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도 정치도 살아서 움직인다. 그리하여 방구석에 가만히 앉아 있어도 세상이 앞으로만 나아가리란 기대를 판판이 깨뜨린다. 단련하지 않는 인간이 쇠락하듯이, 돌보지 않는 문명은 병들게 마련이다. 민주주의며 자유주의란 대단한 이념과 체제 또한 마찬가지여서, 닦고 가꾸지 않으면 본래의 영광을 찾을 길 없다.
지난 밤 윤석열 정부가 계엄령을 발동했다. 계엄령이 무엇인가.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시 특별히 발동하는 긴급한 조치다. 정부는 군경을 동원해 국회를 사실상 폐쇄하려 시도했고 포고령에 따라 언론과 집회 또한 통제하겠다 발표했다. 윤석열이 사유로 제시한 검찰과 행정부 인사에 대한 민주당의 탄핵이 과연 그만한 사유인가.
계엄령 발동이란 촌극이 채 두 시간이 이어지지 못한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한국 정치가 다시 이 나라 복판에 비상계엄을 허락했지만, 한밤 중 모여든 이들이 투표를 거쳐 계엄해제를 이뤄냈던 것이다. 이는 한국 민주주의가 처한 위기에도 불구하고 여전하고 분명한 역량을 간직하고 있단 증좌다.
계엄령의 가장 큰 문제는 인간의 기본권을 박탈한단 것이다. 인류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마련한 제도, 즉 법률에 의하여 보장하는 기본적 인권을 계엄령은 가치 있게 다루지 않는다. 영장 없이 체포하고 수색하며 군을 자국민에게 대응하도록 한다. 전시와 사변,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란 계엄의 요건은, 달리 말하면 매우 특수한 경우에 있어서는 국가라는 공동체의 존속이 어느 개인의 인권보다 앞설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