.
아이와 함께 방문한 어른들은 "어릴 적 방문했던 추억도 떠올리고 아이들에게 엄마 아빠의 어릴 적 놀이를 공유해주고 싶기도 해서 데려왔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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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역 인근 롤러장 초보용 공간에서 코치가 아이들에게 강습하는 모습. /영상=이민형 기자
롤러장은 특히 방학이나 주말, 명절 기간에 아이와 함께 온 부모들로 붐빈다. 방학 동안 일주일에 3번씩은 롤러장을 찾았다는 김하민(13)양은 "오늘은 같은 반 친구 3명이랑 같이 왔다"며 "K팝 아이돌 노래가 나와서 신난다"고 말했다. 당시 롤러장에는 여자친구, 아이브 등 인기 아이돌 노래가 이어졌다.
김 양이 롤러스케이트를 타는 모습을 지켜보던 어머니 박승연(43)씨는 "아이가 요즘 살이 쪄서 걱정이었는데 겨울에도 친구들이랑 재밌게 운동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만족스럽다"며 "처음에는 위험할까 봐 걱정했는데 이렇게 앉아서 애들 노는 것을 볼 수도 있으니 안심이 된다"고 덧붙였다. 박 씨가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김 양은 "개학해도 매주 금요일마다 데려온다고 약속해!"라며 어머니를 졸랐다.
스케이트를 처음 타거나 타는 게 미숙한 어린아이들은 코치로부터 강습도 받을 수 있었다.
롤러장 방문이 두 번째라는 이수한(7)군은 "처음 탈 때는 무섭긴 했다"면서도 "선생님한테 타는 걸 배우니 재밌다"고 전했다. 이 군은 보조기를 잡고 파란색 무릎 보호대, 헬멧을 착용한 후 초보용 공간에서 강습 받았다.
문래역 인근 롤러장 코치로 근무하는 유호창(52)씨는 "걸을 수 있는 아이라면 다 스케이트를 탈 수 있다"며 "29개월, 30개월 아이도 강습해본 경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와 커플 운동복을 입고 같은 분홍색 헬멧과 보호대를 착용한 이수빈(37)씨는 "처음에는 아이에게 새로운 체험을 시켜주려고 방문했는데 나도 스트레스가 풀려서 좋다"며 "아직 아이가 균형 잡기를 어려워해서 손을 잡아주곤 하는데 아이 아빠는 '빨리 실력이 늘어서 달리기 시합하고 싶다'고 말하더라"며 웃었다.
문래역 인근 롤러장 직원 정해윤(22)씨는 "90퍼센트 이상 부모와 아이가 같이 온다"며 "아이들이 잘 못 타는 경우 부모님이 같이 타면서 가르쳐주신다"고 설명했다. 다른 직원 주형원(27)씨는 "주말이면 아이를 데려온 부모님으로 테이블이 가득 찰 정도"라며 "60번 테이블까지 있는데 다 차면 200명 정도 되는 셈"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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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래역 인근 롤러장 매점. /사진=이민형 기자
롤러장은 어린아이뿐만 아니라 중장년 어른들의 '추억 여행' 장소로도 인기였다.신림역 인근 롤러장을 운영하는 사장 김영배(60)씨는 "주말에는 많으면 300명까지도 들어온다"며 "40대 후반, 50대 초반 분들이 예전에 탔던 추억을 가지고 모임으로 오시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기 매점에서 음식도 웬만한 것은 다 판매한다"며 "친구분들끼리 4~5명씩 오신다"고 덧붙였다.
아이와 함께 롤러장을 찾은 심선미(42)씨는 "저보다 더 나이가 많으신 분들이 애들보다도 더 잘 타신다"면서 "40대 후반 정도 돼 보이셨는데 스케이트를 뒤로도 타시고 정말 대단하시더라"며 감탄했다.
고려대학교 체육교육학 박사과정에 재학중인 최재영 씨는 "어릴 때부터 운동을 하면 발육, 발달에 효과적이라 키가 더 클 수 있고, 영유아의 경우 민첩성, 유연성, 순발력 등이 좋아진다"면서도 "다만 적정한 선에서 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모와 같이하는 스포츠는 정서 발달에도 도움이 된다며 "소극적인 아이의 경우 부모가 함께함으로써 더 자유분방해지고 반면에 지나치게 활발한 아이의 경우 통제력을 배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민형 한경닷컴 기자 mean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