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 올림픽에서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사격 국가대표 김예지 선수가 영국 BBC 방송이 선정한 '올해의 여성 100인'에 이름을 올렸다.

BBC는 지난 3일(현지시각) 발표한 '2024년의 여성 100인' 명단에 김예지와 장애인 이동권 증진을 위한 비영리단체 '계단뿌셔클럽'을 창립한 박수빈 대표 등 한국인 2명을 선정했다.

BBC는 "김예지는 올해 카리스마와 스포츠 분야에서 이뤄낸 성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라며 "7월 파리 올림픽 여자 10m 공기권총에서 은메달을 땄고, 그 몇 개월 전에는 여자 25m 권총에서 세계기록을 세웠다"라고 소개했다.

이어 "그의 영상은 실력뿐 아니라 얼음처럼 차가운 태도와 끊임없는 집중력, 사격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공상과학에서 영감을 받은 듯한 맞춤형 안경까지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퍼졌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예지가 "스포츠를 통해 우리는 회복 탄력성과 팀워크, 투지를 보여주며 이런 가치는 경기장을 넘어 더 넓은 사회변화를 불러일으킨다"라고 말한 것을 소개했다.

올해 선정한 여성 100인에는 여러 스포츠 스타가 포함됐다. 2024년 파리 패럴림픽에서 난민선수단으로는 처음으로 메달을 획득해 전 세계 난민과 장애인에게 희망을 안긴 아프가니스탄 출신 난민 태권도 선수 자키아 쿠다다디가 선정됐다.

파리 올림픽에서 58세의 나이에 올림픽 첫 참가의 꿈을 이룬 중국 출신 칠레 여자 탁구 대표 정쯔잉도 선택을 받았다.

영상 하나로 세계적 스타... '쿨한' 김예지도 상처 받는다

 영국 BBC 방송이 '올해의 여성 100인'에 선정한 사격 국가대표 김예지
영국 BBC 방송이 '올해의 여성 100인'에 선정한 사격 국가대표 김예지BBC

김예지를 스타덤에 올린 것은 파리 올림픽이 아니라 지난 5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국제사격연맹(ISSF) 사격 월드컵이다. 당시 김예지는 25m 공기권총 결선에서 42점을 쏴 세계신기록을 세우고 금메달을 땄다.

김예지는 모자를 뒤로 쓴 채 마지막 발을 쐈고, 영화에 나오는 전사처럼 차가운 표정으로 표적지를 확인한 뒤 권총 잠금장치를 확인했다. 세계기록으로 우승했는데도 전혀 웃지 않는 '쿨한' 모습의 영상은 소셜미디어 엑스(옛 트위터)에 공유돼 수천만 건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김예지의 영상에 "액션 영화에도 사격 세계 챔피언이 나온다면 멋질 것 같다"라며 "김예지를 액션 영화에 캐스팅해야 한다. 연기는 필요하지 않다"라고 댓글을 달면서 더욱 화제가 됐다.

올림픽 메달을 따기도 전에 스타가 된 김예지는 파리 올림픽 10m 공기권총 은메달을 땄으나, 주 종목인 25m 권총에서는 0.01차 차이로 격발이 늦어 0점 처리되면서 메달을 놓쳤다.

김예지는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0점을 쐈다고 해서 세상이 무너지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운동선수에게 일생의 목표인 올림픽에서 허탈하게 메달을 놓쳤는데도 김예지의 '쿨한' 반응은 또다시 화제가 됐다.

그러나 부정적인 반응도 많았다. 온라인에서는 "올림픽을 우습게 생각한 것 아니냐", "실력 없는 선수를 올림픽에 데려갔다" 등의 비판이 나왔다. 김예지는 한 예능 방송에 나와 "저는 말의 힘을 믿기 때문에 부정적인 말을 하지 않고 자신을 달래려고 한 말이었는데, 국민들이 안 좋게 봤다면 죄송하다"라고 사과했고, 팬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위기에도 냉정하고 흔들리지 않을 것 같은 '여전사' 김예지도 악플 앞에서는 상처 받는 평범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나를 향한 관심과 사랑, 사격 종목에 이어졌으면"

 미국 CNN 방송의 사격 국가대표 김예지 인터뷰 기사
미국 CNN 방송의 사격 국가대표 김예지 인터뷰 기사CNN

세계적인 사격 선수로 발돋움했지만, 김예지는 또다시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정을 내렸다. 잠시 총을 내려놓기로 한 것이다.

김예지는 최근 소속팀 임실군청과 계약을 조기 종료하면서 "올림픽 메달리스트로서 여정을 잠시 멈추고, 당분간 아이와 시간을 보내며 엄마 역할에 충실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휴식은 사격 선수로 더 발전하기 위한 과정으로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다"라며 "복귀 시점은 미정이지만, 가능한 한 빨리 돌아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덧붙였다.

김예지는 휴식을 취하며 선수로서 보여주지 못한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가족과 시간을 보내면서도 화보와 광고 촬영, 방송 출연 등으로 팬들과 더 가까이 소통하고 있다.

미국 CNN 방송은 지난 10월 인터뷰에서 김예지가 자신을 향한 관심에 감사하면서도 "그 관심이 사격이라는 스포츠에 더 많이 주어지기를 바란다"라고 말한 것을 소개했다.

CNN은 "이런 목표를 위해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노리고 있는 김예지는 자기 동기부여 말고도 딸에게 올림픽 챔피언이 되겠다고 약속했다"라고 강조했다.

휴식을 마치면 '본업'인 사격 선수로 돌아오겠다고 약속한 김예지가 과연 또 어떤 매력으로 전 세계를 홀릴지, 또한 그에 대한 관심이 한국 사격을 비롯해 척박한 비인기 종목의 환경 변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김예지 사격 올림픽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
  翻译: